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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기술의 LG’ 본격 드라이브

자리마다 R&D 강조, 시장선도 위해 미래 투자 권장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3.16 13: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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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구본무 LG 회장이 테크놀로지 컴퍼니 LG 즉, ‘기술의 LG’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 들어 CEO 및 임원들과의 자리에서 현장경영 시 빠지지 않고 R&D를 강조하며 강력한 R&D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

   
구본무 회장
구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시작으로 글로벌CEO전략회의, 신임 임원·전무 만찬, LG화학∙LG전자∙LG디스플레이 미래현장 방문, 임원세미나 등 6번의 공식 석상마다 빼놓지 않고 R&D를 강조하고 있다.

1월에는 신년사 자리에서 구 회장은 “미래 핵심기술, 원천기술 확보 위한 R&D 투자는 위축되지 말고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으며, 열흘 후 열린 글로벌CEO전락회의에서는 “시장선도를 위한 시도나 미래 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실행 중에 발생한 가치 있는 실패는 인정해 줘야 한다”며 R&D를 통한 성장의 기본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1월말 신임임원과의 만찬자리에서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자금지원 뿐 아니라 미래기술 육성을 위한 R&D 지원을 통해 협력회사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구 회장은 2월초 열린 신임전무와의 만찬자리에서도 “과거 30년 변한거 보다 요즘 5년, 10년 변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며 “R&D투자 계속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2월 중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구미 LG전자 태양전지 공장, LG디스플레이의 태블릿PC용 LCD모듈 공장 등 LG의 미래성장사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래성장사업의 성패는 R&D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며 “우수한 R&D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일에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의 R&D 강조는 3월에도 이어졌다. 구 회장은 LG의 경영진들이 참석하는 임원세미나에서는 “우리에게는 R&D를 통한 근원적인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핵심, 원천기술에 대한 선도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 오너십 속 계열사 ‘일사불란’

이러한 구 회장의 강력한 R&D 리더십에 따라 LG는 계열사별로 강하고 빠른 R&D 만들기에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에 따르면 먼저 강화되고 있는 부분은 R&D 인력으로, LG는 올해 채용할 9000명의 대졸사원 중 50%가 넘는 5000명을 R&D 인력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특히, R&D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은 올해 대졸 채용인력 중 80% 이상을, LG화학은 60% 이상을 R&D 인재로 선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R&D인력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한 제도 및 파격적인 복지혜택도 늘어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3일 세계 최고의 핵심인재 육성을 위해 역량과 성과가 뛰어난 연구개발 및 전문직군 부장을 임원급으로 대우하는 ‘연구·전문위원’ 제도를 확대 시행키로 했다.

파격적인 보상과 더불어 임원에 준하는 복리후생 혜택을 제공해 연구개발 등 전문직군 핵심인재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또 6년차 이상 연구·전문위원 중 심사를 거쳐 전무급 ‘수석 연구·전문위원’으로 승진시키는 제도도 체계화해 미래 비전을 제시키로 했다.

연구·전문위원들은 매 3년 단위로 성과를 검증 받게 되며, 성과와 역량이 우수할 경우 정년까지 안정적인 환경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 해당 직무에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인재라 판단되면 정년을 넘어서까지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LG화학도 이달 초 4명의 연구원을 ‘연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연구위원으로 선임되면 임원 수준의 보상과 처우가 보장되며,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과 평가를 3년마다 받게 된다.

LG이노텍도 올해부터 연구위원들에게 기존에 임원급에만 제공되던 해외출장 시 비즈니스석을 이용을 허용했다. 우수한 R&D 인력들의 피로도를 줄여 좀 더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R&D와 생산현장간의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업본부와 지역생산현장을 오가는 ‘셔틀헬기’를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서울-구미, 서울-파주, 구미-파주간 셔틀헬기를 운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구미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KTX를 타도 3~4시간이 걸리는 데 헬기 운행으로 이동시간이 45분으로 크게 줄었다. 그만큼 R&D에서 개발한 신규 제품 등을 생산현장에 적용시키는 게 빨라졌다.

LG디스플레이도 작년 상반기부터 셔틀헬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와 경상북도 구미를 오간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1분 1초가 소중한 것은 비단 CEO 뿐 아니라,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라며 헬기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그만큼 R&D에 투자하라는 설명이다.

◆2003년 지주사 이후 R&D투자 지속

구 회장은 지난 1995년 취임 이후 매년 열리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6년째 참석하는 등 미래준비를 위한 R&D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 회장의 R&D의지는 LG의 R&D투자 추이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실제 LG는 지주회사체제를 출범시킨 ’03년부터 아무리 경영환경이 어렵더라도 R&D투자만은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지난 2003년 1조6000억원이었던 LG의 R&D투자는 지난해말 3.7조원으로 131% 증가했으며, 올해는 4조7000억원의 R&D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이를 달성할 경우 8년 만에 R&D투자가 3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특히, LG는 지난 2007년까지 디스플레이부문의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되며 시설투자가 줄어들었던 시기에도 R&D투자는 2005년 2조2000억원에서 2006년 2조5000억원, 2007년 2조6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또, LG는 지난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로 글로벌 기업들이 불황타계를 위해  투자를 줄일 때도 위기 이후의 미래를 대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왔는데, 특히 R&D투자는 더욱 확대해 2008년 대비 2009년의 시설투자가 3.5% 증가한데 반해 R&D투자는 같은 기간 2배가 넘는 7.1%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