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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육성 이면에 ‘수지타산’ 셈법이…

[위험한 인력운영 실태 ②] 대한항공 조종사교육의 ‘허와 실’

나원재,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4.01 10: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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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재무구조개선 졸업을 기대할 만큼 지난해 최대실적을 달성한 대한항공. 겉은 화려할지 모르겠지만, 안팎으로 쌓인 과제가 많다. 근래 들어 잦은 정비결함으로 안전불감증 비판을 받아오던 대한항공은 급기야 최근엔 대통령 전용기 회항 소동까지 벌인 터라 이 회사의 안전시스템을 바라보는 여론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안으로는 조종사들과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의해 제기된 ‘외국인조종사 파견 논란’ 그 이면에는 대한항공이 인재육성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뒤따른다. 대한항공의 인력 운영 실태를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대한항공의 인재육성 시스템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항공사업의 핵심인 조종사 육성에 대한 대한항공의 부적절한 행태를 꼬집는 것으로, 인력개발에 소홀하다는 불만과 지적이 곳곳에서 새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본지가 3월17일 보도한 ‘외국인조종사 불법파견 논란’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보도에서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외국인조종사 불법파견은 국내조종사들의 이직과 역차별로 인한 사기 저하, 그리고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외국인을 활용하려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현재 대한항공의 조종사 인력운영 실태에 빗대보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해진다. 물론 모든 운영이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지적은 살펴볼 필요는 있겠지만, 이면에 대한항공의 그간 비행훈련원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이러한 시선을 쉽게 지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훈련규모 축소에 비용 부담까지…

무엇보다 대한항공 인력개발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대목은 ‘수지타산적’만을 앞세운 듯한 인력운영이다. 

대한항공 사측이 조종사 교육을 관할해온 제주비행훈련원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공대학교에 넘겼다는 비판이 있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항공대에 훈련원을 넘긴 이후 훈련원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이에 대한 투자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

   
대한항공 인력개발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대목은 ‘수지타산적’만을 앞세운 듯한 인력운영이다.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예전 제주비행훈련원을 운영할 당시 수료 후 입사와 함께 15년 근무를 조건으로 직접 채용을 시행, 교육비용까지 지원했지만 이제는 교육생들이 교육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15년 근무 조건도 이와 함께 소멸됐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변경된 내용으로, 조종사노조는 현재 대한항공 모기업인 정석기업 내 정석학원이 운영하는 항공대 비행훈련원 APP(Airline Pilot Program)에 따라 전혀 비행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 또는, 미국 등에서 개인적으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조종사노조는 “15년 근속 조건이 사라지며 더 이상 인력에 직접적인 비용을 투자할 매력이 없어진 게 아니냐”며 “이에 따른 인재양성이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항공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비행교육훈련원을 지난 2009년 말 이후 울진군에 설립해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 또한 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울진비행교육훈련원은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부터 난기류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정부 관할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매년 1인당 약 1000만원의 교육비용을 지원, 연간 100~150명이 해외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후 국내 자격증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외화소비를 방지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지만, 정작 훈련 후 취업에 대한 보장은 명확하지 않은 까닭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가용비행기 등 중소형 항공업체가 많은 곳에서야 훈련 이후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취업과 비행교육이 이뤄지지만, 항공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에서는 대형항공사 외에는 갈 곳이 없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적어도 대한항공의 경우, 울진비행교육훈련원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사람을 구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이러한 교육 환경에는 편법적인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게 조종사노조의 주장이다.

◆교육훈련에 편법 동원 논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자사 저가 브랜드 진에어의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비행훈련 시간은 각각 1000시간, 500시간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제대로 된 1000시간의 교육훈련을 받지 않고도 시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귀띔한다.

   
조종사노조는 제대로 된 인재개발 없이 항공산업 발전은 없다고 입을 모다 얘기한다. 사진은 제주비행훈련원 내 훈련기 citation.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예전 대한항공을 막론하고 현재 항공대는 소위 외국에서 운영하는 사설 플라잉스쿨 형식으로 인원을 모아 대한항공 입사 시 다리를 놔주는 조건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 12만달러 전액을 본인 부담으로 하고 있으며, 플라잉스쿨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 비행시간이 충족되면 본인이 돈을 더 내고 교관생활을 하며 1000시간을 채워나가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는 비행 경력을 쌍기위해 한 명이 조종해도 되는 소형 비행기에 두 명을 태워 훈련시간을 채우기도 한다”며 “공군사관학교의 경우, 조종사 의무복무 기간이 15년으로 변경돼 이러한 여파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채 출신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와 인재누수, 자유롭지 못해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조종사 한명에 투자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조종사들의 이직 등의 문제까지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조종사노조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항공산업 발전에 앞장선다는 대한항공의 행태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대로 된 인재개발 없이 항공산업 발전을 논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자발적인 인재양성은 뒤로한 채 외국인조종사를 점차 늘리고 있는 현실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조종사 간 근로조건의 차이도 이러한 불만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조종사노조는 역차별과 사기저하도 점차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대한항공의 우수한 인재가 중국 등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가 되고 있는 이유다.

결국, 대한항공은 기업의 인재육성에 있어 투자와 부담 중 한 곳에 보다 힘을 실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인풋 대비 아웃풋을 논하는 철저한 경제논리를 대입한다면 여기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이는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인력운영 실태’ 시리즈 세 번째에선 최근 대통령 전용기 회항사건 등 그간 벌어진 대한항공의 ‘기체결함 문제점’ 등에 대해 보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