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돈에 발이라도 달린 것일까?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이다. 친구들과 술 한 잔 마시고 싶고 이른 아침 이불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생각 참아가며 힘들게 벌고 있는 돈이 도무지 어디에 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으면 깜짝 놀라 계획적인 지출을 다짐하지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생각 없이 결제를 한다.
지출을 많이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많은 돈을 쓰고도 그만큼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명세서를 보고 생각보다 많은 결재금액에 놀란다는 것 자체가 내가 쓴 돈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나게 놀고 맛있게 먹고 멋진 물건을 사면서도 행복하기는커녕 무언가 불안하다.
사람마다 심리적인 지갑을 여러 개 가지고 있어서 어떤 사람은 먹는 것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는 반면에 옷을 사는 돈은 아까울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보다 타인을 위해 쓰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작년에 상담한 20대 중반의 사회복지사는 급여의 2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었다.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고 미래또한 준비해야 하지만 그것이 돈을 버는 이유이고 행복이라고 했다.
소득에 비해 좀 과한 지출이었지만 기부에 대한 지출을 줄이지 않았다. 내가 얼마만큼의 돈을 어디에 쓰고 있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하게 안다면 액수를 떠나서 결코 아깝지 않다.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출은 무엇인가? 돈을 쓰면서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것이 지출을 관리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버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하고 힘들게 벌어 되는대로 써버리면서 돈이 사라진다고 불평한다. 목이 마른데 빵만 먹으면서 갈증이 사라지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복하게 지출하기 위한 시작은 현재의 지출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한 달 지출금액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얼마만큼 지출하는지 확인해야한다. 가계부를 작성해서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힘들다면 신용카드 명세서 3개월 치를 분석해봐야 한다. 각 항목별로 분리해서 합산해보고 평균 금액을 계산해보면 된다. 생각보다 지출이 많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있다면 지출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느끼기에 옷을 사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다면 괜찮은 것이고 먹는 것에 아깝지 않다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돈을 어디에 쓰는 것이 행복한지 생각하지 않고 지출하면서 아깝다고 느끼고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항목별로 지출이 파악되었다면 이제 예산을 세워보자. 한 달 동안 노력해서 번 돈을 어떤 항목에 얼마만큼 쓰는 것이 행복할지 하나하나 고민해 보도록 하자. 예산 없이 지출하다보면 쓸 때 행복하더라도 너무 많이 쓰게 되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 우선, 한 달 총 지출예산을 정하고 항목별로 분배해 보도록 하자. 그리고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예산대로 지출한다면 똑같은 금액을 지출하더라도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시간과 돈을 어디에 쓰는지만 확인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돈을 쓰면서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만큼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자신이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지출내역을 확인해보고 힘들게 번 돈을 어떻게 쓰면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오병주 overmas@podofp.com
-現 (주)포도재무설계 중앙지점 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