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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와 현대건설…11년만의 ‘왕의 귀환’

‘가신 3인방’에 밀려난 뒤 자동차사업에 몰두…세계최고 반열 ‘우뚝’

이철현 기자 기자  2011.04.04 12: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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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 후 지난 1일 서울 ‘계동’으로 돌아왔다. ‘왕자의 난’으로 계동을 떠난 지 11년이 흘렀다. 정 회장은 지난 2000년 3월 경영권 경쟁에서 패배한 뒤 자동차계열사들을 안고 떠났다. 그해 11월 서울 양재동에 둥지를 튼 뒤 현대자동차그룹을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렸고, 과거 현대그룹의 모기업이었던 현대건설의 새 주인으로 드라마처럼 ‘왕위’에 등극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왕자의 난 당시, 정몽구 회장은 동생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측근이었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전보시키면서 형제간 갈등이 증폭됐다. 하지만 정 회장은 동생과 소위 ‘가신그룹’의 역공을 받고 오히려 현대그룹 회장직을 빼앗겼다.

정 회장은 계동을 떠나면서 “앞으로 정몽헌 회장과 각사가 협조해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는 짧은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 일부 계열사 경영에 몰두했다.

◆가신의 역공에 그룹회장직 빼앗겨

이익치 회장과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김재수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장 등 가신 3인방은 모두 정주영 명예회장의 비서실 출신이었다. 이들은 당시 몸이 불편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 주변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현대 주변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그들에 의해 쫓겨났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으로부터 현대차·기아차·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 10개 계열사를 떼어내 조용히 ‘계동’과 인연을 끊었다. 건설·전자·금융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모두 고 정몽헌 회장 몫이었다.

분리될 당시 현대차는 연매출 규모 18조원의 세계 11위 자동차업체였다. 당시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자동차의 위상은 주목을 끌지 못했다. “빅5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던 때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재계 서열 5위 자동차전문그룹이 지금은 재계 서열 2위 그룹으로 올라섰고, 분가 당시 36조1360억원이던 자산은 지난해 100조7750억원까지 무려 3배가 늘었다.

정 명예회장의 생애 소원이었던 일관제철소 사업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월 당진제철소를 준공하면서 세계적인 제철기업으로 우뚝 섰다. 자동차와 제철, 여기에 건설 부문 인수까지 마무리하며 옛 현대그룹의 막강 면모를 다시 새워내고 있다.

정 회장 4월1일 첫 현대건설 조례에서 “현대건설의 건설부문을 자동차, 철강과 더불어 그룹의 3대 핵심 미래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건설에 향후 10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0년까지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초일류 건설회사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대 핵심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

11년 만에 계동으로 돌아온 정 회장이 현대건설에 거는 기대는 매우 커 보인다. 현대그룹이 향후 현대차그룹과 함께 낼 시너지 효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궁금증이 크다.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인 현대엠코와 대한민국 ‘건설 맏형’ 현대건설이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의 치열한 인수전 끝에 지난 1월7일 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후 현대건설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매진한 결과 지난 1일 최종 잔금 4조 4641억원을 납입함으로써 인수절차를 마무리 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이번 현대건설 인수로 인해 계열사 50개, 총자산 126조원, 국내외 임직원 18만4000명에 육박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