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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기착지' 거래소…이번엔 뿌리뽑힐까?

등기임원 7명 중 내부인원 ‘全無’…노조 ‘3월말 낙하산 조짐’ 결사반대

박중선 기자 기자  2011.03.15 18: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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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 본부장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자 증권가에서는 '정부에서 본부장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같은 낙하산 소문은 ‘노조와의 협의 없이 통보 식으로, 결국 사실로 밝혀지는 일이 다반사. 한국거래소 김종수 노조위원장은 최근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정보를 입수, 비정상적인 인사에 대한 근원 해소를 강조하며 나섰다. 한국거래소 통합노조는 3월 말로 예정된 본부장급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현재 한 지붕 두 가족인 코스콤도 청와대 신임감사건으로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으로 이번 거래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대응이 인사파동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 통합노조는 지난 2월 출범 이후 첫 집단행동이라 통합노조 첫 집행부 임기 2년간의 평가가 달려있다.

◆‘낙하산 싹쓸이’ 거래소…세계 유일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거래소 본부장은 모두 3명으로 이철환 시장 감시위원장·박상조 코스닥시장본부장·이창호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창호 유가증권장본부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고 시장 감시위원장 자리와 코스닥시장본부장자리에 정부가 청와대인사를 요구하고 있다. 시장 감시위원장에는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간부가 코스닥시장본부장 자리에는 기획재정부 고위관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14일 노조는 임시조합원총회를 개최해 총 조합원 550명 중 참석인원 323명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 김종수 노조위원장.
현재 거래소 등기 임원은 7명으로 이사장과 감사 그리고 5명의 본부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7명에 달하는 등기 임원 가운데 거래소 업무에 대한 지식과 거래소 산업에 정통한 거래소전문가는 전무한 실정이다.

노조 측은 “최소한 시장부문 부이사장은 거래소 내부 인사여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세계 주요 거래소 어디를 봐도 낙하산 인사가 싹쓸이 한 조직은 전무하다”고 주장하며 코스닥·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모두 정부가 사실상 지명하는 낙하산 인사로 내려올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김종수 노조위원장은 “한국은행의 경우 부총재·부총재보 6자리 모두 한국은행 출신이며 금융감독원은 부원장 3사람 중 1사람이 감독원출신이고, 또 여타 공공기관 등기임원중 내부출신이 한 사람도 없는 곳이 없다”며 “낙하산 인사를 막고 본부장 가운데 최소한 1명은 거래소 내부 출신이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시장 감시위원장이 외부에서 오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인 아니다”며 “투자자보호 등 시장 감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도덕성과 전문성이 겸비된 인물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인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건수를 잡아야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성격과 전문성 결여에 있다. 또한 낙하산인사들은 기본적으로 조직과 국가이익이 아닌 개인사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언론플레이, 이벤트성 업무에 집중할 뿐 조직과 시장의 발전은 안중에 두지 않는 다는 점도 문제라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낙하산 강행? 총파업 돌입”
   
지난 2월 출범 이후 첫 집단행동을 단행한 한국거래소 통합노조는 15일 한국거래소 로비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코스닥시장본부장, 시장 감시본부장 선임 결정은 이사회에서 임원 선임 안건을 상정한 후 오는 28일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장이 임명한 인사로 최종승인 된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사회에서는 임원선임 안건 상정을 제출만 하는 것으로 실제 명단 공개는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며 “증권사들로 이뤄진 주주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선임을 반대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청와대 인사들이 자리 나눠먹기 하는 상황에 김봉수 이사장의 의중이 관건으로 사료되고 있으나 공공기관인 거래소의 수장으로서 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결정이 우려되고 있다.

   
오는 28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낙하산 인사를 임명할 지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내부인사를 임명할지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의중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거래소 노조는 내부인사 선임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전체 노조원이 사복근무 투쟁을 강행할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가 강행될 경우 단계적 수위를 높여 청와대와 금융위 시위뿐만 아니라 최후의 방법으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번 투쟁의 성공여부는 향후 노사관계, 대정부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노사의 건전한 긴장 속에 거래소가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06년에도 거래소 감사 후보로 청와대 낙하산 인사가 거론되면서 노조가 전면 총파업 돌입한 바 있다. 노조는 부산 중구 중앙동 본사 로비와 서울 여의도 사옥 로비에서 ‘청와대 밀실 보은인사 저지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각 부서별 릴레이 철야농성에 돌입한 결과 청와대가 거래소 측에 감사 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청와대가 낙점한 후보를 탈락시키는 대신 비중 있는 임종빈 감사원 제2사무차장이 감사 후보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