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진중공업 노사 본협상이 이르면 이번 주 재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업이 수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가량 갈등을 빚어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오는 28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한진중공업 노조가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에 대해 논의하며, 이를 기점으로 노사간 본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이번 본교섭이 마무리되면 회사정상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정상화 과정에서 무거운 책무와 부담을 안아야 할 것 같다. 한진중공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노사 신뢰’에 대한 회복 얘기다.
한진중공업은 울진 다대포 공장을 시발점으로 영도조선소 사업장 폐쇄 신고 조치와 함께 구조조정을 단행을 결정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파업에 돌입, 정리해고 철회와 회사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도조선소는 지난해만 두 번의 정리해고 시도와 희망퇴직 시행으로 800여명 가까이 줄어들었음에도 사측은 지난 2월15일 기어이 희망퇴직자 228명을 제외한 172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결정했다. 필리핀 현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 설립 당시인 2007년부터 감원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으며, 사측의 요구대로 영도조선소의 생산인원은 1/3으로 축소됐다.
인력 절감분만큼의 단기적 비용이 절감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숙련노동자의 결핍이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경영난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결정했다던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말 174억원 규모의 주식배당을 실시했다. 이어 한진중공업홀딩스도 5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 이중 절반은 총수인 조남호 회장에게 돌아갔다.
근로자들과의 마찰은 안중에 없는 듯 제 주머니만 채운 오너십이 노사갈등의 이 판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수빅조선소의 노동자들의 인권유린이 심각하다는 보고까지 등장하면서 이 회사의 노동정책이 안팎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수빅조선소 소속 노동자 1만9000여명 중 상당수가 101개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사측은 주기적인 계약변경으로 정규직 전환을 막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산업재해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지난 2007년부터 4년간 발생한 산업재해는 무려 5000건에 달하며 노동자 28명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은 자사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명분 붙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00년 200년 살아남는 기업은 하나같이 경영진(혹은 사주)과 노동자가 서로 믿고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유지돼 왔다. 다분히 원론적인 이 명제는 ‘진리’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세상이 아는 얘기다. 한진중공업만 열외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진리’를 외면한 채 발전을 거듭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영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는 죽어가는 기업도 살려내는 마법을 발휘한다. 기자의 눈에는 한진중공업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로부터의 신뢰, 노동자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법대로 하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경영진 뜻대로만 밀어붙인다면 ‘노동자로부터의 신뢰’를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
대한민국 조선산업을 태동시켰던 한진중공업의 부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