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기도 분당을 지역구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막판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바짝 눈앞으로 다가온 선거일정상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임에도 모멘텀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최악의 뉴스 두 건 받아든 20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유세 무산이 강재섭 후보(사진)의 국회 복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
이런 상황에도, 박 전 대표는 분당을 지원 문제를 결국 거부했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전에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분당에 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여기서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선거 개입을 안 한다”는 게 박 전 대표가 내놓은 답이다.
여기에 같은 날인 20일, 강 대표는 그가 정치 기반으로 삼아온 대구로부터 날아온 비난 편지에 직면했다.
대구광역시 청년연합회인 대구KYC는 이날 ‘강재섭 후보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를 통해 강 후보가 ‘15년 분당사람’을 내세우며, 이번 4·27재보선에 출마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KYC 측은 “(강 후보는) 출마를 선언한 이후 모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15년 분당 토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이를 지켜보는 대구 시민들은 황망할 따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HQ(학규)와 이미지 이전투구 해야 할 판…이겨도 정치적 재기 두고두고 타격 불가피
이러한 상황은 강 후보가 막판에 승기를 확실히 잡는 데 상당히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정치적 입지에도 일정 부분 축소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이번에 박 전 대표가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힌 점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한나라당 대표로 당을 이끌었던 강 후보가 당시 당의 대통령 후보를 판가름하는 당내 경선 국면에서 주요 양대 대결 세력이었던 친이와 친박 양측을 무사히 포용하는 데 실패했음을 재확인시켰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명박 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데에는 경선룰 변경이 주효했다는 풀이가 많았으며, 박 전 대표 측과 강 후보 간에 이 문제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까지 이번 지원 무산 문제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분당을의 한나라당 지지층 중 친박 성향이 강한 표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친박 성향의 한나라당 지지층은 과거 한나라당의 제18대 총선 공천파동 당시, 여러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간판을 건 후보가 아닌 상당수 친박 표방 인사들을 대거 국회에 입성시키는 등으로도 성향을 강하게 확인시켜 준 바가 있다.
아울러, 그가 오랜 시간 정치적 탯자리로 삼아온 대구에서 (일부 시민들의 의사 표명이긴 하나) 그를 철새 정치인격으로 낙인 찍은 비판여론이 공식 발표된 것은 ‘이미지 게임’에서 그가 큰 손해를 볼 여지를 만든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 손학규 후보와 이미지 싸움을 해야 하는 강 후보에게는 큰 약점이 된다. 손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선 출마를 꿈꿨던 이력은 약점으로 따라다니며 작용해 왔는데, 손 후보는 과거 백의종군으로 이런 이미지가 희석돼 온 반면, 강 후보는 오히려 선거 막판에 박 전 대표측과 대구 지역 양쪽에서 부정적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측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강 후보에 대해 “우리 손 후보에게 철새라고 한다. 그러나 손학규 후보는 경기도 토박이다. 성공한 경기도지사다. 대구에서 5선을 하고 공천도 받지 못하고 있던 분이 분당에 출마해서 누가 할 말을 누가 하고 있는가”라며 강 후보야말로 정치철새라고 반박한 바 있는데(14일 의원총회) 이 같은 ‘원조철새론’에 다름 아닌 한나라당 거물과 골수 한나라당 지지지역 민심이 한 자락을 거들고 나서는 상황이 돼 강 후보 측을 더 곤욕스럽게 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강 후보가 이번 재보선을 녹록하게 치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은 물론, 되어도 중앙 정치판에서 입지 재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꿈나무’에서 ‘일모도원’으로, 시간의 힘이란…
강 후보는 특히 검사 출신으로 정치권에 영입된 이후 청렴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자기 정치 영역을 가꿔 왔다. 13대 국회의원으로 입문(비례대표), 이후 14대부터 17대 국회까지는 대구서 지역구에서만 배지를 달아왔다.
당의 대변인와 대표를 지내 이력 면에서 흠잡기 어렵고(한때 그를 촉망받는 정치인으로 주목한 사람들이 많았다. 민주자유당 대변인이 됐을 때 그를 정치적 철학이 있는 정치인으로 조명한 ‘신동아’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국회에 복귀하면’ 현재 당 지도부를 이루는 안상수 대표나 홍 원내대표 등에 비해서도 선수에서 절대적으로 강세를 띠는 당의 ‘가디언’ 격으로 즉시 부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상과 같이 친박 라인으로부터 비토 신호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데다, 정치적으로 표를 줬던 이들을 배신한 이로 지탄까지 받게 되면서 ‘당에 복귀하면’이라는 조건절을 쉽게 기약하기 어려울 수도 있게 됐다. 아울러 ‘당에 복귀해도’ 이 같은 꼬리표를 계속 안고 갈 수도 있게 돼 향후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거물 정치인의 화려한 부활을 점치며 출사표를 던진 강 후보, 하지만 강 후보는 현재 손 후보와 똑같은 조건으로 강등돼 오히려 어찌 보면 더 불리하게 철새 이전투구를 치르는 상황까지 경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거칠 것 없었던 민자당 차세대 정치인을 일모도원(길은 먼데 남은 해가 짧음)의 정국으로까지 몬 것은 단순히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 거부만이 아니라 세월의 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