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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위해 상품·마케팅 다양화 '총성 없는 전쟁'

[심층진단] 이벤트-상품판매 등 고객배려보다 ‘영업점 우선’ 입장에서…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4.06 0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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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금융그룹이 영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 효율이 낮다며 대대적인 쇄신을 강조했던 KB금융그룹은 금융권내 리딩뱅크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주력인 국민은행의 순익을 끌어올리는 등 은행권 1위를 탈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B금융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대기업금융그룹과 신성장그룹을 신설하고 락스타존 등을 설치, 젊은층을 적극 공략하는 등 수익모델을 다변화시키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KB금융 어윤대 회장은 “올해 실적이 나쁘면 주가가 형편없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모든 노력을 동원해 기필코 지난 2007년 (이익) 수준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주주들에게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영업 강화에 대한 열의는 ‘와신상담’ 수준이지만, 막상 현장에서 고객 입장에서 영업 아이디어를 들여다 보면 점포나 직원 편의 위주라는 느낌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마케팅을 펴는 경우가 없지 않다.

프로야구 응원팀, 예금 가입한 지점 따라 정해라?

   
 
5일 현재 KB국민은행은 ‘KB국민프로야구예금’이라는 1년 만기 거치식예금(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는데, 2011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총관람객수 600만명을 돌파하거나, 자신이 응원 구단으로 지정한 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이에 비례해 우대 금리를 더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막상 응원팀을 정하는 일은 개인 선호도와 상관없이 상품을 가입한 점포 소재지에 따라 좌우된다.

예를 들어, 서울 소재 KB국민은행에서 이 상품에 가입하려는 인천시민(SK와이번스가 인천을 연고지로 하고 있음)은 은행 소재지인 서울 연고팀(넥센이나 두산, LG) 중 한 곳을 고를 수 있을 뿐이다.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광주 등 호남 지역에서 가입하는 고객은 KIA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만, 지역에 연고 프로야구팀이 없는 제주도와 강원도 소재 지점을 통한 가입자나 인터넷뱅킹 가입자는 선택에 제약이 없다.

프로야구는 1980년대 유력 기업들이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해 탄생했는데, 지역을 연고로 해 애향심을 볼모로 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역색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꼽혀 왔다. 하지만, 근래 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 외에도 프로야구팀 중 선호 문제를 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1년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 선호도 조사’를 보면 롯데(부산 연고)가 13.9%의 지지를 얻어 삼성 라이온즈(10.8%)와 기아 타이거스(10.5%)를 제치고 최고 인기 구단 자리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롯데는 연고 지역인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에서 5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연고지역 즉 구도(球都)라 불릴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부산을 포함하는 영남에서도 롯데를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으며, 롯데 팬들은 영남에 반, 나머지 전국 각지에 반이라는 분포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현거주지와 상관없이 야구 스타일 등 다른 문제로 롯데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팬들이 있을 수 있고, 지역을 이동해 살고 있는 지역민이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같은 갤럽 조사의 2007년 내용 중에는 특정 구단을 좋아하는 이유로 ‘연고지 때문’이라는 응답이 60.9%로 주류를 이뤘지만, ‘좋아하는 선수가 그 구단에 있어서’가 16.3%, ‘야구를 재미있게 해서’는 8.7%, ‘모기업이 마음에 들어서’가 5.8%라고 해, 여러 요인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연고제를 100% 따라간다고 할 수도 없고, 현거주지와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다는 것이다. 서울 연고 3개팀 팬을 더했을 때 전체 야구팬의 1/4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이 상품 연고지를 이렇게 가입을 받는 것은 집계 편의를 위해서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더욱이, 막상 인터넷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 아무 팀이나 제약 없이 고를 수 있게 돼 있음을 볼 때 전산상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데도 굳이 이를 고집한다는 점에서 합리성도 없다고 하겠다. 또한 각 구단별로 동일 조건을 성취했을 때 가산혜택으로 주어지는 이율이 조금씩 다른데, 이는 전년도 성적 등을 감안해 정해진 것으로, 경제적 이익 크기 내지 불이익의 냉철한 가능성과 개인 선호(취향)의 문제를 개인이 합리적으로 정하게 하는 일이 더 낫다는 점에서 문제이고, 서울의 경우 여러 구단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호남 지역 지점을 통해 가입하는 자는 이런 합리적 선택 기회 없이 KIA를 강요당하는 차별 대우 등도 문제다.

락스타존 ‘청년공략 거점’은 언감생심, ‘특정학교 전담지점’ 치중?

