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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혁 없는 종교로는 쓰나미 복구 못 한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29 10: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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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독실한 천주교 국가인 포르투갈의 제국의 수도 리스본에 대지진이 덮친 것은 1755년 11월1일, 진도9 규모의 대지진에 이어 90분 뒤 들이닥친 높이 15m의 거대한 쓰나미는 유럽에서 가장 화려했던 국제무역도시 리스본에 큰 타격을 입혔다.

대재앙으로 희망을 잃은 리스본은 다시 부활하게 된다. 물론 이는  브라질 등 넓은 식민지에서 제국으로 들어오는 막대화 재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이 성공은 카르발류 총리의 수완과 가톨릭 교회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르투갈의 지진 피해 재건은 신의 섭리에 의해 세상이 질서정연하게 돌아간다는 낙관주의가 폐기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카르발류 총리의 개혁과 재건이 천주교 신앙을 완전히 버림으로써 가능했던 것 또한 아니다.

종교보다 세속적 정부의 리더십에 의한 문제 해결 능력이 전면에 부각되는 한편, 종교적 측면에서도 불합리한 종교 재판이나 종말론, 과도한 심판론적 사상 등은 폐해로 규정돼 도려내어졌다(대표적인 천주교 포교 집단인 예수회는 이 과정에서 국외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대재앙을 유럽이 이후 계몽주의 시대와 대혁명으로 이어지는, 근대화를 꽃 피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석하는 이가 많다는 점은, 종교와 이성(과학)의 적절한 조화가 어떤 모델로 형성되어야 하는가를 이 시기에서 발견한다는 뜻도 된다.

신한금융그룹이 지도부 대거 교체 상황을 딛고 투명한 후계구도 마련과 아시아 등 해외 진출 확대, 인재 육성책 강화 등을 언급하고 나섰다.

특히 신임 사령탑 한동우 회장은 ‘자율적 상업 베이스’를 언급하고 공정한 인사 보상을 강조하면서, 누가 보더라도 수긍이 가는 공정한 조직 운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한 회장은 기계적인 일괄적 ‘재신임 절차 진행’과 ‘탕평 인사’ 모두를 경계하고 “신한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금융 강화와 해외 시장 개척을 새 비전으로 제시함으로써 재도약의 필요성을 역설한 부분은 조직에 활기를 모색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특히 재일 교포 주주들이 지분 보유에 비해 영향력이 크다는 우려나 금융 당국의 비판 등 지난해 상황으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일본에 갔을 때도 그렇고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절대 지난 번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재일 교포 사회에서는 (앞으로) 보이지 않겠다는 말씀들을 하셨다.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거나 “신한에 대한 충정에서 말씀이 나온 것으로 본다. (당국의 압박이) 밖에서 (보도가) 나온 수준의 것은 아니다”며 양쪽 모두에 거리감을 두고 위상을 정립해 나가겠다는 고민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처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직 운영과 향후 비전 제시를 강조한 한 회장 체제에도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신한 문화’의 개혁 작업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신한 문화’를 언급, 조직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운영되는 원동력으로 묘사하면서도, 막상 그간의 신한 문화와 그 성과인 신한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 일부 문제 인사들에 대한 책임 규명은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며 “신한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유보했다.

재일 교포 사회와 연대 등의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실제 지분에 비례한 영향력’으로의 ‘재정립’을 강조하면서도 특정인 책임론이나 특정인 영향력 배제 문제 등에 대해서는 거북해 하는 것은 조속히 탈바꿈해야 하는 과제로 제기된다.

다시 포르투갈의 대지진 복구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 포르투갈 정부가 택한 비상 체제가 기존의 종교적 혹은 정치적 체제와 선을 긋고 홀로서기를 한 것은 이러한 기존 도그마가 이변을 해결하는 데 이미 상당 부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한금융그룹은 ‘신한 정신’을 자산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을 기본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이러한 정신이 훼손되거나 왜곡되어 온 사례를 어떻게 바로 잡을지 고민으로 다가온 셈이다.

어떤 이념이 위기 극복의 상황의 동력으로 기능하려면, 그런 이념 체계의 부작용이 먼저 끊임없이 제거되는 정화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신뢰성과 이성적 판단이 이를 견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관리 가능성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이념이 이성을 도와 위기 국면에서 에너지를 발할 수 있다는 점은 리스본 대지진 재건 국면에서 증명됐다. 바로 지금의 ‘한동우 號’가 신한 재건이라는 대명제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직할 체제’를 갖고 시작하는 한 회장 시대가 ‘신한 재건’에 견인차 역할을 넘어 민간 금융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지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