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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 논란 ‘재점화’ 불구 경찰 김빼기 작전?

야권 “경찰, 재수사에 임하라” 압박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3.07 19: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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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장자연 리스트 자필편지 파문이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SBS가 지난 6일 <뉴스8>을 통해 2009년 사망한 연기자 故 장자연씨가 작성한 50여통의 자필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진상규명 및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민노당 등 야권을 통해 제기되고 있기 때문.

SBS는 당시 방송분에서 “전속 계약을 맺을 즈음인 2007년 10월 이후 편지에는 ‘술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면서 “장씨가 접대한 31명을 기록한 리스트에는 연예 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뿐만 아니라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까지 열거돼 있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故 장자연은 자신의 자필편지를 통해 “부모님 제삿날에도 접대 자리에 내몰렸다”고 주장하면서 “강남 뿐 아니라 수원 가라오케, 룸살롱 등지에서 접대했다”고 자세히 기록했다.

편지 내용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충격적이다. 장자연은 접대를 받으러 온 남성들에 대해 “악마”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그러면서 “100번 넘게 끌려 나갔다. 새 옷을 입을 때는 또 다른 악마들을 만나야 한다”고 고통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록했다. 그녀는 그러면서 “명단을 만들어 놨으니 죽더라도 복수해 달라”며 “내가 죽어도 저승에서 복수할 거다”고 참담했던 당시의 심경을 거침없이 서술했다.

2009년 신인 연기자인 故 장자연 씨의 죽음은 많은 국민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특히 이 사건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 연기자에 대한 접대와 성상납 강요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국민은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당시 조현오 경기청장의 ‘성역없는 수사’는 어찌된 일인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고, 검찰 또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유력 인사들을 증거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모두 무혐의 처리, 이들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는 게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여전한 비판의 목소리다.

한 신인 연기자의 삶이 자살이라는 형태로 철저히 파괴되었지만, 그 죽음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사회권력층의 성상납 관행은 조금도 단죄 받지 못한 셈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당시 장씨의 죽음과 관련해, 이른바 ‘리스트’에 올라 있는 모 신문사 사장과 같은 신문사의 스포츠 신문 대표를 거론 , 해당 신문사측으로부터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 당하기도 했다.

야권은 故 장자연씨 2주기를 맞은 7일 “고 장자연씨의 죽음은 연예계의 권력관계가 낳은 타살이 분명하기에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에 대한 정당한 처벌만이 그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대책 마련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법무부 이귀남 장관을 상대로 “(장자연 씨에게 성대접을 강요한) 악마 서른 한명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며 “검찰은 수사를 하고 있느냐”고 압박했고, 이 장관은 “(수사를) 검토해보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같은당 천정배 최고위원 역시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31명의 악마들이 누군지 안다”며 “검찰과 경찰은 장자연 리스트를 공개하고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차영 대변인은 한발 나아가 “이 방송을 한 방송사는 리스트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완성시키기 바란다”고 SBS의 용기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번에 공개된 장씨의 자필 편지와 관련해 지금도 경찰은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사실확인은 해 보겠지만 수사재개라고 보기 힘들다', '새로운 단서라는 것이 정신병치료 전력이 있는 사람이 갖고 있던 편지다'라며 애써 의혹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경찰이 아예 처음부터 김빼기로 나오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장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는, 한스러운 죽음을 선택한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며, 연예계에서 접대와 성상납과 같은 나쁜 관행을 없애는 첫 걸음”이라면서 “경찰의 철저한 재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여성위원회도 논평을 통해 “장자연씨의 자필 편지는 현재 여성 연예인에 대한 성착취,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전면적 재조사의 진행여부와 그 결과는 권력 사슬 속에서 여성 연예인들이 피해받는 관행을 척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故 장자연씨 사건의 진실 규명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방송사 측에 관련 편지를 넘겨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히 “장씨 지인의 주장이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다.

   
▲ MBC 방송화면 캡쳐

사진=mbn 뉴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