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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항생제, 그 불편한 진실

바이러스성인 감기에 항생제 효과 없어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4.13 14: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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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감기(상기도감염)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세균성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 처방이 필요치 않다.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세균성 감기는 5~10% 미만으로 대부분 감기에는 항생제가 처방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감기로 내원할 경우 ‘센 약을 지어 달라’는 환자의 요구나 의사의 습관적 처방, 경험에 의존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감기나 중이염 등에 항생제 처방을 제재하는 미국과 영국 등에 반해 국내 제재 조치가 없는 것 또한 항생제 과다 처방을 유도하고 있다.

◆OECD 국가중 항생제 소비량 가장 많아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항생제 소비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성 감염인 감기에는 항생제 처방이 필요치 않다. 그럼에도 '센 약, 잘 듣는 약'을 요구하는 환자로 인해 우리나라 항생제 처방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지난해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생제 소비량은 31.4DDD(Defined Daily Dose, 1000명당 의약품 1일 사용량) 즉, 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분을 복용하는 것으로 벨기에와 함께 1위를 기록했다.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높은 병원은 64.25%를 기록한 이비인후과로 나타났다. 이어 일반과가 51.71%로 2위를 차지했고 가정의학과 51.17%, 소아청소년과 43.50%, 내과 41.58% 등의 순이었다.

항생제를 과다 처방하는 이유는 환자의 ‘센 약, 잘 듣는 약’ 요구 외에도 항생제 사용에 대한 규제 미비, 병원 수익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에서는 항생제 남용을 우려해 감기와 독감에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없어 항생제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제기돼왔다.

진료비 수입 또한 항생제 과다 처방의 이유다. 실제 진료비 수입이 많은 소아과 의원일수록 항생제를 과다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평균 항생제 처방률은 43.5%였으며, 매출 상위 20개 의원은 이보다 20% 높은 61.9%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성 감기에 세균 죽이는 항생제?!

그러나 높은 항생제 처방율로 인해 오남용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항생제는 직접 세균을 죽이거나 사람의 면역계가 세균 증식을 억제할 수 있도록 작용한다. 항생제를 잘못 사용할 경우 몸 안에 항상 존재하는 유익균 등을 죽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유익균이 있던 자리에 다른 세균이 침입해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감기 등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 치료를 하게 되면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내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55%에 달했다.

순환기내과 최성준 전문의(화이자제약 의학부 전무)는 “일반 사람들은 항생제 처방이 해(害)보다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항생제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항생제 처방율을 높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균 감염 여부를 검사해 항생제를 처방해야 하나 검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경험에 의존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항생제를 과다 사용할 경우 내성균이 생길 수 있으며,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 출현빈도는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성준 전문의는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하게 되면 내성균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치료 실패, 의료비용 상승, 부작용 증가 등 악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며 “올바른 치료에 적절한 양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