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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파행 주총’, 론스타에 책임 물을 방법은?

[심층진단] 미국식 ‘프리미엄반환이론’ 직수입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4.04 07: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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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마디로 최대주주 론스타에 의한, 론스타를 위한 독주였다.

외환은행이 몸살을 앓고 있다. 3월31일 외환은행 주주총회에서는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등을 이사로 최종 선임하고, 주당 배당액을 850원으로 증액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외환은행은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하나금융지주가 추천한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과 장명기 현 수석부행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확정하는 등 하나금융으로의 매각 이후를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울러, 이번 외환은행 주주총회에서는 하나금융에 큰 선물을 안겼다.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와 인수 측인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외환은행 인수 계약 당시 론스타에 주당 850원의 배당액을 보장해주고, 외환은행의 배당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당초 외환은행 이사회가 논의, 확정한 580원 배당안을 론스타측이 급거 850원으로 증액수정함으로써, 결국 이번 주총 결과, 하나금융은 부담을 덜었고 외환은행은 배당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비상임이사, 사외이사 선출 문제만 보더라도 하나금융 측 추천인인 윤 행장이 산임이사가 된 것과 유사하게 하나금융을 크게 돕는 게 실상이다. 오는 5월31일까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론스타 측에서 선출한 이사들이, 인수가 무산되면 하나금융 측 추천 이사들이 자동적으로 사퇴하도록 두 가지 플랜을 혼용한 혜택을 제공했다.

◆외환노조 ‘대리인 절차 문제’로 무효 노려

주주총회 전부터 강당 앞에서 시위를 벌인 외환은행 노조는 총회 결과가 무효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상법 제447조에 따르면 이익배당액이 기재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는 주주총회 전에 이사회에서 승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론스타를 위해 불법을 마다않는 경영진이 (이사회에서 미리 정해진) 배당액을 증액하는 수정동의를 받아들인 것은 법과 절차를 무시한 절차”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번 주총 결과 “외환은행의 배당은 작년 중간배당 235원을 포함해 1085원으로 늘어나고 배당성향은 51.5%에서 68.5%로 크게 늘어난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이익을 위해 외환은행의 장기적인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수정안 부의를 위해 참석한 론스타측 대리인이 상임대리인이 아니라 법무법인 소속원이라는 논란도 시빗거리다. 금융투자업규정상 법무법인은 상임대리인의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논란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무효’를 다투는 것이라 큰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의외로 파급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절차적’ 시비에 초점을 둔 것이기 때문에 가처분이나 실제 무효확인 소송으로 가도 론스타의 반박 자료 등에 손쉽게 격파당하거나, 지지부진하게 장기전으로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절차상 문제 아니라 ‘소수주주 보호의무 위반’으로 풀면?

이에 따라 근원적으로 론스타의 ‘횡포’에 대응할 논리를 구성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론스타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기는 쉽지 않다. 론스타가 최대주주인 점과 그 지분을 감안하면, 회사법상 최대주주의 주주총회 장악과 사실상 경영권 행사를 막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나금융을 양수인으로 선정하는 점과 그 진행에 스피드를 내는 일, 배당차액 보전 계약(주당 배당액이 850원을 밑돌면 그 차액을 하나금융이 물어주도록 한 일)에도 불구하고 배당액을 론스타 마음대로 조정해 버리는 등 모든 일이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M&A 과정에서 최대주주, 다른 표현으로 지배주주의 이 같은 행보를 막을 방법, 바꾸어 말하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방안은 전혀 없는 것일까?

최대주주는 다수결에 의해 일정하게 회사의 최종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가리며 회사를 지배한다고 표현(‘증권거래에 관한 제문제’, 법원도서관 저, 2001, P.126)하는 등 그 힘은 막강하다.

하지만, 론스타 같은 절대적으로 다수결을 장악하는 대주주와 그가 경영진에 갖는 영향력을 검토할 때에, 매각 추진 등 거의 절대적인 문제들이 론스타 의중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더라도, 2대주주 등 다른 대주주들을 위시해 소액주주들의 권리와 이같은 최대주주의 이익이 배치되는 경우 그 제한에 대한 이론과 판례 또한 태동, 성장해 온 바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반환 이론 등이 그것이다. 프리미엄 반환 이론은 최대주주가 사실상 갖는 경영권이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데 따른 최대주주 ‘개인’의 것이 아니라 ‘회사’에 당초 속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매각 등에서는 이를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논의는 미국에서도 아직 완전히 확립된 것은 아니며 논의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외환은행 M&A를 매듭짓는다 해도 소액주주가 이를 곧장 한국 법원에서 원용, 소송을 제기해 이익 나누기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근래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된 ‘이익공유제’처럼 이상은 좋지만, 현실화에는 갈 길이 먼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프리미엄 반환 이론이 다른 이론과 결합하면, 제한적으로나마 판례 등에 특징적인 영향을 남겨 실질적으로 소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번 3월 외환은행 주주총회 파행 진행 건은 이런 미국 판례 등에 비춰볼 때 접목폭이 넓고 적절하다는 해석이 가능해 크게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프리미엄 반환 이론에 기반해 최대주주가 갖는 M&A 등 국면에서의 소수주주 보호 책임을 추출해 낸다. 아울러 이에 따라,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이론과 판례를 보면(이하는 ‘증권거래에 관한 제문제’ P.142 이하 등을 참조), 프리미엄 반환 책임의 요건과 같이 지배주주가 그 양수인이 회사재산을 약취하거나 하는 경우 이를 최대주주가 알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매각하는 경우 책임을 묻는 데 상당한 긍정적 논의를 한 바 있다. 지배주주의 충실 책임(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데, 회사재산을 약취할 의사가 명백한 자에 넘기는 경우의 배상 책임론(Sale to Looter 이론), 지배주주가 양수인을 위해 이사를 (계속) 교체하는 경우에 권리 남용이 있으면 안 되고(Sale of Office 문제) 그 프리미엄을 회사에 반환해야 논의가 형성돼 있다.

