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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3세 중심 ‘신수종 밑그림 잡혔다’

[기획연재] 3‧4세를 통해 본 재벌의 미래…①삼성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3.08 08: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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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놓인 국내기업들은 저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느라 분주하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기업의 지속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동력’을 쉼 없이 가동시켜야만 한다. 시대흐름을 방관했다간 자칫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기 십상인 시대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일본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든 탓을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 스타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잡고 있는 재계 3‧4세들은 대부분 역동적이고 활기가 넘친다. 창의적인 경영스타일로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들도 있다. 본지는 ‘3‧4세를 통해 본 재벌의 미래’ 시리즈를 연재, 대기업집단의 내일을 진단한다. 첫 번째로 삼성그룹을 조명한다.

매년 사상 최대실적을 갱신하며 승승장구를 이어온 한국의 대표 기업집단, 삼성. 지난 2008년 삼성특검으로 이 회장의 공식 퇴진이란 풍파를 겪었지만 이로부터 1년8개월 후 ‘왕의 귀환’에 따라 삼성은 다시금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이번에도 이건희 회장은 ‘위기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예년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변화에 대한 주문의 강도가 세지고 있고, ‘삼성의 내일’에 대한 설계도를 막후에서 총지휘하는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에 재입성하기까지 당시 세간에서는 삼성의 미래를 둘러싸고 여러 관측이 무성했다. 삼성 컨트롤타워 부재가 삼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다른 편에서는 이 회장이 퇴진했더라도 그 존재 자체로 ‘역할’은 충분히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쨌든, 이 회장이 복귀한 삼성은 보다 젊고,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등 또 한번의 발전적 변화가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3월 이건희 회장이 복귀한 삼성은 보다 젊고,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등 또 한번의 발전적 변화가 꿈틀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복귀를 결심하며 “글로벌 기업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이 진짜 위기다. 삼성의 대표 제품들도 10년 내 모두 사라질 수 있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삼성 3세경영의 급부상. 그동안 삼성 3세 경영은 이 회장의 퇴진과 경영복귀 과정에서 매년 승진을 거듭하며 그룹 내 위상을 강화해왔다.

때문에 삼성의 장밋빛 청사진을 손에 쥘 주인공은 이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등 3세 경영진들에게 자연스레 넘어가고 있다.

◆이 회장 의지 본격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는 지난해 5월 삼성의 신수종 사업 투자 결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삼성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친환경 및 건강증진 미래 산업 분야에 오는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 이들 5개 신사업에 서 매출 50조원, 고용 4만5000명을 창출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삼성은 이의 일환으로 지난달 25일 바이오제약 산업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은 이날 세계 톱 바이오제약 서비스 업체 퀸타일즈(Quintiles)사를 전략적 해외 투자자로 선정, 자본금 3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삼성에 따르면 합작사는 삼성전자가 40%, 삼성에버랜드 40%, 삼성물산 10%, 퀸타일즈사가 10%의 지분을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자하며, 바이오제약 산업 중 조기 사업화가 가능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 사업(CMO)을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는 신수종 사업 투자 결정을 통해 드러났다.
합작사는 인허가 등 부지 관련 행정 절차를 끝낸 후 올해 상반기 중 바이오 의약품 생산 플랜트 건설에 착공, 오는 2013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 및 생산에 돌입한다.

삼성이 건설하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 플랜트는 3만리터급 동물세포 배양기를 갖춘 초현대식 시설로, 합작사는 암·관절염 등 환자 치료용 바이오 의약품을 연간 약 600㎏ 생산할 예정이며,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을 해외에 판매할 계획이다.

또, CMO사업 합작사는 삼성의 바이오제약 사업의 첫 걸음으로서, 삼성은 신설되는 합작사를 통한 CMO사업과 함께 삼성전자를 통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병행 추진해 오는 2016년에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본격 생산한다.

특히, 삼성은 장기적으로 바이오신약 사업에도 진출, △삼성의료원의 치료 사업 △바이오제약 사업 △삼성전자의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 사업 등 의료관련 사업의 융복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3세 중심 지분구조 해결해야

삼성의 이번 장기플랜은 미래 삼성, 글로벌 삼성의 변화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는 삼성 3세 경영들이 향후 발휘할 컨트롤타워로서의 역량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단서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핵심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 3세경영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변화와 이들의 역할이다.

우선, 삼성은 이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을 별 탈 없이 해결해야 한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주회사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삼성이 이들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간 최대주주, 또는 관련 사업이 이들을 기준으로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삼성은 금융산업법에 따라 오는 2012년 4월까지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 주식 25.64%를 5% 내외로 줄여야 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지만, 이러한 과정은 삼성이 순환출자구조를 끊고 지주회사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삼성에버랜드는 현재 삼성카드가 25.64%, 이재용 사장 25.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재 삼성카드가 보유한 지분을 에버랜드가 자사주 형식으로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순환출자구조 속 삼성 오너가의 삼성전자 지분 확보라는 중요 과제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그룹 내에서 오너십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은 삼성전자의 그룹 내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3세경영 역할 이미 안착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는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되는 기업에 있어 신성장동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설명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 3세가 보여줄 향후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당장 이번 바이오제약 사업의 구체적인 전략이 이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이 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물산이 이번 CMO 합작사에서 각각 차지하고 있는 지분율은 40%, 40%, 10%다.

삼성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가 그룹 내 계열사에 비해 미래 성장동력에 남다른 갈증이 있었고, 이를 통해 매출 규모와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전자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기회를 얻었다.

게다가 삼성물산도 플랜트 건설 역량(EPC)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국내외 수주전에서 힘을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수출에도 일조를 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의 미래는 3세경영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변화와 이들의 역할이다. 사진 좌측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의 위치에 있으며, 이부진 사장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역임 중이다. 이서현 부사장도 삼성에버랜드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쯤만 돼도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 삼성 오너가 3세들의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바이오제약 사업이 이부진 사장의 주도하에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이번 바이오제약 사업이 삼성에버랜드·삼성전자·삼성물산의 최종 결정기구를 통해 정해졌지만 이부진 사장이 이번 사업을 놓고 디테일하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유가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바이오제약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이부진 사장이 예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으로 비춰진 내용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바이오제약 사업은 인천에 공장을 세운다는 내용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일부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신수종사업의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담보로 이들 3세를 중심으로 계열사의 유기적인 구조 재편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삼성 오너가 3세의 향후 지배력이 어떠한 그림을 완성해나갈지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