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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트 초저가경쟁에 우롱당한 느낌 드는 이유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4.01 15: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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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1월 이마트를 필두로 주요 대형마트간 가격경쟁이 치열했다. 이마트가 12가지 핵심 생필품에 대해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밝히자, 일주일 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이마트 가격인하 제품보다 단돈 10원이라도 ‘무조건’ 더 싼 값에 팔겠다고 선언했다.

이마트는 다음날 할인품목을 10개 더 추가했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이마트 추가 할인 품목 10개에 대해 자체상표 상품을 제외하고는 더 싼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당시 언론은 업계 1, 2, 3위를 달리는 3사의 이 같은 행위에 '광고전쟁'이란 이름을 붙여 출혈 경쟁을 부추겼고, 그럴수록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긴장은 고조됐다. 납품가 단돈 10원을 낮추더라도 협력업체가 갖는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10원 가치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어떠했는가.

"마트 한번 방문할 때 꼭 필요한 상품만 고민하며 골라도 10만원이 든다. 개당 10원씩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도 합해봐야 700원하는 껌값도 안 된다"

5년차 주부의 말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최근 대형마트 간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초저가마케팅 전쟁이다.

지난달 22일 홈플러스는 '착한'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모니터 판매에 나선데 이어 23일에는 생닭 판매에 돌입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분위기가 겹친다. 롯데마트의 '통큰'이 '착한'으로, 'LED TV'가 'LED 모니터'로, '치킨'은 '생닭'으로 바뀌었다.

롯데마트를 겨냥한 이벤트였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착한 모니터'라 이름을 붙인 모니터는 홍보했던 것과 달랐고 공정위에서는 '거짓광고' 조사에 나섰다. 결국 홈플러스는 3월31일 반품을 결정했다. 그렇게 '착한 모니터'는 출시 하루만에 '나쁜 모니터'로 돌변했다.

판매 첫날 10분만에 동이난 '착한 생닭' 역시 500g짜리 양계용 삼계탕 닭. 네티즌 아이디 블리엠은 "홈플러스가 낚은 거냐? 싸긴 하지만, 이렇게 아침부터 줄서서 사야할 정도는 아니다"며 허탈한 심정을 전했고 40년차 가정주부 최영희씨도 "1.5kg은 돼야 4식구가 먹을 수 있는데, 500g짜리를 2마리 한정으로 판매하면 무슨 요리를 해 먹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3월30일엔 롯데마트가 나섰다. 지난해 '통큰 치킨'으로 한바탕 재미를 본 롯데마트는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피자를 겨냥해 크기는 1cm 더 크고 가격이 같은 '더 큰'이란 이름을 붙이고 연말까지 40~50개 점포로 확대해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6개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조금씩 팔아왔지만 이제부터 제대로 판매할 심산이다. 홈플러스의 '착한' 마케팅이 연일 이슈가 되니 롯데마트가 또 하나의 카드로 '더 큰'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다. 이른바 '일타쌍피(一打雙皮)' 작전이다.

대형마트들의 마케팅 경쟁이 고속질주다. 서로를 모방하면서 경쟁사보다 더 싼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면서도 소비자 만족은 뒷전이다. 제대로 된 제품의 질과 적정가격도 무시했다.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도 여전한 모양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 갈 때 그냥 한 가지 품목만 사가지고 오지 않는다. 한번 간 김에 양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나온다. 따라서 대형마트들이 초저가 대표상품으로 출혈을 한다 해도 전체 매출은 증가해 결국 마트들에겐 이득이다.

대형마트에서 꼭 필요한 물품만 골라 사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것이 최근 물가다. 소비자는 당장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면 현혹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마진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를 손해를 보고 만다. 일련의 사건들이 말해주는 손해의 대상은 소비자와 납품업체, 동네 상권이다.

   
 
대형마트가 '물가안정'이란 이름 하에 무리하게 내린 가격으로 발생한 손해는 고스란히 납품업체의 몫이 된다. 아울러 이러한 전쟁을 치루는 사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곳은 골목상권이다. 소비자들도 결국 대표상품에 현혹돼 갔다가 우롱당한 느낌으로 돌아온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출혈전쟁은 소비자와 납품업체를 이용한 제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 소비주체, 생산주체, 유통주체 삼자가 공존해야 시장이 형성된다는 경제 원칙에 입각해 연례행사처럼 실시되는 대형마트 마케팅 전략, 소비자가 바꿔야 한다. 소비자가 통 크고 착하다는 달콤한 말속에 꾀어진 사이 과자 혹은 담배 하나를 사기 위해 차를 끌고 마트에 가야 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