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궂은 날씨에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엠코타운 현장은 공사가 한창이다. 4월18일 빗줄기가 흩날리는 오후, 쉴 새 없이 건축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현장을 드나들고 직원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엠코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주택사업지 현장이다. 그런데 요즘 이곳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 입주예정자들과 지역주택조합이 ‘아파트 브랜드를 다른 건설사 것으로 바꿔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현장을 찾아가봤다.
공사가 진행 중인 상도엠코타운 현장. |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며 그룹 내 건설사가 두 개가 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황당한 요구’ 때문이다. 엠코타운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선 “힐스테이트로 브랜드를 교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그룹 건설사인데 브랜드 같이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다소 엉뚱한 주장인데, 문제는 그냥 던져보는 말이 아니라 정색을 하고 요구하는 태도가 심상찮다는 점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엠코 입지
주택사업 비중을 전체 사업의 30%로 설정했지만, 현대엠코가 갈 길은 멀다. 현장 정문. |
현대차그룹의 아낌없는 지원 아래 현대엠코는 지난해 시공능력 19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주택사업의 비중이 낮은 점은 늘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때문에 지난 2009년 주택사업 비중을 전체 사업의 30%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치를 설정했지만, 목표달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까지 분양한 아파트 단지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총 5곳. 이 가운데 서울 분양 물량이 3곳에 이르지만 모두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서울 상도엠코타운의 경우 1차와 2차 각각 18%, 9%가 미분양 상태다.
이런 상황에 국내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한 식구가 되면서 엠코타운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또 현대건설 출신의 정수현 사장 내정자 발탁 소식은 현대건설과 현대엠코가 중장기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으며 엠코의 입장을 애매하게 하기도 했다.
◆심상찮은 브랜드 교체 요구
엠코타운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교체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이 같은 현상은 엠코타운 보다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가치가 훨 씬 높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근 중개업소에는 브랜드 교체와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
상도엠코타운 인근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들어 브랜드 교체에 관한 문의가 하루에도 몇 건씩 이어지고 있다”며 “고객 중에는 엠코타운에서 힐스테이트로 브랜드가 바뀐다고 확신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직원도 “브랜드가 힐스테이트로 바뀌는 것 맞느냐고 전화로 물어보는 사람들이 꾸준한데, 엠코타운 보다는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훨씬 값어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실시한 ‘2010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및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꼴로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교체에 대한 요구는 지역주택조합 측도 마찬가지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브랜드 교체
입주예정자들의 브랜드 교체 요구에 현대엠코는 검토대상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상도엠코타운 모델하우스. |
반면, 현대엠코 측은 브랜드 교체는 검토대상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브랜드 교체를 원하는 입주예정자들의 요구와 회사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현대엠코 관계자는 “브랜드 교체 요구는 수요자들의 기대일 뿐”이라며 “회사 입장에서 검토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