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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인약관 동의’ 이면의 얄팍한 상술

이욱희 기자 기자  2011.03.08 16: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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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갈 길이 바쁜 여행자가 나무가 울창한 숲을 지날 때, 그는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살펴보지 못하고 숲만 보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다수 사람들은 이 여행자처럼 사는 것 같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바쁘다. 특히 수많은 웹사이트가 존재하는 온라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웹사이트를 이용한다. 가입절차가 필요한 홈페이지를 만나면 가입절차가 최대한 간소하길 기대하고 ‘빨리빨리’ 절차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가입약관을 꼼꼼히 읽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목표만 좇다보면 늘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십상이다. 웹사이트에 가입할 때 대개의 경우 ‘가입약관’을 무심코 동의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험회사, 카드회사, 이벤트 등 다양한 곳에서 전화가 오면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근심어린 표정을 짓곤 한다. 가입 당시 약관에 동의했기 때문에 합법적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런 습관을 알고 교묘하게 악용하면 문제의 소지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소비자 주의가 먼저라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의 한 사무관은 기자와의 대화 중에 “처음에 약관을 따지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가입하는 것은 소비자의 부주의”라며 “꼭 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또 ‘개인정보 활용 동의에 관한 어떤 규정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확한 지침이 없다”며 “일일이 이런 것을 따지다가는 법이 아니라 누더기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의 말이 정답인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정답에 100% 수긍할까?

KT 유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가입한 이석훈씨(27. 회사원)의 경우를 보자. 그는 오랜만에 숲보다 나무를 보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KT 유클라우드 서비스 가입 시 여러 개의 약관이 있고 ‘필수’와 ‘선택’이 조그맣게 빨간 글씨체로 적혀 있다. 한 번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때문에 이씨는 대수롭지 않게 전체 동의 체크란에 표시를 하려다가 유심히 선택란에 적힌 내용을 보면서 헛웃음을 쳤다.

선택란에 ‘결합 및 제휴서비스’에 대한 동의라며 롯데카드, AIA생명 등 무수한 카드, 보험사 이름이 있으며 ‘보험상품 제공 또는 판매…’ 등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는 평소에 보험사나 카드사로부터 온 문자나 전화가 이런 얄팍한 동의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KT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인 20조원을 돌파했음에도 타 제휴업체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일까? 특히 소비자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동의하게 만들고 있다.
 
고객을 위해 발로 뛴다고 하더니, KT는 고객 정보를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