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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日 미즈호금융 닮아가는 ‘우리금융’

[차기 우리은행장 경쟁이 남긴 것] 갈등표면화+대폭퇴진, ‘안좋은선례’될듯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18 13: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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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프라임경제] 우리금융그룹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 문제가 막바지다. 후보자 모두 내부 출신인 가운데, 2~3명이 비교적 우위라는 평가가 나돌고 있다. 프리젠테이션 겸 인터뷰가 끝나고 이제 낙점만 남은 시기다.

후보로 나선 인물들이 모두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사정에 정통한 내부 인사들인 데다 적격성과 능력 면에서도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외에도 이번 인사 문제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배경은 또 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할 우리은행의 행장은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성공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함께 민영화 등 굵직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런 중책을 책임질 행장을 뽑는 와중에 해묵은 갈등이 새삼 부각됐다. 단순히 옥의 티나 인사철이면 으레 따르는 하마평 내지 인신공격 정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우리은행 더 크게는 우리금융이 안은 한계가 배어나온 것이라는 우려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차기 행장 선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상업은행 VS 한빛은행, 갈등 수면 위로

최근 행장 후보들을 둘러싸고 각종 하마평(뒷말)이 돈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구 전무의 경우 고려대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기류로 인해 비고대+연세대 인맥이 그를 민다는 소문의 중심에 서는 달갑잖은 경험을 했다. 차기 행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히는 이순우 부행장은 딸(대리급)이 지난 2004년 우리은행에 입사한 문제가 새삼 거론됐다.

근래 있었던 ‘외교부장관 자제 사무관 특채 비리 논란’으로 이 문제가 비판 아이템화 된 경향도 없지 않지만, 이 같은 사례까지 새삼 뒤진다는 점은 내부 갈등이 뿌리 깊고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이는 상업은행 출신 행장을 바라지 않는 세력에 의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내부 관계자는 “문제 없이 잘 하고 이미 결혼도 했는데 (아버지의 행장 문제로)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데”라며 곤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행장 선임이 최종 완료되면 우리금융 내에 인사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행장직 공모에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임원급 인사들이 대거 지원하면서 탈락한 후보들의 거취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상업은행 출신을 자처하며 차별 논란을 주장한 ‘탄원서’이름의 괴문서가 나돈 점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출신별 갈등, 즉 내부 화학적 결합 실패 건에 대한 공론화 불씨를 지피려 한 것으로도 평가돼 이 문제 역시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차기 행장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들을 보면 전무, 수석부행장 내지 법인장 등 조직의 핵심이다. 행장 선출 문제가 끝난 후 이들이 기존 자리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므로 고급 인력의 퇴진 및 유출(물갈이)와 이로 인한 문제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대목이다.

외환위기 후 부실은행들을 묶자는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여 세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아직 끝나지 않은 내부 통합이 문제화된 셈이다. 그리고 건강하지 않은 물갈이와 차세대 부각이 앞으로 어떤 효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비판만 남은 차기행장 인선 해법

이번 행장후보추천위원회부터는 우리금융 이 회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한다는 점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이종휘 행장이 연임을 원한다는 움직임(일명 징계 문제의 계산 방법을 둘러싼 발언)이 있었으나, 결국 그의 연임 없이 차기 행장 선출로 흘러가게 된 것도 이 회장과의 관계가 부드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인사 하마평으로 상은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이나 이 회장과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게 흠(김정한 전무), 열정이 부족하고 회장과 같은 은행 출신이라 문제(정현진 전무) 등 실세인 회장을 중심으로 놓고 행장 인선 건을 움직이다 보니 후보군에 대한 비판론이 필요 이상 부각됐고 차기 행장 낙점에도 그 영향의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문제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 CEO 연임 건은 하나금융(김승유 회장), KB금융(어윤대 회장)에 이어 신한은행(서진원 행장) 등 고려대 인맥이 금융가를 장악하고 있는 현상이 일반적이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은행 간 결합 관계 등 변수까지 겹치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문제에서는 그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무늬만 메가뱅크, 미즈호그룹 전철 우려

이 같은 여러 문제가 부각된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 건을 두고 일본 내 2위 금융회사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미즈호FG)이 근래 겪은 현직 회장 3명 동시 퇴진이라는 문제를 떠올리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은행 부실화를 털기 위한 방편으로 메가뱅크화를 진행한 일본 은행간 M&A의 특수성에 안전 운행을 중시하는 일본 금융계의 보수적인 풍토가 겹쳐져 갈등을 키웠고, 그 화학적 결합 실패와 경영 성적 부진 문제가 민영화 문제 등 묵은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금융이 이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 하다는 것이다.

2010년 미즈호FG는 경영진 인사와 함께 총 8000억엔에 달하는 보통주 증자 계획을 내놓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당시 미즈호FG 마에다 데루노부 회장, 사이토 히로시 미즈호코퍼레이트(CP) 회장과 미즈호은행 스기야마 세이지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한꺼번에 물러나게 된 데에는 미즈호FG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메가뱅크 내지 금융그룹들과는 달리 10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점에 뿌리를 둔다.

미즈호FG는 3개 은행이 통합된 이후에도 지주회사 격인 파이낸셜그룹 산하에 구 흥업은행이 주체가 된 미즈호CP은행과 구 후지와 구 다이이치간교가 주력인 미즈호은행 등을 둔 이른바 ‘2은행(Two Banks)’ 체제로 운영됐는데, 몸집만 커진 채 따로따로 움직이는 2은행 체제의 비효율성이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도쿄미쓰비시FG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가운데 2009년 결산 결과 최종 수익 규모에서 3등이던 미쓰이스미토모은행(2715억엔)에 역전당하기까지 해 결국 이같은 개혁을 단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이스토모은행은 이미 2004년부터 일본 4위 은행 UFJ홀딩스 인수건을 둘러싸고 최고업체인 미쓰비시측과 싸워 그 저돌성과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는데(당시 이를 지휘한 인사는 니시가와 요시푸미 회장. 니시가와씨는 이후 일본우정 사장으로 영입돼, 민영화된 우정사업부분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런 경고음을 무시하고 홀로 깊은 잠을 자면서 내부 갈등조차 봉합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현재 우리은행 신임 행장 선출 국면에서 번번이 상업은행 출신 차별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부각되는 데다 민영화 실패, 실적 악화 등 사실상 일본 미즈호그룹과 흡사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4대 금융지주의 연이은 인사 태풍에서 가장 나중에 결말을 짓게 된 우리금융이 앞으로 어떤 일신된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우리은행 역시 외환은행 매각 국면이라는 파장 속에서 위상 제고를 위해 새로 지휘봉을 잡는 행장과 어떻게 시장에 어필할지 주목되고 있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첫 번째 숙제는 ‘주도적인 민영화’가 아니라 내부 융합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