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의결권정지 가처분’ 론스타 자격심사 새 변수로…

[심층진단] 빠른 가처분 결정…탁상공론 ‘매각 유보론’보다 실효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16 14:37:3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론스타와 관련한 공방전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론스타 인수 적격성 여부가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추진 건은, 매수자로 나선 하나금융그룹이 인수를 위해 유치하는 자금이 투기자본이라는 등 인수자금의 적정성 논란에 초점이 맞춰져 왔으나, 이같은 1라운드 외에 금융 당국의 적격 판단으로 공이 넘어간 상황에 대법원 판결이 겹치면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 근래 제기된 가처분 한 건이 태풍을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하나금융지주 매수 승인(매수 자격 심사)가 당초 병행될 예정이었지만, 론스타 관련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되면서 자격 상실(은행법에는 ‘최근 5년간 금융범죄로 처벌받을 경우 은행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다’는 조항이 있다) 가능성이 상승했다.

이런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매각 승인을 했다가는 론스타가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당국이 도왔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이에 따라 16일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대주주 적격 문제를 회의 주제로 올리지만 바로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음).

◆‘매각 유보론’ 충정은 좋으나 현실성 떨어져

이런 복잡한 상황에 대해 일단 법적 문제를 확실히 하자는 승인 지연을 당국이 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뒤집어 보면, 대주주 적격을 잃어버리면 빠르게 지분 중 상당 부분을 넘겨야 하기 때문에 보다 저렴하게 매각을 하고 한국을 떠나게 된다는(국부 유출분이 줄게 됨) 희망 섞인(다소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계산이 깔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유로 매각이 지연되면 당장 하나금융그룹이 곤란에 빠지게 되면서 새로운 국부 유출론이 부각된다. 론스타에 대한 대금납부 시한인 3월말을 넘을 경우, 매월 329억원(주당 100원)의 지연금을 추가지급 하도록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론스타의 지위 확정과 관련된 지연이기 때문에 하나금융의 배상 책임이 배제된다고 해석하지만, 무리한 해석론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론스타는 이미 국민은행과 HSBC와의 매각 협상이 어그러진 데 당국의 판단 지연 문제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외환은행 매각이 매번 이같은 걸림돌로 좌절되는 데 대해 배상 책임 추궁 등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어 실제로 하나금융이 지연금을 면제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론스타 대주주 적격 여부 판정과 관련, 엄정한 심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삼보일배 중인 외환은행 노조원들.
론스타는 5월까지 상황 지연을 기다리다 이를 파기하고 현대건설 지분 매각 이익 약 8000억원을 유유히 챙기는 명분과 실리 일거양득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따라서 파기 환송된 사건이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매각을 지연한다는 것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론스타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해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크게 위협적인 논리는 아니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범국본 가처분, 새 쟁점? 하나금융 어부지리 가능성

이런 상황에서 곤란해진 것은 하나금융.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이 16일 외환은행 인수 승인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대주주 적격 부분만 상정) 곧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결론이 먼저 나고 매각 승인 관련은 기약이 없게 되면서, 인수 관련 프로세스를 언제까지 미뤄야 할지도 모르게 된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하다. 길게는 5월까지도 시간이 있어서 좀 더 기다릴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계약 파기를 당하는 등도 대비할 부담을 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가 15일 ‘외환은행 지분 4% 이상에 대한 론스타의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 하나금융에 반사이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 가처분이 이번 M&A의 여러 국면에 중요한 키로 작용할 공산도 커지고 있다.

범국본의 주장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 범국본은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할 당시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기 때문에 10%(의결권 4%)가 넘는 지분을 취득한 것은 당연히 무효라며 가처분을 제기했다. 범국본은 아울러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매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가처분은 이전에 제기됐던 가처분(하나금융 소액주주들의 유상증자 무효소송과 관련한 상장유예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시일 지체의 효과만 있었다고 봐야 한다) 등과 달리 △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에 대한 압박 △ 그간 여러 갈래로 제기돼 온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과 매각 과정의 문제들을 둘러싼 재판에 대한 원천적인 전제 조건을 재확인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처분이 인용되는 경우, 하나금융은 매각 승인의 지연에 대한 배상 책임이 발생하더라도 여러 항변 가설을 검토할 수 있다. 아예 인수 시점부터 잘못 단추가 끼워진 셈이기 때문에 매각 문제를 경영권을 장악한 제1대 주주로서 임의로 판단한 상황 전반에 대해 모두 검토를 하여야 하고, 수령지체의 항변 등을 참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당초 범국본이 의도한 상황은 아니겠지만 하나금융에 유리한 외부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 된다.

아울러, 주식의 의결권 등 문제에 관련해서는 관련 처분이 빠르게 나온다는 통례를 감안하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응책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참고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적 다툼이 이미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2007년에 제기된 일명 정보공개거부 처분의 취소 소송이 아직 결론이 안 났을 정도로 실익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금융위원회간의 이 분쟁은 2011년3월 현재 대법원 특별2부에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과 달리 주식의 의결권 존부나 매각 관련 분쟁에 대한 각종 분쟁을 제기하면 빠르게 판단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의 소액 주주들(외환은행 노조원 일부 가담)에 의한 가처분은 2월25일경 바로 인용되면서 거래소에 상장 유예 조치로 바로 이어진 바가 있다. 장장 2주간에 걸쳐 절차가 마비되면서 하나금융이 부산했던 점을 감안하면 절차와 진행 속도에서 상당히 간소하고 신속히 진행하면서도 노력 대비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박기택 변호사 및 스카이더블유 등이 제기한 메디슨 주식매각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이 경우에는 나중에 칸서스자산운용이 신청한 이의신청이 다시 받아들여지기는 했음). 메디슨 매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26일 칸서스가 보유한 지분 40%가운데 15%에 대해 매각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이로 인해 칸서스측이 추진하던 메디슨 경영권 매각작업이 한때 난항을 겪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론스타 대주주 적격과 하나금융 인수 승인 문제가 남은 가운데, 가처분이 관련 절차 진행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02년 이후 긴 시간을 끌며 치러진 레이크사이드CC 경영권 분쟁을 봐도(조정 등에도 불구하고 지분 변동 상황 등 변화에 따라 추가적 분쟁이 계속됐음), 2005년 7월14일 법무법인 세종이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 신청이라는 카드를 사용한 것이 인용되면서 경영권을 다툼의 일방당사자 측에 사실상(한시적이나) 부여하는 효과를 신속히 낸 바 있었다.

말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지만 허용해달라는 것이나 재판이 신속하게 끝나지 않음에 비해 이같은 주식 관련 가처분이 빠르게 나오게 되는 상황은 가처분을 얻어내는 쪽에 상당한 우위적 효과를 발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가처분이 인용되는 경우 론스타는 의결권 중 상당 부분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2대 주주 등을 무시하고 고액 배당을 진행하는 등 그간 보여온 전횡을 하나금융과의 매각 건에서 더 이상 보이기 어려워지게 된다. 아울러 문제 지분을 공개 매각하는 문제 등으로 추후 파생되는 문제를 치르게 되면서도 계약 이행의 지체 책임을 하나금융에 묻기 어려워져, 매각 주도권을 잃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범국본의 가처분 인용이 어떻게 나올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론스타 적격 자체가 부정되거나, 론스타 적격 문제가 보류되는 상황 혹은, 론스타 대주주 적격이 인정되더라도 하나금융 인수 승인이 나오는 사이의 어느 경우를 상정해도 이 가처분이 인용되는 경우의 수와 결합하면 시나리오 자체에 큰 혼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