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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뱅크 설립 의견차…혼란 ‘가중’

시기 늦어지면 중소건설사 줄도산 우려

서영준 기자 기자  2011.04.22 12: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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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배드뱅크 설립에 희망을 걸던 건설사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배드뱅크 설립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 금융당국에 따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배드뱅크가 설립되기도 전에 도산하는 건설사들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로 다른 입장…누굴 믿어야 하나 
   
가장 먼저 배드뱅크 설립의 포문을 연 곳은 금융감독원이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은 8개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으로 구성된 PF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오는 6월 안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키로 했다.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부실채권 매입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PF부실 문제를 지적하며 시중은행을 압박하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0일 열린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에서 “(PF 전담 배드뱅크는) 설립초기 검토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내부적인 검토도 마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PF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조율에 나서야할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의견 통일이 이루어 지지 않은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마냥 배드뱅크 설립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건설사 줄도산을 피하기 위해  배드뱅크가 필요하다는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금융당국의 실책을 은행권에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배드뱅크 설립…늦어지면 큰일

배드뱅크 설립이 안개 속을 걸으면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소건설사를 위주로 도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초 금감원이 밝힌 배드뱅크 설립 및 운용 시기가 너무 늦어 설립 전 상당수 중소건설사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무너질 수 있다는 것.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안에 돌아오는 PF대출은 25조원 규모다. 그 중 14조원의 만기가 상반기 내에 몰려있다. 즉, 배드뱅크 설립 전 PF대출 만기를 앞둔 중소건설사의 경우에는 은행권의 만기연장에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소건설사에 PF대출 만기라도 돌아온다면, 만기연장 없이는 배드뱅크 설립 때까지 버틸 수 없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드뱅크에 참여하는 은행권의 의견 조율도 상당한 시간을 허비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 마다 사정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작년 말 현재 은행권 PF부실 규모는 우리은행이 1조9964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농협(1조5149억원), 국민은행(762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정은 배드뱅크 출자 규모와 참여 비율, 부실채권 평가 방법 및 매입 규모 등을 정하는데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PF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배드뱅크에 참여한다고 해도 PF 보유 규모가 천차만별인 상황이라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