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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메가뱅크론 역설’ 그 이면을 살피다

[심층진단] 이순우 행장 내정자의 능력과 한계…M&A에 대한 아쉬움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24 10: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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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은행발 메가뱅크론에 시장이 눈길을 주고 있다.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 내정자가 정식 선임 절차를 남긴 상황에서 (기자들의 도발에 응답 형식으로 한 것이긴 하나) “(메가뱅크 논의에서) 우리은행이 중심일 것”, “포트폴리오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 등 민감한 내용을 입에 올린 것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나 메가뱅크론자  산업은행 강만수 행장이 일단 숨을 죽이고 시장 눈치를 보기 시작한 상황과 대비돼 더 눈길을 끌고 있다. 두 개의 민영화 추진 대상이 당국의 골머리를 썩이는 상황이고 보면, 이를 모두 쉽게 정리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메가뱅크론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업에서 35년간 몸을 다진 이 내정자가 유능한 금융맨이라는 신임 행장 발탁 사정과 겹쳐 더욱 화제가 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 내정자의 이력을 뜯어보면 그가 메가뱅크론자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의 농축된 아쉬움을 메가뱅크론으로 들고나와서는 곤란하다는, 일종의 기우다.

카드대란서 LG카드 정리 공로? 대기업 오너집안에 끌려다녀?

이 내정자의 주요 공로로 기업금융단장 시절 ‘카드채 대란’을 맞아 분투한 점을 드는 이가 많다. 특히 우리은행은 LG카드의 주채권은행이었다. 이 내정자는 이종휘 당시 부행장(현재 행장: 퇴임 준비 중)과 함께 LG카드부실처리 방안을 놓고 8개 채권은행과 LG그룹의 추가지원과 양보를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LG카드 정리 국면에서 우리은행은 주채권은행이라는 지위에서 LG그룹을 절벽까지 몰아붙이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구본무 LG 회장 일가 사재 출연 등 성과를 적시에 제대로 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이 국면에서 기대치만큼 못해 LG카드가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신한카드로 간판을 바꿔달게 했다는 지적이다.

   
이순우 행장 내정자에게는 영업통이라는 평가가 붙지만, 현재의 경쟁력 한계에 일정 부분 책임이 없지 않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간 조율을 이끌어 냈다고 하지만 국민은행 김정태 당시 행장의 반발이 극심했던 점을 기억하는 이들은 주채권은행의 조율이 빛을 발했다기 보다도 관치금융에 의해 김 전 행장의 소신이 꺾였다는 평가를 하거나, 김 전 행장의 지나친 시장논리에 처리가 늦어졌다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은행 쪽에서 보여준) 조율 기능에 대한 평가가 부각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LG카드 인수를 바랬다는 점을 겹쳐 보면 이야기는 더 심각해진다. 공적자금이 들어가 있는 우리은행이 또 다른 부실금융기관을 안을 수 없다는 당국의 논리에 따라 향후 산업은행의 관할을 받게 됐다가 신한금융그룹으로 넘어갔지만, 이 국면에서 이 내정자가 우리은행의 한계에 아쉬움을 품었을 공산이 크다.

지점 증대시키고 훗날 (지점개혁) 태스크포스 탄생에 개입?

이 부행장은 2007년경 ‘이순우 단독 수석부행장 체제’를 경험한 바 있다. 통합에 탄생 배경을 두고 있고 이로 인해 ‘자리 안분’에 신경을 쓰는 우리금융 계열로서는 이례적인 경험이다.

이 와중에서 이 같은 그림이 나온 데에는 이 내정자가 당시 부행장으로서 2006년 한해에만 100여개에 달하는 지점 설립을 주도하는 왕성한 추진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성과는 이후 이 내정자 스스로 개편 칼날을 잡게 되면서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논하는 것처럼 지점 확대의 공로라고 단순히 평가하기에는 사정이 복잡하다는 우려다.

2009년 우리은행은 행장 직속의 ‘은행발전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TF는 △비전·기업문화 △인사·교육 △성과평가 △고객행복 △시스템·인프라 총 5개팀으로 구성됐고 35명의 상근인력과 10명의 비상근인력 등 40여명이 투입된 규모의 ‘대작’이었다.

우리은행은 이 TF 탄생 전에, ‘열린 토론회’를 열었다. 열린 토론회는 7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이 행장을 비롯해 이 내정자(당시 수석부행장) 등 고위간부들이 각각 주관했다. 부행장, 단장 등 임원진뿐 아니라 RM, 부장, 행원 등 실무진까지 총 20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건의사항과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서 여러 문제가 언급됐고 이후 TF의 윤곽을 그리게 된 것인데, ‘정도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성과평가부문의 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게 골자다. 유동성 개선을 위한 수신 위주 KPI를 도입하고, 성과평가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선 영업점이 지나치게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 리스크관리가 소홀해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결국 점포 확대(와 그것의 부대작용인 영업 강화)의 부작용을 우리은행 스스로가 도려내기 위해 탐색을 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내정자가 지점을 총괄하는 개인고객본부 담당 부행장을 맡으면서 기업 업무에 강한 우리은행을 개인영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공을 세운 점은 사실이나, 그 부작용을 중간 점검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소모하게 하는 등 과오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M&A 못하는 우리금융-우리은행 한계에 ‘고뇌하는 인간상’

이 같은 문제들은 이 내정자가 우리은행의 한계에 가장 절실히 고민해 그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로(혹은 왜곡된 방식으로) 일에 매진해온 대표주자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우리은행 황영기 전 행장이 CDS 등 위험 자산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M&A를 못하는 한계를 영업 확장으로 풀 수 밖에 없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이에 가장 적절히 맞춰 일해온 인물 중 하나가 이 내정자라는 것이다.

이 내정자가 지점 확장에 열을 올린 2006년경의 은행계 사정을 보면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추진으로 시끄러웠던 M&A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점이었다거나, 앞서의 LG카드 인수 실패 경험 등을 가장 여실히 느낄 위치에 있었다는 점 등은 이 내정자가 우리금융의 족쇄를 체감하고 그 해결에 관한 ‘철학’을 세워가는 데 촉매로 기능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메가뱅크 논의가 단순히 크기만 키우는 종합백화점식으로 추진됐다가 여러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 황 전 행장의 열정이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의 공신력에 큰 주름살을 지게 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내정자의  행장으로서의 첫 걸음은 메가뱅크 카드 같은 위험한 곱셈보다는 내실 강화의 덧셈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