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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건설 법정관리…그룹 건설사는 미운오리새끼?

한솔·효성·LIG그룹 등 ‘꼬리 자르기’ 의혹…연관산업 ‘줄도산’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3.22 17: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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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극심한 건설경기 한파가 건설업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중견건설사들의 워크아웃, 기회회생절차에 이어 그룹 계열 건설사까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LIG그룹 계열의 중견건설사인 LIG건설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효성그룹의 자회사 진흥기업이 최종부도를 모면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그룹 계열 건설사의 퇴출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LIG건설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발생한 자금난 등이 건설사를 일차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그룹에서 계열 건설사를 ‘꼬리 자르기 식’으로 포기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문제다. 과거 건설 경기가 호황일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인수를 감행했던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건설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그룹사 지원을 꺼리고 있는 이유다.

◆그룹 계열사 왜 위기인가?

일단 건설업계 위기감 확산은 건설경기 침체에서부터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으로 선정된 건설사들만 보더라도 채권단과의 경영정상화계획 체결이 지연된 바 있다. 건설경기는 물론, 주택시장 침체가 더욱 악화되면서 일부 건설사 채권단이 신규자금지원이나 향후 발생하게 될 손실부담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번에 불거진 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위기 사례도 마찬가지. 앞서 한솔그룹은 한솔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효성그룹도 진흥기업을 법정관리에 신청했다가 자율 워크아웃으로 방향을 돌렸다. 세번째인 LIG건설은 자금난이 악화돼 모기업 LIG그룹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그룹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열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모기업으로서도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 워크아웃의 근거법률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도 지난해 말 만료됨에 따라 워크아웃 개시가 더욱 힘들어 졌다. 기촉법이 있던 당시에는 채권 금융기관의 75%(채권 의결권 기준)가 채무상환 유예에 찬성하면 채무가 동결되고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그러나 기촉법 시한이 만료된 지금 채권 금융기관들이 100%합의가 없으면 워크아웃 진행은 어렵게 됐다. 은행권 여신 외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여신이 늘어나 전체 동의는 어렸다는 이야기다. 앞서 진흥기업의 경우도 금융권 채무가 1조원을 웃돌았는데 이 가운데 60%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채무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기업 퇴출은 하도급사나 관련 장비 등 연관 산업의 연쇄 부실로 이어진 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건설사들의 부실화는 그 동안 미뤄왔던 신규주택 공급, 사회적으로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전·월세난 등 수급 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에서 사업장 하나를 진행하는데 수 백 개의 하청업체들이 연계돼 있다”며 “모회사에서 자회사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단 얘기는 회사를 포기한다는 것으로 그 밑에 협력업체까지 쓰러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LIG건설 사태, 업계 영향 ‘미미’

한편, 한솔건설에 이어 진흥기업, LIG건설까지 그룹 계열 건설사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대형 건설업체와 국내 주택분양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 증권업계의 전망이 나왔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우선 상위 대형건설업체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은 중견건설업체들 보다 재무 안정성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건설업계에 위기감을 조성시켰던 중견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지급보증액 규모가 과도하게 높았다. 하지만 상위 6개 대형 건설사들은 PF 지급보증액이 자기자본 대비 평균 55%에 불과하며 PF를 감안한 수정 부채비율도 185% 수준이다.

또 이번 사태가 국내 주택분양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HMC투자증권은 분석했다. 실제 지방의 경우 부산지역에서 불고 있는 분양훈풍과 미분양 주택 감소, 매매가 상승 추세 등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HMC투자증권 김동준 책임연구원은 “이번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단기적으로 건설업종 투자 심리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대형 건설업체들은 순차입금이 자기자본 대비 평균 25%에 불과해, 여타 중견 건설업체들과 크게 차별화되고 있다”며 “국내 주택시장도 올해부터 신규 입주물량 감소와 가계소득 증가의 전이효과 등에 힘입어 이번 사태와 상관없이 회복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