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현대제철 등 내진용 강재 생산기업 수혜 전망

내진설계 의무화 등 건축법 개정안 4월 임시국회 처리 예상

신승영 기자 기자  2011.03.28 08:18:2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전 세계적으로 잇따라 발생한 재해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내진건축의 중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최근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건축물에 대한 안전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회에서는 내진규정 강화와 건축법 개정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내진 설계 및 공법, 내진용 철강재 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로 수만명의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이 잇따른 가운데, 한반도 역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경기도 시흥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3.0 규모의 지진은 이 같은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연도별 국내 지진 발생 현황(자료출처 : 소방방재청).

지난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을 비롯해 아이티, 칠레, 대만, 서태평양 바누아투 등 환태평양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지진들을 살펴보면, 자연재해에 대한 무서움과 함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칠레에서 발생한 진도 8.8의 지진은 진도 7.0의 아이티 지진보다 800에서 1000배가량 강한 위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는 1000분의 1수준에 그쳤다. 물론 칠레가 재해에 대한 대응훈련이 학교 및 가정에서 생활화된 점도 원인이지만, 현지 건축법 상에 내진시공을 의무화하고 엄격히 시행해 지진에도 건물이 바로 무너지지 않은 점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역시 자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9.0 규모의 강진에도 많은 건물들은 바로 무너지지 않았고, 건물 붕괴로 인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천재지변을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할 수 있는 피해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인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건축물 내진규정 강화

해외에서는 지진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일찍부터 내진용 강재에 대한 규정을 법제화했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각각 ‘SN(건축구조용 압연강재)강재’와 ‘A992·A913강재’를 내진용 강재로 규정하고 사용을 법제화하거나 권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던 지난 1995년 11월 정부 및 건설성 주관으로 건축구조용에 일반구조용 강재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고성능 SN강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강구조 설계시 강종 선택은 대부분 용접성과 설계강도에 의해 결정됐다. 때문에 내진설계를 고려한 강종 선택에 별도의 검토가 진행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과 선진국 수준의 지진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관련 법안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는 내진설계 관련 내용을 강화한 건축구조기준 ‘KBC(Korea Building Code) 2009’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27일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명이 내진설계 의무화 등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안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이르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을 현재 3층 이상 건축물에서 모든 건축물로 확대할 것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경우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보강을 할 것 △건축물의 용도, 규모 및 설계구조의 중요도에 따라 내진등급을 설정할 것 △내진 등급 내용을 건축물 대장에 기재해 공표할 것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신규로 건설하는 모든 건축물의 특수모멘트골조, 중간모멘트골조, 특수중심가새골조, 편심가새골조, 좌굴방지가새골조 및 특수강판벽에는 SN 및 SHN(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 또는 TMCP(용접구조용 압연강재)를 사용해야 한다.

◆국내외 고급 철강재 수요 확대 기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제철 등 내진용 강재 개발 및 생산이 활발한 철강사들이 1차적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11월24일 첫 쇳물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 2고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내진용 강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체 내진설계 기준을 가진 국가는 47개국(2009년 기준)으로 현재 곳곳에서 내진 관련 자체 법령 도입 및 개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진용 철강재는 이 같은 국내외 수요 증가는 물론 일반 제품보다 20~30% 가량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철강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현대제철이 해당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이고 있어 최대 수혜업체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9년 현대제철은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가운데 ‘차세대 초대형 구조물용 강재(Mega Structure Steel) 개발’ 과제에 참여해 국내 최초로 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SNH520·SNH570) 2종과 초고장력 철근(SD800: 항복강도 800MPa) 1종 등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한 건축구조용 압연 H형강은 내진 성능 강화 H형강의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미국의 건축 고조용 압연 H형강(ASTM A992) 규정에서 기계적 성질을 강화한 것이다.

SHN강재는 지진이 왔을 경우 파괴 유도를 통한 안전확보를 위해 재료의 상항복점과 하항복점을 제한해 보 붕괴형으로 유도하고 있다. 또 △에너지 소성변형 △탄소당량 상한치 규정 △샤르피 충격치(저온에서 깨지는 현상) 하한치 규정 등 여타 일반 제품과 달리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개발기간에 5년이란 시간이 소요될 정도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SHN강재들을 모두 상업생산 중에 있어 건축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건축되는 각종 구조물에 내진용 강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내진용 강재에 대해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우리나라 건축물의 지진 안전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