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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기고객 발등 찍는 자동차보험사라니…

유재준 기자 기자  2011.04.06 09: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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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크고 작은 보험사들이 즐비하다. 또 보험의 종류와 가지 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치열한 경쟁 속에 놓인 생명·손해보험사들은 고객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내세운 마케팅 경쟁은 여느 업종보다 뜨겁다. 

소위 메이저급이라 불리는 몇몇 보험사들은 메이저리그에서 경쟁을 벌이고, 또 후발주자들도 메이저급을 능가하는 차별화된 각종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보험사들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사 보험에 가입하면 뭐든 다 해줄 것 같은 홍보마케팅을 펼치곤 하는데, 문제는 적지 않은 고객들이 사후 보험처리에서 보험사로부터 황당한 푸대접을 받기도 한다는 점이다.

상위권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보험사들과 신생 보험사의 보험료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자동차보험료의 경우 최고 60% 정도 차이가 나고, 온라인보험의 경우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2010년 6월, 기자는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한 보험사가 자신의 고객을 보호하기는커녕 상대방에게 경찰신고를 부추겨 벌금을 물게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사건 내용은 이렇다.

제보자 A씨는 초등학교 4년생인 딸과 함께 병원에 다녀오던 중 추월을 시도하다 오토바이와 비접촉 교통사고를 냈다. 사고가 발생한지 며칠이 지난 후 ‘인사 처리는 끝났고 대물만 미해결 상태이겠거니’ 했던 A씨는 현장조사를 위해 다시 만난 상대방 오토바이 운전자 B씨로부터 기가 막히는 말을 전해 들었다. A씨를 담당하던 보험사 직원이 B씨에게 “A씨가 보험사 쪽으로 항의를 하고 있어 일처리가 늦어지고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고 일러줬다는 것이다. A씨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로부터 3개월 뒤, 기자도 이와 유사한 일을 당했다.

정차 중이던 기자의 자동차에 오토바이가 달려오다 미끄러져 비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교통사고 처리과정에서 “오토바이보다 과실 수준이 더 높다”며 “인정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에게 고발조치를 권고하겠다”고 했다. 거의 으름장 수준이었다. 

기자는 ‘혹시 내게도 A씨와 같은 경우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사고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타 보험사 관계자들과 만나 설명을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보험사가 자신의 고객을 설득해 사고 사실을 무마시키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와 기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담당보험사 두 곳 모두 업계에서 손꼽히는 유명업체라는 점에서 씁쓸함은 더 크게 다가왔다.  

   
 
소비자들이 높은 보험료를 내면서 유명업체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사고가 났을 때 다른 중소보험사보다 더 꼼꼼히 사건 해결에 나서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큰 보험사일수록 손해사정인팀도 고급 두뇌들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 좋은 머리를 고객 발등 찍는 쪽으로 써선 안 될 일이다. 사고를 당한 고객에게 사건을 없던 것으로 하자고 뻔뻔스럽게 설득하는 보험회사 직원들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