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3일 정부의 지속적인 유가 압박에 SK에너지가 손을 들었다. 지속적으로 정유사에게 가격 담합과 유통 마진 의혹을 제기하던 정부 정책에 SK에너지가 유가를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지난 수개월 동안 마진이 없다고 울상 짓던 정유사의 갑작스런 결정 변화에 업계가 의아해 하고 있다. 태도를 돌변해버린 SK에너지. 이번 정책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내용을 살펴봤다.
지난 3일, SK에너지는 오는 7일 0시를 기점으로 전국 자사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ℓ당 100원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 SK쥬유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주유금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시 ℓ당 1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SK에너지는 그동안 지속된 고유가로 인해 많은 언론들의 지탄과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진이 없는 적자소에 허덕이고 있다는 핑계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러한 SK에너지가 하루아침에 국민 고통 분담과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부응하고자 가격을 인하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SK에너지의 유가 할인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또 아무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사회공헌적인 정책으로 감싸더라도 기업이 손해를 보는 정책을 낼 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상최대 분기 실적, 분위기는 ‘최악 실적’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에 따른 고유가 장기화와 일본 대지진에 의한 역내 수요 급증 등 호재가 겹치면서 지난 1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오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압박이 지속되자, 지난 3일 SK에너지는 유가 인하 결정을 발표했다. |
하지만 이런 실적에도 정유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킨 주범으로 오해받은 상황에서 실적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한탄했다.
국민들은 고유가로 고통을 앓고 있는데 정작 정유사는 자기 입만 채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눈치 보다 ‘선수치기’?
SK에너지의 유가 할인 결정은 지난 일요일였던 3일 발표됐다. 지속된 유가 인하 요청에도 불구하고 마진이 없어 유가 인하는 어렵다던 SK에너지가 갑작스런 할인 결정을 내리자 업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정유업계는 ‘원적지 관리’와 관련해 담합 의혹을 받아 왔다.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과징금 1조원 부과 가능성 제기와 동시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에서 담합 혐의를 최종 확정할 경우, 정유사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담합과 관련해 예상되는 과징금은 혐의가 발생된 이후 누적 매출액 5∼7% 규모로 부과하는 기준을 적용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막대한 과징금 부여할 분위기가 조정되자 마침내 전국 4500여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정유사 SK에너지가 두 손을 들게 됐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SK에너지 관계자는 “유가가 최대치에 달하고 있어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물가안정 노력에 협력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 정유사들은 타 경쟁사 동태를 살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무리하게 공급가 인하를 진행할 경우 자칫 기업 운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업계 분위기를 보고 있다”며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1~3% 수준에 불과한데 이 같은 영업이익률 조차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압박 끝에 유가 인하 결정을 내버린 SK에너지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경쟁 정유사.
이러한 정유사의 눈치게임이 계속되는 동안, 지경부 최중경 장관은 “고유가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SK에너지의 가격인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통분담과 상생의 정신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