이런 이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대주주가 자신이 고른 양수인에게 자신의 주식만을 이전해 M&A를 성취하더라도, 그 M&A를 의한 이사진 교체 등에 문제가 있거나 고의로 회사 재산을 낭비하는 등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례도 형성돼 있다.

일명 Bosworth v. Allen 판결(168 NY.S 157, 61 NE. 163(1901))을 보면, “이사들이 회사의 이익을 배반하여 회사의 재산을 착복하거나, 고의로 회사의 재산을 낭비하거나, 직무행위에 대해 금전을 수수하거나 또는 그들의 지위를 사임함으로써 지배권을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중략) 낭비한 금전이나 재산에 대해서도 회사에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지배주식양도시의 소수주주의 보호 :미국의 프리미엄 반환책임을 중심으로’, 문경희 서강대 석사학위 논문, 2000년 2월 등도 이를 소개하고 있다).

◆고액배당 끝까지 고집해 손실입힌 론스타, Bosworth 판례에 준용해 보면?

그런데, 론스타와 하나금융과의 외환은행 매각 거래 논의와 그 와중에 3월31일에 통과된 외환은행 주주총회 안건들을 보면, 이같은 프리미엄 반환 이론과 소수주주 보호 의무 위반 문제를 충족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식 판례를 그대로 원용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도 된다는 지적이다(단 현행법상 근거가 마땅찮으므로 포괄적으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에 위한 배상 청구가 될 것이다).

론스타는 최대주주로서,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환은행 매각 와중에 고액배당 등을 밀어붙였을 뿐만 아니라 굳이 외환은행 고액배당을 고집함으로써 하나금융이 보전해야 할 차액보상의무를 면제시켜 줬다. 더욱이 아직 매각이 승인이 난 상황이 아니며 자신(론스타)의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의 파기 환송 문제로 매각 계약 추진 자체가 앞으로 불투명해진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데, 굳이 이런 상황에서 매각이 완료되거나 완료를 순조롭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조건부 비상임이사와 사외이사 임명안’을 통과시켜 주는 등 하나금융에 지나친 배려를 하고 있다.

이런 점은 위에서 설명한 Sale of Office 문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금융으로의 매각이 외환은행의 건전한 운영 가능성에 전혀 혹은 상당히 도움이 안 된다는 우려 목소리(예를 들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으로 피인수되면 그 즉시 공멸한다고 주장한다)가 많은데 이는 Sale to Looter 이론에 해당할 것이다.

더욱이, 배당차액을 하나금융에게서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연(갑자기) 안건 수정이라는 무리수(수정안 부의를 위해 참석한 론스타측 대리인이 상임대리인이 아니라 법무법인 소속원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점)까지 두면서 하나금융의 이익을 챙겨준 점도 론스타가 배상책임까지져야 한다는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론스타 자신은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위를 한껏 남용해 부담하지도 않아도 되는 고액배당을 남기고 떠나면 제2대주주 등 대주주들과 소액주주들은 외환은행 자산이 그만큼 깎인(감쇄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며, 이 점은 Bosworth 케이스에서 미국 법원이 인정한 ‘재산 낭비시 배상 책임 발생’ 문제의 논리를 그대로 활용 내지 준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하겠다.

◆민법상 불법행위 구성 이후 ‘입법론’ 과제 남겨

이에 따라, 외환은행 노조 등 이번 주주총회 진행 과정과 그 내용에 불만이 많은 관계자들은 론스타의 폭거라는 각종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외에도 본원적으로 론스타가 이같은 최대주주 지위에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해친 점과 규모를 산출해 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있어 보인다.

다만, 이 논의가 실정법상 근거는 여러 상사법상 원리,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나 민법 제2조(신의칙) 등을 기반으로 하지만 미국 판례와 이론을 다수 빌려오고 유추적용하는 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상 잡음을 해결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차근차근 논의할 가치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주주의 충실의무(자신 외의 주주 이익을 보호할 필요)는 론스타와 같은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 상황 외에도 이른바 재벌 문제 등에서도 부과되어야(인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높은 것이고, 이와 같은 논의가 판례로 구체화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판례법 국가가 아니라는 점(막상 개별 사건에 있어서 판례가 어느 정도 권위를 갖고 언급되지만 직접적 효과를 인정받지는 못함)에서 관련법 정비 필요성이 높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론스타의 충실의무 문제(최대주주 지위 남용에 따른 배상책임 발생 문제)를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통해 미국식 프리미엄 반환 이론 등을 한국화하면서 특별법으로 만들면 소액주주 보호면에서 가장 앞선 법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