KB락스타존이 야심차게 영업에 나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다른 은행들의 학교 내 지점 선점 경쟁과 한 걸음 비껴서 있던 KB국민은행은 대학가 공략에 약하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전국 주요 대학 인근 41개 지역에 락스타존을 개설해 젊은층에 특화된 상품을 판매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등 눈길끌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이같은 락스타존은 이미 대학 구내 및 대학가 인근에 뿌리를 내린 타은행 지점 및 출장소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며 아직 수적으로 우위에는 서지 못하고 있어 접근편의성 면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각종 혜택 제공이다.

각 존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커피점이 입점해 있거나 인근 점포 이용시 할인 혜 택 제공 혹은 세미나실 대여 등 대학생들이 아쉬울 만한 편의 제공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포석이었다. 더욱이 락스타존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들을 내놓아 높은 이율을 보장하는 등 대학생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같은 특화 점포 영업에 대해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회의적인 발언이 나왔지만, KB금융 어윤대 회장은 “3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고 공언, 장기적 관점에서 이같은 전략을 계속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 했다.   

락스타존에서는 전용상품인 ‘KB 락스타 통장’, ‘KB 락스타 체크카드’를 판매, 가입을 받고 있다. 상품 자체로도 유사 상품보다 특장점이 있으며(예를 들어 락스타 통장은 동년배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KB스타트 통장’에 비해 일부 혜택이 더 있다), ‘KB락스타 적금’도 출시, 앞의 상품들과 같이 가입, 유지하면 우대금리를 더해주는 등 시너지 효과도 높다.

이에 따라 락스타존 관련 홈페이지나 온라인상에서는 락스타존을 찾아 가입할 것을 검토, 문의하는 등의 움직임도 관찰된다.

하지만 일부 운영상 해당 소재지 위주의 근시안적인 영업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 이벤트가 특징에 맞춰 해당대학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파트타이머 채용 등에서도 인근 대학 교내 마케팅 등을 염두에 두고 해당 학교 학생을 우대해 뽑거나 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고(이런 현상은 서포터즈를 업무 보조 등 락스타존 시설 편의 관리라는 면에서 쓰지 않고 카드 판촉 등에 동원한다는 비판이 지방에서 나오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본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도 ‘해당 학교별 배당’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짜여져 있는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

   
 
일례로, 배낭여행 추첨의 경우에는 해당 ‘학교별’로 추첨 인원을 고르게 ‘배정’하겠다고 하였고, 수혜 대상에서도 ‘대학생’ 등을 명시한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만 18세 이상~28세라는 락스타존의 특화 상품 공략 연령대 중에서 대학생 특히 해당 락스타존 설치 지역 인접 대학생 외의 고객을 배제하는 것이 되고 만다.

41개 락스타존 분포도를 보면, 대학이 많이 몰려 있는 전북 익산이나 강원권에서 특히 취약하고, 서울소재 대학 등에서도 신촌-이대 지역 락스타존을 제외하고는 해당 대학 전담 외에도 인근지역 거점 역할도 때로 소화할 수 있는 이중적 지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은 KB 내부에서도 락스타존 영업의 범위를 스스로 좁게 인식하고 있다는 풀이를 낳을 수 있다.

아울러, 젊은층에서도 대학생과 비대학생을 가르고 있다는 것이 되기도 한다(이렇게 되면 스타트통장 등으로 모두 커버할 수 없는 층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미지에도 마이너스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막상 전산 내역을 통해 분류하면 어느 락스타존을 통해 가입자가 발생했는지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인데, 지점별로 이벤트 추첨에서 혜택 배당을 한다는 것은 이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해당 대학을 집중 마크해 영업 성과를 내라고 각 존에 동일한 압박이 가해지는 것이 돼 불합리하다. 각 락스타존마다 개설 크기와 입지 조건이 다르고, 전에 뿌리를 내린 경쟁은행지점의 영업력이 다르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불합리한 배당이 될 수 있다. 

어떤 각도에서 보든, 대학 취학 연령에 해당하는 청년 고객층을 새로 흡수하기 위해서라는 대의에서보다는 각 점포별 해당 대학 장악 능력 검증이라는 점에서 락스타존 운영이 변질될 여지가 높고, 이벤트 등에서 이런 우려가 언제고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두 사례는 해당점의 단순 편의를 위한 것이냐 영업 목표와 범위를 어디로 두느냐라는 문제에서는 조금 다르지만, 모두 영업을 유치한 지점 내지 존을 중심으로 사고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KB국민은행이 말하는 영업 강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점에 의문을 낳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해당 금융회사(은행)과 주주만이 아니라 이용 고객 중심으로 사고가 가미된 영업 강화가 가능할지 향후 다른 사업들에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