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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회장 탈세·비자금 의혹…이번엔 밝혀지나?

신한사태로 머물렀던 검찰 재수사…오리온 3대 의혹 '정조준'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3.23 16: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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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2일 검찰은 지난해 11월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헐값으로 계열사 지분을 취득해 시세차익을 남긴 의혹과 비자금 조성 가능성에 대한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명은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서울 문배동 오리온그룹 사옥을 압수수색해 재무와 회계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오리온그룹과 담 회장의 탈세 혐의를 뒤쫓던 국세청의 고발에 따른 것이어서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의 대주주인 담철곤 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검찰은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에 배당,
   
문배동 오리온 본사 전경.
오리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이백순 신한은행장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진행하는 중이었고 이에 따라 오리온그룹에 대한 수사는 답보상태에 머문 듯 했다.

이른바 신한 '빅3'의 소환을 앞두고 있는 금조3부가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까지 맡게 돼 신한 고소고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기가 어려웠던 것.

당시 금조3부는 검찰은 △신한은행이 지난해 9월 투모로와 금강산랜드에 부당대출을 해줘 회사에 피해를 주고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며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고소한 사건 △시민단체들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회장을 고발한 사건 △투모로와 금강산랜드가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사건 등을 금조3부로 일원화해 수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담 회장, 신주인수권부사채 이용한 87억 시세차익?

신한사태 수사에 집중해오던 신한은행 사건이 일단락되자 지난 22일 검찰은 오리온그룹의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3가지 의혹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오리온그룹이 BW 발행을 통해 편법으로 대주주인 담 회장의 지분을 늘렸다는 의혹이다.

전문가들은 BW를 투자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최근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차익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봐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검찰은 담 회장이 2000년 6월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가 발행한 BW를 구입, 온미디어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을 일부러 낮게 책정해 이득을 본 정황이 있다는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담 회장은 2000년 6월 7년 만기로 14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고 1년 뒤 신주인수권을 제외한 사채는 전액 상환됐다. 당시 담 회장은 온미디어에서 발행한 신주인수권 33만주가량을 2억원에 사들였고 2005년 6월경에는 이중 16만5000주를 주당 2만5000원에 행사해 온미디어 지분을 1.4% 취득했다.

이어 담 회장은 1년 뒤인 지난 2006년에는 온미디어를 상장하면서 액면가기준 5만2000원으로 책정해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해 6월엔 온미디어를 CJ그룹에 주당 7만9200원으로 130억원에 매각, 총 87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온미디어가 BW를 발행할 당시 이 회사는 회사납입자본금 340억원과 1600억원대의 유가증권 등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였다. 또 온미디어의 2000년 12월말 정기예금 등 현금성자산이 527억원대에 이르는 등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적 고금리인 9.5%대의 BW를 발행한 경위를 두고 시세차익에 강한 의혹을 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담 회장이 이 과정에서 고의로 신주인수권 행사가를 낮게 책정하는 등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고가 미술품 거래 통해 40여억 비자금 형성
   
검찰은 22일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사진)의 시세차익 및 비자금 형성 등 3가지 의혹을 두고 수사에 나섰다.

23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오리온그룹의 강남 부동산과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 그룹 임직원과 갤러리 대표 등 관련자들을 곧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2006년 7월 최고급 빌라인 ‘청담동 마크힐스’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물류창고 부지를 평당 약 5000만원 시세의 땅을 평당 3000만원에 건설 시행사 E사에 매각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E사는 이 부지를 매입한 뒤 시행사 2곳에 되팔고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자금을 조성해 빌라 건축 사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시공권은 메가마크에 넘긴 것이다.

검찰은 오리온 그룹이 빌라를 짓는 과정에서 비자금 40여억원을 조성한 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또 오리온 측이 조성한 비자금의 돈세탁을 위해 평소 그룹 경영진과 친분이 있는 서미갤러리 등을 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자택을 지난 22일 압수수색했고 검찰은 이 과정에서 오리온 측이 시행사에 요구한 40억원이 서미갤러리로 흘러들어가 부지 매입 대금을 정산한 것처럼 자금 세탁한 사실이 확보됐다고 전했다.

특히 서미갤러리는 지난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때 삼성가의 미술품 구매 창구로 지목돼 압수수색을 당한 곳으로 잘 알려졌다.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은 리히텐슈타인의 고액 그림 '행복한 눈물'의 거래처로, 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007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선물했다는 그림 '학동마을'의 구입처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은 서미갤러리가 이번에는 또 오리온그룹의 40억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또 다시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검찰은 한씨의 지시로 그림을 직접 구입한 인물로 알려진 장 모씨와 그림을 주고받은 한 모씨-전 모씨 등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을 조만간 다시 불러 그림의 정확한 성격과 대가성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제품 원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검찰 측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회사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오리온그룹은 2001년 모기업인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돼 오리온 제과, 스포츠복권 토토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재계 서열 30위권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6775억원에 영업이익 607억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