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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한동우 체제 출범, 과제는?

도전과 응전 통한 새로운 신한웨이 행보에 관심 집중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28 14: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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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한금융지주가 지도부 대거 사퇴 상황을 딛고 ‘한동우 회장 체제’를 공식 출범시킨 가운데, 향후 이 같은 선택이 신한금융 중흥의 반석이 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한 회장을 제2대 신한금융 대표이사 회장으로 정식 선임했다. 라응찬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후 류시열 회장 대행 과도체제로 끌고 온지 5개월여 만에 신발끈을 조인 것으로, 신한금융이 현재 진행 중인 금융시장 지형 재편 과정에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한 첫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직할 체제 형성 눈길

신한금융은 이번에 이사진 12명 중 10명을 교체해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사내이사 수를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줄여 한 회장과 함께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새로 선임했으며, 기존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 사외이사에는 윤계섭 사외이사(서울대 명예교수)와 필립 아기니에 사외이사(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만 제외하고는 모두 교체했다.
   
 한동우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와 함께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지배구조를 변경한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는 등 지배구조의 체질개선을 꾀했다.

한 회장 체제 출범 후 신한금융은 ‘신한 내분사태’의 여진으로 어수선했던 조직의 기강을 다잡고 영업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 회장이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특히 CEO 후계자 양성프로그램도 검토해 순차적인 CEO 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안건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다.

하지만 사장직을 폐지하고 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부각되는 등 직할 체제를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 하에서 고강도 개혁이 진행되면 ‘라응찬 체제’ 못지 않게 지도자 카리스마에 영향을 받는 체제가 또 등장할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직할 체제가 부각된 사례를 근래 금융권 내외에서 찾아보면 한국은행과 LG전자 건이 두드러진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5명의 부총재보를 중심으로 한 직군제를 폐지, 부총재보들의 직군 내 인사·예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등 개편을 추진해 사실상 한은 조직이 총재 직할체제로 재편되는 셈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LG전자는 지난해 대표이사이던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사의를 밝히고 구본무 LG 회장 동생인 구본준씨가 새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구본준 대표이사 선임은 LG전자가 오너 직할 체제로 들어섰다는 신호로 풀이됐다. 아이폰과의 경쟁 결과 등에 위기감은 물론 가전 분야에서의 성적 문제 등을 감안한 극약 처방이라는 풀이도 나오지만 오너 일가 직할 체제 마련이라는 점에 해석의 주안점을 두는 시각이 많았다. 결국 두 가지 직할 체제 모두 한 회장의 신한과 비교하기에는 ‘중앙은행이라는 특수기관’이나 ‘오너 지배가 인정되고 있는 재벌 계열사’의 사례로 적절치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한 회장은 재일교포 주주 영향력 문제에 대해서나 국내 기관투자자 등 대주주 개입 문제에 대해서 “이번 방문 시 재일교포들도 지난 번과 같은 사태가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 문제는) 공론화를 거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28일 기자간담회) 등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까지 관행에서 재일교포 영향력은 줄고 기관투자자의 역할 부각은 이뤄지지 않는 공백 상태 속에서(혹은 이런 상황을 바라는 상황에서) 임기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한 회장인 만큼 직할 체제에 대한 바람은 클 수 밖에 없다고 하겠다.

통합과 융합 통한 회장 권한 강화

무엇보다 이번 한 회장 직할 체제 강화는 당초 지난해부터 금융권 일각에서 논의돼 온 지배구조 개편(즉 차기 CEO의 투명한 양성, 이사회의 권한 강화나 사외이사 권한 확대)의 수순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면서도, 이사회 의장으로 관료 출신 인사가 등장한 점이나, 재일교포 주주들에 대한 통합 노력 과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회장 권한 강화라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혁 본질에는 정확히 다가서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일단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신한금융은 과거 시중은행들이 재무부 등이 은행장 선출을 좌지우지했던 관치 금융 시대에서도 정부의 압박을 비껴서는 데 성공해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이미 우리 은행계는 은행 민영화의 시대를 선언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우리나라 은행들은 오랜 시간 관치금융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고 이희건 명예회장(과거 신한은행 회장)과 신한 역시 과거 정부의 압박을 전면적으로 저항하지는 못했다. 1985년과 1991년(김세창 초대행장과 김재윤 당시 행장 사퇴 건) 사례들만 보더라도, 당시 언론은 상대적으로 당국 입김에서 자유로운 신한은행조차도 당국 의중에 따라 은행장을 경질했다는 평을 내렸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 명예회장이 당시 회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이 관치 물결에서 행장 임면(任免)은 물론 지배구조에서 옥상옥(屋上屋)의 왜곡된 후속 조처까지 떠안는 사정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1985년 일부 은행들은 대거 행장 교체를 단행하게 됐는데, 이에 대한 여러 잡음을 줄이고자 전임 행장들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경영의 필요성에 따른 직제 개편이라기 보다는 관치에 대한 비판론을 잠재우기 위한 절충안인 셈인데, 행장 선출 문제에 이어 낙하산 회장까지 등장한 일부 은행의 경우 관치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부작용을 이중적으로 지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행장 교체 문제만큼은 몰라도 행장 위에 회장까지 당국 입맛대로 올리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김 초대행장은 부회장직으로 예우). 1991년 교체 문제 역시도 ‘라응찬 체제’ 출범(이후 지주 회장 역임)이라는 카드를 꺼내게 됐다. 라 회장이 신한은행 기반 확충에 이후 오랜 시간 매진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런데 이번 관료 출신 인사의 이사회 의장 부각 문제는 이런 흐름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어서, 한동우 체제의 권한 강화와 맞물릴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강한 신한금융을 만드는 효율적 체계가 될 수도 있지만, 단계를 축소해 놓음으로써 ‘인치’ 우려 못지 않게 ‘장악하기’에 쉬운 조직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고 이사회와 회장간 역학 구도 형성이 실패할 경우 힘이 세면서도 이사회(특히 의장)에 끌려가는 사령탑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회장 스스로가 “신한의 브랜드 가치 훼손 문제에 대해서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거나(28일 기자간담회), (신한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는 등 금융당국에서 강도 높은 개혁 주문 발언이 나온 문제에 대해)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안팎의 개혁 주문에 대해서는 융합을 통한 난제 극복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과제 속에서 도전과 응전을 통해 민간 금융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