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해외건설 ‘플랜트·원전시장’ 판 새로 짜야…

국내주택불황에 중동위기까지 ‘설상가상’…사업 다변화 불가피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3.11 11:45:4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해외건설 수주 텃밭으로 알려진 리비아의 행보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리비아 현지에 나가있는 우리 건설업체들의 철수 작업은 일단락 마무리된 상태로 피해 규모도 크지 않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주 단골 지역인 리비아 물량이 끊기기라도 한다면 오름세를 타고 있던 해외시장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해외시장에 주력하는 주요 건설사들은 중동지역 사업 비중을 낮추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는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플랜트나 원전 수주 등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중동지역 리스크 확산으로 플랜트, 원전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이집트 석유화학 플랜트 현장.

지난해의 경우 국내 주택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하지만 해외사업물량을 확보한 건설사들은 주택관련 손실을 해외사업으로 메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올해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은 것이 사실이다. 갈수록 전망이 불확실한 국내 건설시장을 대비하기 위해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수주 불안 지속될 전망”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 △2005년 109억달러에서 △2007년 398억달러 △2008년 476억달러로 차츰 증가하다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71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로 올 초 해외건설협회는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800억달러로 잡았다.

이런 가운데 중동지역 민주화 시위가 불거지면서 잘 나가던 해외시장 분위기도 주춤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수주 계약금액은 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6억달러와 비교할 때 73%가 줄었다. 물론 지난해 실적에는 UAE 원전 공사 186억달러가 포함된 금액이지만 공사 건수는 지난해 87건에서 올해 77건으로 11%가 줄었다.

무엇보다 리비아는 세 번째로 중요한 해외 건설시장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1977년부터 지난 1월까지 리비아에서 366억달러(295건)를 수주했다. 전체 누계수주액의 8.6%를 차지하는 규모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 확산 전 국내 건설업체가 리비아 현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52건으로 약 226억달러 규모다.

여기에 국내 건설시장도 여전히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 악재까지 겹치면서 건설경기 전망은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대한건설협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건설공사 수주액은 5조7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20.9%로 2009년 동월대비 -7.2%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건축공종은 공공 업무시설 등 비주거용 건축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거용 건축, 즉 주택부분이 부진을 보임에 따라 수주액이 1조7130억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무려 34.0%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민간공사가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상승으로 거시경기 둔화가 예상된다”며 “주택경기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해 당분간 국내건설수주 부진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랜트, 원전 물량 사수

최근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주요 건설사들의 수주 다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 간 중동지역에 편중된 수주 비중을 신사업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일부 건설사들은 석유화학 플랜트나 원전시장 공략을 위해 글로벌 엔지니어링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건설은 2012년 플랜트분야 매출 6조3000억원으로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SK건설은 글로벌 거점기지를 적극 활용해 인력 충원은 물론 해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건설은 해외에 위치한 엔지니어링 센터 미국의 ‘SKEC America’와 인도의 ‘SKEC India’에서 고급 엔지니어링 인력을 수시로 채용, 본사와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중동은 물론 동남아, 중남미 등지로의 해외시장 확대, 발전플랜트 사업 강화, 개발형 프로젝트 추진 등을 통해 SK건설 플랜트분야의 포트폴리오는 더욱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유럽 유력 엔지니어링 업체에 대한 인수나 제휴를 추진 중이다. 동유럽 석유화학 플랜트와 원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유럽 엔지니어링 업체) 인수나 제휴 추진이 진행은 되고 있지만, 최근 리비아 사태가 불거지는 통에 진행이 다소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최근 중남미 국가인 에콰도르의 플랜트 시공업체 ‘산토스 CMI’를 인수하고, 중남미 건설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롯데건설 역시 미국이나 유럽의 엔지니어링 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협회 플랜트 지원실 관계자는 “플랜트, 원전 등 시장 다변화 전략 등은 매년 중점을 뒀던 것으로 지금도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타 지역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원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한전(한국전력)의 원전 수주를 통해 국가적인 지원이 동반돼야 하는 것이 현재 원전 수주의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