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돈잔치 뒤 유가상승 책임…정유업계의 두얼굴

50% 유류세·1.5%카드 수수료가 유가 상승 요인 주장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3.17 11:45:5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대를 향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와 정부·카드사’가 유가 안정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집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호화판 성과급을 지급한 정유업계는 마진이 없으며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고려하지 않아 유가 상승의 요인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수수료도 역시 비싸다고 카드사를 맹비난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 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지난 15일 전날보다 리터(ℓ)당 3.08원 오른 1946.71원을 기록했다. 무려 156일 연속 상승한 것으로 휘발유 역대 최고가격인 1950.02원(2008년 7월16일)도 이번 주 중 돌파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유가의 이런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모든 시선이 정유업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유업계에서는 정부와 카드사에게도 유가 상승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초호화 성과급 정유업계, 정부 유류세 비싸?

유가가 고공행진을 시작한 지난 1월, “영업이익률이 낮아 유류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말한 정유사는 하나같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사와 정부, 카드사가 고유가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어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성태 의원(한나라당)은 국내 정유 4사의 성과급 현황을 공개했다. 공개된 현황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설 연휴 전 월급의 300~600%를 성과급으로 나눠줬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도 비슷한 수준의 상여금과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내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와 관련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성과급 현황을 발표한 김 의원은 “고유가로 인해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호화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헐뜯었다.

정작 정유사에서는 수익이 난 것을 직원들에게 되돌려 준 것뿐이라며 성과급에 대한 비판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업체 관계자는 “2009년 실적이 나빠 성과급이 거의 없을 땐 동정하는 이들도 없었다”며 “업계 실적의 60∼70%가 수출에서 벌어들이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비판은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성과급 문제로 정유사에게 유가상승 책임을 돌리자, 정유업계는 이에 뒤질세라 정부도 유류세 인하 등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정부가 휘발유 값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줄이기보다는 리터당 10원도 안 되는 마진을 깎아 가격을 내리려 한다고 항의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지 않고 유통과정을 문제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라며 “지금까지 실패한 정부의 대책으로 기름 값 인하가 아닌 자영 주유소들의 도태는 물론 기업들의 경쟁력마저 약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쉽게 걷을 수 있는 유류세를 내릴 경우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임종룡 제2차관은 “현재의 유가는 경기회복에 따라 석유필요가 많아져서 오르는 부분으로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유류세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유가가 떨어질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1.5%수수료, 유가 상승 요인 한몫

정유업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카드사에게도 활시위를 겨눴다.

주유소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를 놓고 정유업계와 카드업계간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 등 정유업계는 수수료를 인하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카드업계는 ‘억지 논리’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지난 14일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담당부서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율 인하를 통한 유가 인하 방안을 건의했다.

석유협회는 건의문에서 “휘발유와 경유 주유시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90%(2010년 기준) 수준에 이르고 있어 매출액에 대해 1.5%로 적용되는 가맹점수수료가 유가가 오르면 수수료율도 오르는 구조로 유가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수수료율을 0.5% 인하하면 연간 2000억원정도의 소비자 부담 경감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간접세가 50%정도 부과되고 있다. 석유협회는 여기에 유가 인상시 실질 카드수수료율은 1.5%가 아닌 3.5%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수수료율 인하 요구는 정유업계의 마진 증대를 위한 것”이라며 “고세율 부과 품목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수수료가 인하되면 부가서비스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세 및 지방세 등 각종 세금이나 공공요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때도 가맹점수수료가 부과된다. 이런 상황에 기름값에 한해 유류세 부문은 제외하고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품목에서 보기에는 형평성에 맞질 않는다는 것이다.

또 수수료 인하시 절감되는 비용이 리터당 최대 10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카드 부가서비스(리터당 최대 120원)로 10배 정도의 기름값 안정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유업계는 “카드를 많이 쓰도록 만든 수단인 부가서비스는 수익을 위해서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카드 부가서비스가 축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카드 회원들이 누리는 혜택을 가맹점이 부담하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을 들은 한 시민은 “결국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며 “유류세 인하, 수수료 인하를 가지고 싸우고 있는 동안 서민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정부와 관련업계를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