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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환율하락…뒤바뀐 주도업종

달러당 1100원선 붕괴 후 수익률 내수주↑ 수출주↓

박중선 기자 기자  2011.04.05 17: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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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환율하락(원화강세)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외환당국은 물가 정책 운용에 비상이 걸린 터라 수출보다는 물가를 선택하고 환율하락을 일부 용인하는 분위기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환율하락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원화강세를 등에 업은 내수주가 상승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환율 전망과 주가흐름 이에 따른 수혜주를 진단해봤다.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美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4.5원 내린 108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로 내려선 것은 지난 2008년 9월8일(1081.4원) 이후 처음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지지선을 1050원선으로 여기고 있어 1100원선 붕괴가 증시의 추세적 상승에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환율 하락이 외국인 매수세에 탄력을 준다는 면에서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도 우려할 부분이 아니며 일본 엔고를 막긴 했지만 아직 끝났다고 볼 수 없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지만 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 원고는 수입제품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펀더멘탈이 받쳐주는 상황에서의 원·달러 환율 하락은 경제와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었다”고 설명했다.

◆물가압력 경감 전까지 환율하락 이어질 것

5일 외국인은 15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코스피 사상최대치 경신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대한 이유를 환율에서 찾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를 무너지며 30개월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고 지난 4일 1086.6원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원화강세 흐름에 외국인들이 환차익을 목적으로 매수강도를 높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시기에는 원화 강세 용인이 효과적인 물가안정 수단. 출처는 통계청, 한국은행.

환율의 향방은 오는 7일 ECB(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ECB의 금리인상 여부가 향후 달러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이정표로 원화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단기간에 1050선을 이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달러의 약세현상이 미국의 경기모멘텀을 반영한다기 보다 오는 7일 ECB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 데 따른 상대적 약세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박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달러인덱스 구성하는 통화 중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57.6%다.

박 선임연구원은 “현재 유럽의 상황에서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은 바 오는 7일을 기점으로 오히려 달러의 강세 현상이 나타나 원화의 빠른 절상흐름은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외환당국이 원화강세를 용인하는 분위기라도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관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위의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반면 유로존 국가들의 인플레 압박으로 ECB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나중혁 책임연구원은 “ECB는 매 분기 마다 성장 및 물가에 대한 전망을 수정 발표하는데 통화정책회의 직후 공개한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0.3%p 및 0.5%p씩 상향 조정돼 성장에 대한 기대감보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유럽 PIIGS 국가들의 채권만기 부담이 경감되기 시작하는 시점을 감안해 빠르면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ECB의 금리인상 시점은 급격히 앞당겨질 것(4월)”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수출주 보다는 내수주로 대응

따라서 당분간 원화강세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수 역시 추가 상승 대한 기대감이 높고 원화강세 수혜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금융ㆍ유통ㆍ음식료 등 내수주에 유리하고 자동차ㆍ전기전자ㆍ철강 등 수출주에 불리하다.

환율 하락은 국내 수출기업들의 이익전망치가 더욱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최근 IT수요회복의 지연으로 삼성전자를 비롯,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전기전자업종 내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1분기 영업이익 대부분이 하향 조정됐고 환율 하락은 하향 폭을 더욱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지진으로 상대적인 수혜가 기대됐던 수출 업종들은 환율 하락을 반길 수 없는 입장이다.

또한 원화강세 흐름 속에서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이어왔던 자동차업종도 최근 엔화의 약세현상과 환율 하락이 맞물려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대·기아차는 연초 원·달러 환율 1100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했는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수출주 보다는 내수주 위주로 대응할 것을 권고 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증권·유통·운수창고·건설·기계·철강금속 업종은 최근처럼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국면에서 성과가 좋았다”며 “이들 업종들이 대부분 양호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현시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최근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실적호조를 바탕으로 한 내수업종의 시장 대응이 유리해 보인다”며 “원·달러환율 1100원이 붕괴된 이후 외국인이 매수한 업종을 살펴보면 전기전자·운수장비·금융·철강·유통 업종순으로 외국인은 실적개선 기대감과 원화강세 수혜가 함께 작용한 금융과 유통업종을 매수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