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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 한국 유학생 “여기서 죽겠다”…누리꾼 “대단하다” “힘내라” 한 목소리

최서준 기자 기자  2011.03.19 09: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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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다이에서 유학 중인 한국 유학생이 온라인 상에 남긴 글이 시선을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한 목소리로 센다이 한국 유학생들의 글에 “대단하다” “힘내라”고 격려하고 있다.
[프라임경제] 센다이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준비 중이던 한국 유학생이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과 함께 지내며 겪었던 그야말로 ‘평생 잊지 못한 날들’에 대한 기록이 한국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아이디 ‘ShutdownCB’가 전하는 일본 대지진 이후 새까맣게 변해버린 센다이 시내와 계속되는 여진, 추위, 그의 표현대로 개판이 돼린 집 꼬라지,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잘못자고, 불편한 생활 속에서 다시 언제올지 모르는 지진과 원전 사고, 늘어나는 사상자수 등 현지에서 느낀 그의 불안과 걱정이 그대로 담긴 글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다음은 센다이 한국 유학생이 올린 글 전문.

일본 센다이로 4년 전 유학와서 학교를 졸업하고 오는 22일 출국 예정이었으나 대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죽었다 살아난 느낌. 11일 오후부터 그날 밤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되었습니다

어제 겨우 전기가 들어와서 쉬러왔다가 잠깐 글을 써봅니다. 4년전에 여기로 유학와서이제 학교 졸업하고 22일에 출국 예정이었는데 이런일이 닥쳐버렸습니다.

죽었다 살아난 느낌..11일 오후부터 그날밤은 평생 잊지못할날이 되었습니다. 새까맣게 변해버린 센다이시내와 계속되는 여진,추위. 개판되버린 집꼬라지.

그날 저는 완전히 패닉상태가 되어 근처의 피난소로 대피했는데 조그마한 초등학교 체육관에 수백명이 몰려들어발디딜틈도 없이 북적되는데 그제서야 꿈에서 깬것 처럼 실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피난소 대책본부에는 어느정도 나이드신 아저씨,아주 머니들만이 수고하고계시는데,뭔가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솔직히 그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속에서 멍하니있기도 그래서,,,또 꼴에 체대생이라고 힘쓰는일은 다 저한테 시켜주십시요 했더니그 혼란속에 누구하나 아무대꾸도 없이 이것저것 시키더군요ㅡㅡ;

발전기 돌리기,사람들에게 모포 나눠주기,화장실에 사용되는 물퍼나르기,스토브불지피기, 근데 그런중에 여러사람들이 자원해서 일을 거들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서로 쌩판 모르던 사람들끼리 말도트고 이리저리 서로돕다보니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친구 인연이 되어 그상황속에서 서로 의지가되어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잠시뒤 조금 안정된후에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모두들 놀라며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일본인도 아니면서대단하다며 그제서야 띄워주는데 여진도 계속되고 불꺼진 방에 혼자있기 무서워서 피난왔다고는 말못했습니다ㅡㅡ;     ,,,그러면서 벌써 피난소생활 4일째입니다. 씻지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잘못자고,불편한 생활속에서 다시 언제올지모르는 지진과  원전 사고,늘어나는 사상자수. 지금 이곳은 불안과 걱정이 가득합니다.

솔직히 저는 여기서 자원 봉사는 하고있지만 제가 뭐 원래 그리 좋은놈도 못되고 성인군자도 아닌데 ’어짜피 나야 여기 떠버리면 그만이지뭐’ 하고 첫날에 비하면 벌써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는데,,,,어제 대책본부 다른분들이 저를 위해 폐쇄된 센다이공항 이외의 한국행 항공편과 교통수단등을 알아봐주더군요ㅜㅜ  어디어디로 가면 버스를 탈수있고 여기 센다이에서 나갈수있다 등등,,

아 ㅆㅂ지금 누가누굴 걱정하는거야ㅜㅜ  제가 글을 잘못써서 이감동이 잘 전달되지 않는데, 어제 십년만에눈물 쏟을뻔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여기 일본이 영화처럼 침몰한다하더라도 여기서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불펜분들이 보기에 그만한 일가지고 오버한다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이번일도 그렇고 제가 4년동안 여기서 만난 지인들과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을 이대로 두고 나몰라라하고 한국으로 떠날수는 없습니다.

제가 뭐 그들에게 대단한 존재도 아니며 큰힘이 되주지도 못하지만 제가 할수있는 일은 꼭 다해내고 마음편히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불펜여러분들도 마음속으로나마 힘이 되주십시요.감사합니다.
 
◆ 누리꾼 “힘내라” “무사하길” =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관련 글 밑에 댓글 방식으로 그의 각오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아.. 읽다가 울컥하네요 말재주 글재주가 없어서 뭐라 위로의 말을 드려야할지. 힘내세요 라는 말 밖에 못하겠네요” “힘드시겠군요...잘될겁니다. 힘내세요.” “눈 시울이 붉어 지내요~~~ 힘내세요..그래도 원자력 발전소 때문에 겁납니다”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곧 돌아오세요” “힘내시길.... 또 무사하기를 기원합니다”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고생하시네요.. 너무 무리하시지는 마시고...쉬엄쉬엄 일하세요~~” “고생많으십니다.. 멀리 한국에서도 기도하고있다 전해주십시요..” “님과 대화하는중에도..님이 일본사람이 아니라는걸 눈치 못챘다는게 더 놀랍네요..님 일본어 실력도 대단하신듯...” “으아...정말 몸 건강히 돌아오시길 기원할께요” “간만에 울컥해졌습니다 ㅠ.ㅠ 솔직히 저같으면 얼른 빠져나오려고 했을거 같은데... 꼭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세요!”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