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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에어부산 죽든 말든…’ 매정한 대한항공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4.22 12: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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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름다운 동행’. 대한항공의 모기업 한진그룹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이웃과의 상생으로 동반성장을 이끌어간다는 한진 창업자 故조중훈 회장의 의지가 담겨졌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을 보면 상생(相生)이 아닌 ‘상생(上生) 경영’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4월18일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자사 핵심인력을 빼가는 것을 막아달라고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 그리고 국토해양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이 최근 에어부산 부기장급 조종사 5명을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이를 제재해 달라는 것이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이 조종사 수급 계획 및 안정적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개인 선택에 따른 문제”라며 ‘나몰라라’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대한항공 측 주장처럼 ‘조종사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역 항공사 조종사를 빼오는 것이 본인들이 외치는 ‘진화하는 상생 경영’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에어부산은 이번 사태로 인해 존립의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에어부산 측은 “부기장 34명 중 15%의 이탈로 항공기의 안정적 운영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했으며 이런 사례가 지속된다면 조종사의 장기적 수급 기반의 와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1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기술과 경영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차별화된 경쟁역량이 없다면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고 당부했다.

초호화 항공기 A380 및 기내 면세점 도입, 명품좌석 설치 등 프리미엄 항공사의 도약 외에도 조 회장이 언급한 ‘경쟁역량’이 과연 작은 기업 인재를 빼와, 그 기업 운영에 차질을 빚도록 하는 것도 포함이 되는지 의문이다.

대한항공의 ‘조종사 빼오기’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공정사회 추구와 대기업-중소기업간 상생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정부의 ‘저비용 항공사의 시장안착’ 정책도 무시하는 처사다.

‘여씨춘추’에는 택이어 기부획득 이명년무어 분수이전 기부획득 이명년무수(竭澤而漁 豈不獲得 而明年無魚 焚藪而田 豈不獲得 而明年無獸)라는 말이 있다.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훗날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되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눈앞 이익만을 위하는 것은 화를 초래하는 것이며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하면 종종 오류에 빠져 헤매게 돼 더욱 가치 있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2006년을 마지막으로 조종사 양성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대한항공은 더 이상 지역 항공사 조종사를 빼오는 ‘불공정’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며 정부도 이러한 대한항공에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상생(上生)이 아닌 ‘진화하는 상생(相生) 경영’으로 가는 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