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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상승은 정유사 탓”…정부 ‘칼’ 빼든다

정부 담합포착, ‘유류세 인하’ 고통분담 카드 제외…궁지 몰린 정유업계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3.22 14: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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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동지역 불안으로 상승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하락세도 보이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반면, 아래를 모르는 국내 유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자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칼’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고통을 분담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정유사에게 뒤집어씌운다는 것이다.

휘발유 전국 평균가격이 지난해 10월10일(리터당 1693.73원)부터 162일째 계속 오르며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을 중동지역 불안으로 분석하는 경향도 있지만 국제유가는 최근 며칠간 하락세를 보여 국내유가와는 다르다는 모습을 보인다.

서민들의 물가와 더불어 유가에 대한 부담이 늘자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칼을 빼들었다. 특히 정유사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정부의 자세에 정유사들은 답답한 사정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공정위·재정부, 유가상승 정유사 탓

지난 8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유업계의 원적지 관리와 관련된 혐의를 포착했다”고 언급했다.

   
오는 25일에 열릴 '물자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들에 대한 조사를 벌어졌다. 이 조사를 통해 정유사들이 주유소들의 거래처 변경을 막는 ‘원적지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지만 위원장이 직접 이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적지 관리는 주유소가 거래하던 정유사를 바꾸려고 할 때 타 정유사들과 협의해 해당 주유소와의 거래를 거절하는 등 정유사가 주유소를 관리하는 불공정행위로 이 과정에서 담합이 발생한 것이다.

‘담합 의혹’이라는 카드를 든 공정위의 거센 공격과 더불어 기획재정부도 끼어들었다.

지난 15일, 이달 말 발표될 기름값 구조개선 대책을 앞둔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은 “주유소에 공급되는 기름값이 투명하지 않다”며 정유사들을 헐뜯었다.

물가 현장점검에서 주유소 업주들로부터 “정유사들이 경쟁을 꺼려 주유소가 싼 기름을 공급받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윤 장관은 “주유소들은 가격이 공개돼 투명한 경쟁이 이뤄지는 데 정유사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주유소에 마진이 없다면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유통과정 중 독과점에 따른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며 정부도 같은 생각이라며 활시위를 정유업계로 조준했다.

윤 장관은 정유사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남용해 △가격 확정 전 주유소로부터 전액을 현금으로 선수금을 받고 사후 차액을 정산해 주유소가 자금압박을 받는 것과 △브랜드 주유소라도 타사 덤핑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음에도 정유사들이 이를 막아 원가를 더 낮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 장관에 이어 주영섭 세제실장과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도 한몫 거들었다.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주 세제실장은 “유류세 인하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정상적인 정책도 아니다”라며 “2001년 휘발유에 붙는 리터당 세금이 745원이었는데 지금도 그대로이니 실제 유류세 부담은 40% 줄어든 셈”라고 말했다. 즉 ‘유가 상승의 한 요인은 유류세’라는 정유사들의 논리에 반박했다.

최 장관은 역시 “정유사가 막대한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익률이 낮다는 정유사들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유사 “사실과 거리가 먼 일방적 비방”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논리는 너무 일방적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정유사의 담합’과 ‘유류세 인하 금지’를 전제로 펼치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가 물가안정과 더불어 기름 값을 잡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유사들의 독과점을 언급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세금 손실을 우려해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류세 인하가 정상적인 정책이 아니라고 하면 지난 2008년 당시 유류세 인하는 역시 문제점이 제기된다.

정유사들은 이러한 정부의 대응에 억울한 눈치다. 특히 담합과 관련해서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의혹일 뿐이며 윤 장관 발언도 사실에 전혀 근거하지 않는 발언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후정산은 정유사보다 저장시설 여유가 없는 다수 주유소들이 원해서 시행 중이며 요청이 없으면 성사되지 않는다”며 “관련 소송에서 법원도 계속 유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타사 덤핑제품을 못쓰게 막는 것은 브랜드 가치와 품질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리비아 전쟁으로 인해 다시 국내·외 유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서민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정부가 오는 25일 열릴 물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