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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블랙 10일’ 초도물량 완판 이면엔…

[심층진단] 편법가격인상 논란 불구 프리미엄 마케팅 초반 성공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4.25 16: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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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농심이 지난 4월15일 ‘신라면 블랙’을 본격 출시하면서 ‘편법 가격인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13일부터 생산·판매에 들어간 프리미엄급 신라면 블랙이 기존 ‘신라면’(개당 584원)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1320원에 판매되면서 리뉴얼을 통한 편법 가격인상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롯데제과를 비롯한 업체들이 리뉴얼 제품이나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프리미엄급인 ‘월드콘XQ’를 기존 ‘월드콘’보다 30%(500원) 비싼 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삼강의 ‘구구콘스타’ 역시 ‘구구콘’보다 500원 비싼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조지아’ 커피의 프리미엄 제품인 ‘조지아 에메랄드 마운틴 블렌드’를 기존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싼 1300원에 내놨다.

   
 농심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비싼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면서 편법 가격인상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최근 가격인상에 대한 감시를 피해 리뉴얼, 프리미엄 이름을 달고 우회적인 가격인상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뒤이어 농심이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을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책정하면서 편법 가격인상 논란이 심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같은 논란이 일자 해당 제품들에 대해 편법 가격인상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19~20일에 롯데제과, 21일에는 LG생활건강 본사를 찾아 가격 책정에 관한 자료 검토 등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농심에 대해서도 현장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심 측은 “모르는 일이다”고 함구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블랙 출시를 두고 기존 신라면을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높인 것이라고 하는데, 신라면 블랙은 기존 신라면 브랜드 내 신라면 김치, 사발, 컵과 같은 신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라면 블랙이 신라면 리뉴얼 제품이라면 기존 신라면이 단종 돼야 하지만 라면시장 1위 제품을 어떻게 없앨 수 있겠냐. 신라면 블랙은 프리미엄급 신제품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높은 가격 불구 인기…강세 이어갈까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신라면 블랙은 편법 인상 논란과 높은 가격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본격 판매가 시작된 15, 16일에는 대형매장 중심으로 신라면 매출의 30%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신라면 블랙 초도물량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이 영양과 균형을 강화한 프리미엄급으로 기존 신라면과 차별화된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출시에 앞서 신문광고를 통해 ‘우골보양식사, 우골이 10% 가량 함유돼 양질의 콜라겐과 칼슘이 풍부하고 원기회복에 좋은 건강보양식’이라고 홍보한 바 있다.

3년 동안의 연구개발을 통해 신라면의 얼큰한 맛을 유지하면서 설렁탕 국물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더했다. 또 건더기 스프에 우골과 어울리는 마늘과 우거지, 배추, 표고버섯 등을 넣어 영양소를 보충하고 영양 흡수율을 강화했다.

농심은 이 같은 신라면 블랙의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비율이 62:28:10으로, 60:27:13인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설명하며 보양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신라면 블랙을 맛 본 소비자들은 호평과 함께 지속적인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몇몇 소비자들은 “맛은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 “이 돈을 주고 다시 사 먹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비싼 가격에 부담감을 내비쳤다.  

◆‘몸에 나쁘다’ 편견 씻을까

맛과 가격을 모두 강화한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이 기존의 라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 프리미엄 라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이 80개에 이를 만큼 라면은 우리 식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식품이다. 한 사람이 4.5일에 한 번꼴로 라면을 먹을 만큼 라면은 간식, 식사대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식품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라면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뿌리 깊이 박혀있다. 이 같은 인식 또한 라면 업체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라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면을 튀기는 기름과 나트륨, 크게 이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됐다.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공학과 노봉수 교수는 “면을 기름에 튀겨 오래 두면 산패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라면이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경우 면을 한 번 삶은 뒤 다른 물에 옮겨 조리한다면 이 같은 성분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트륨에 대해서는 “스프에 나트륨이나 MSG 등이 들어있기 때문에 과다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스프 양을 줄이고 채소 특히, 계란이나 양송이버섯 등을 첨가하면 이중 칼륨 성분이 나트륨과 체내 흡수 경쟁을 하게 된다. 이로써 나트륨 흡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어 “라면은 영양학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식품”이라며 “최근에는 밀가루 소화 능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쌀라면 등이 출시돼 소화 문제도 극복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신라면 블랙은 신라면과 동일한 유탕면(기름에 튀긴 면)이고 나트륨 함량 역시 1930mg으로 신라면과 동일하다. 그러나 우골설렁탕분말과 우거지, 버섯 등이 포함된 야채건더기스프를 첨가해 영양 성분을 강화했고, 나트륨 흡수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프리미엄 라면시장 강자로 떠오르나

라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주요인인 기름과 나트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심 외의 라면업체들도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이나 쌀로 만든 면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이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맞아 프리미엄급 제품인 '신라면 블랙'을 선보였다.
앞서 풀무원식품은 지난 1월 프리미엄급 생라면 ‘자연은 맛있다’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라면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이 제품 역시 1200원으로 기존 라면에 비해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매월 평균 9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400만봉지가 판매됐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자연은 맛있다’는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미 목표치의 30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풀무원식품은 면 공장을 증설해 물량을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탕면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프리미엄 라면을 찾는 소비자도 증가 추세”라며 “유탕면에 비해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프리미엄 라면만 찾는 소비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장세를 보이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첫 출시 이후 특별한 판촉활동 없이도 소비자들의 눈길끌기에 성공한 신라면 블랙이 신라면 같은 베스트셀러, 프리미엄 라면시장 1위 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앞서 선보인 ‘뚝배기 설렁탕’, ‘후루룩 소고기짜장면’ 등 프리미엄 제품이 좋은 매출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신라면 블랙 역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