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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노조의 ‘특혜’ 요구…참으로 놀랍다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4.18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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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위 ‘귀족노조’라 불리는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하 현대차노조)이 때 아닌 채용 특혜 논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일정 자격이 되면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해 채용을 우선시 한다’는 내용이 이번 단체협약 요구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4월17일 현대차노조는 2011년 단체협약 요구안에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가점 부여 등 세부적인 사항은 별도로 정한다’는 요구조항을 신설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짚어봐야겠지만 살펴볼 대목이 있다. 그간 현대차노조는 연봉 약 4000만원 이상의 높은 임금은 물론, 잦은 파업으로 기업과 대립각을 세울 만큼의 힘을 지녔다. 이런 현대차노조가 국내 노조 사이에서도 막강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규직 세습’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의 취업난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노조의 활동에 대해 마뜩찮게 여기던 이들 가운데서는 이번 일을 보고선 “여태껏 노조가 해왔던 별별 요구들이 이런 억지스러운 논리로 점철돼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는데, 그 사람들은 대체 어느 땅에 사는 사람들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화를 내는 이도 있다. 

노조는 그간 기업의 임직원들이 자녀 입사 특혜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그랬던 노조가 이런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모순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태도는 노사갈등을 일부러 부추기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노동쟁의에 ‘나몰라라’ 식의 입장을 고수해올 때부터 노조는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규직 노조’라는 자신의 울타리만 중요하고 다른 소외된 조직원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진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던 바로 그들이다. 

이번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안은 물론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노조는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 청년들의 눈에 이번 일은 어떻게 보일까. 또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단체가 청년들에겐 대체 어떤 이미지로 각인이 될까. 인권과 노동자 권익, 사회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온 선배 노동자들의 공로가 허무하게 무너지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논어에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의미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 남긴 말로도 유명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말든 집단 이익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만 자자손손 행복하게 사는 세상은 전태일 열사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