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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유사 협박만이 능사 아니다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3.31 09: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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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유사가 1/4분기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29일 정부가 석유가격 TF 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이번 1/4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실적은 리비아 사태 등 주요 산유국의 정정불안과 일본 대재앙 등으로 석유제품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자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이와 더불어 일본정유사의 가동중단으로 석유제품 가격도 배럴당 10달러 가량 올라 정유 4사는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반사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실적을 올린 국내 정유사들은 서민들의 곱지 않을 시선에 오히려 좌불안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1/4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 규모로 나오면 기업의 노력이나 경영능력보다는 정유사가 이익을 챙긴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정유사의 근심과는 반대로 이러한 실적은 정부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가 54%가 차지하고 있어 이번 분기에 정부가 거두는 세금 역시 수 조원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유가의 비난은 정유사에게 향해졌다. 특히 정부는 지난 1월 국내 석유가격이 ‘비대칭적’ 구조로 됐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바로 잡고자 ‘석유가격 TF’를 출범했다.

하지만 이번 TF 결과에서 이런 구조를 밝히지 못하자 정부가 혼란을 겪게 됐다. 회계사 출신인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은 “정유사 원가를 계산해볼 것”이라고 협박을 가하다가 이번엔 “정유업체들은 정부에 성의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신경질 냈다.

   
 
이젠 화살이 정부를 향하고 있다. 대통령 및 장관들의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정책은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TF 조사 결과처럼 하자가 없는 정유사를 상대로 먼지를 털기보다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통해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해야 된다.

아무런 효과 없는 조사 결과를 세 번이나 미루고 있는 정부. 과연 어떤 기발한 대책을 가지고 나타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