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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승무원 면세품 강매 이유는?

승무원 “이번 사건은 팀끼리 경쟁을 붙여 심각했었다”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4.26 1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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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이 자사 승무원들에게 기내 면세품을 강매해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이로 인해 승무원 면세 한도를 위반하는 사례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기내면세점 설치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내 면세품 매출을 올려 면세점 실효성을 찾겠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승무원 강매와 기내면세점. 이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대한항공이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강매를 하는 ‘기내면세품 판매 향상’ 캠페인이 업계 논란이 되고 있다. 판매 독려라는 취지로 시작된 이번 캠페인은 결국 승무원들에게 개인적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승무원 면세한도를 위반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불법행위가 된다는 우려도 높다. 실제로 공항에서는 승무원들이 줄을 서 휴대품을 검사하는 장면도 쉽사리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승무원 기내면제품 강매'는 세계 최초 '기내면세점'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A380 기내면세점과 관련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A380에 마련될 기내면세점은 대한항공 총수의 맏딸 조현아 전무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조 전무 체면을 살리기 위해 면세품 매출 올리기 캠페인을 펼친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승무원 주머니 털어 올린 매출?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한 달간 기내 면세품 판매를 100만달러 이상을 늘리자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한항공 측은 문제가 되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할당 금액을 정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강매는 아닐지언정 간접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은 확인됐다. 대한항공 에 근무하고 있는 한 승무원은 “직접적으로 할당량을 주진 않고 있지만 일정량을 판매하지 못하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사야 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한항공 승무원은 “사실상 이번 사건은 팀끼리 경쟁을 붙여놔서 더욱 심각했었다”면서 “팀의 실적은 곧 인사고가에 반영돼 사실상 강매 형식은 아니라 하더라도 알아서 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승무원은 또 “현재 출산 휴가 중인 승무원들에게도 혹시 필요한 것이 없느냐며 물어 봐야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담당 임원이 좌천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강매만 문제가 제기된 것은 아니다. 면세품을 구매 금액이 승무원 면세한도인 100달러를 넘는 불법행위도 같이 벌어지고 있다.

불법도 눈감은 채 진행하고 있는 기내 면세품 판매. 단순히 매출을 위한 전략은 아닐 것이라는 것에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 최초 기내면세점이다 보니…

이번 문제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세계 최초로 설치되는 기내 면세점이다. 이 발상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장녀 조현아 전무 생각으로 지난 2월1일에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기내면세점은 조 전무가 오랜 기간 동안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실효성을 두고 적잖은 비판이 있었다.

일반 항공사들의 연간 기내면세품 매출은 약 1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기내면세점 역시 큰 이익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모든 공항에 각종 명품 면세점이 입점해 있어 굳이 기내 면세점을 이용고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또 근래 고유가 상황을 맞아 유류 할증료를 줄이기 위해 승무원 짐도 줄이고 있는 판국에 굳이 큰 부피 및 무게를 차지하는 면세점을 설치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당시, ‘결정된 것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히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기내 면세품 캠페인으로 ‘기내 면세점 설치’ 실효성을 주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