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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유가·엔低 ‘연속 쓰나미’…수출 ‘빨간불’

‘일본 대지진’ 韓경제 후폭풍은?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13 20: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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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가와 환율 문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말, 삼성경제연구소는 금년 국제 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82.1달러로 예상했지만, 이번에 중동의 민주화 열기로 인한 유가 불안 흐름이 높다. 여기에 일본 대지진이 겹치면서, 엔화 가치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유가-엔저 문제가 겹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빠르게 악화된다. 당초 예상해 온 수출 둔화세보다도 심각한 경색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일명 ‘자스민 혁명’이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아라비아 반도에 이르는 아랍 세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양새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유혈 충돌을 빚고 있으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정정이 불안한 상황이다.

독재 정권들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중동 정책을 펼쳐 온 미국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민주화 열기를 지원하기 어려워 카다피 정권의 예에서 보듯, 민주화 주장 세력에 대한 간접지원(비행금지 구역 설정 등)은 사실상 ‘립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급한 변동 대신 장기적인 불안으로 ‘관리’되며 연착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미 이 같은 상황만으로도 중동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는 등 세계 경제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다. 선물 거래의 특성상 이 같은 유가 불안 여파는 몇 개월 뒤 본격 반영되기 때문에 상반기 내내 중동발 불안에 따른 고유가 타격을 견뎌야 할 수 있다. 더욱이 중동 각국 문제가 과거 이란 팔레비 왕조 붕괴처럼 큰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닌 만큼, 고유가 우려는 한국경제를 2011년 내내 괴롭힐 수 있다.

여기에 일본 대지진 소식 역시 우리 경제에 호재 아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등의 반사이익 예상, 해외 진출 일본자금의 본국 송금을 통한 엔화 강세 흐름 전개와 더불어 재건 사업 추진을 통한 일본 내수시장 강화 등을 예상하기도 한다. 엔화가 강세로 흐를 수 있다는 이 같은 전망은 1990년대 중반 공업중심도시인 고베 일대를 덮친 ‘한신대지진’의 영향과 결과를 보면 일견 타당해 보인다.

   
엔저? 엔고? 이번 일본 동북태평양 대지진 여파가 일본 및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유례없는 피해로 엔화 가치 하락이 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신대지진 당시와 일본경제의 기초체력과 구조가 다르지 않느냐는 우려다. 일본경제는 한신대지진 당시에도 이미 훗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이름 붙는 불경기 흐름 속에 있었지만, 복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엔고 흐름이 형성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때와 상황이 다르다. 장기 불황에서 회복되는 듯했던 일본경제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재정적자 국면을 치러 펀더멘탈이 튼튼치 않다. 동북부는 물론 도쿄 인근 지바에도 추가로 지진(13일 현재)이 나는 등, 피해 규모와 예산 투입 필요성이 한신대지진 때보다 작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번에 처음 타격을 받은 지역은 일본 당국이 오래 전부터 예상, 대비해 온 일명 ‘도카이 지진’ 구역에서 1차적으로는 벗어나 있었다. 이런 상황에 도쿄 인근인 지바에 추가로 지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13일 현재). 간단히 말하면, 일본은 동해 지진(도카이 지진=일본에서 말하는 동해는 태평양)의 예상치에 이미 발생한 동북부 지진 피해(원전 폭발 피해 등)를 모두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2009년 여름,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당국이 오래 전부터 예상, 대비해 온) 일명 도카이 지진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액이 37조엔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11일 오후 일본 동북지방의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8.9의 초대형 강진 여파로 일본 지바현 이치하라 정유시설이 화염에 휩싸였다. 사진은 ‘NHK’ 뉴스 캡처.
결국 이번에 일본이 질 부담은 한신대지진 피해(총10조엔)를 상회할 가능성이 이미 높다. 이는 복구사업을 통한 내수활성화가 아니라 장기적 경제타격으로 인한 엔화 값어치의 하락 효과로 연결되기 쉽다. 엔화 약세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는 큰 부담이 된다.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의 본국 유입에 힘입은 엔고 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의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엔캐리 자금은 금융위기 이후 상당부분 청산되고 최근까지 활성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회복이 본격화되어 금리인상 기대감이 확산되면, 엔캐리트레이드의 재개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한 바 있다. 해외에 나가있는 대규모의 자금이 본국으로 유입되는 한신대지진 상황의 도식이 그대로 재연되기 보다는, 해외투자 상황 변화에 따른 움직임으로 흐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세계 전역의 사회적-자연적 불안 요소가 한국경제에 이중의 주름살을 지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