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KT 백조의 발? ‘고객이 발로 뛰었소’

이욱희 기자 기자  2011.03.07 11:08:5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호수에 유유히 떠 있는 백조를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백조는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쉼 없이 발을 움직여야 한다. 발로 끊임없이 헤엄치지 않는 백조는 가라앉는다. KT는 우아하게 보이는 백조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쉼 없이 움직이는 기업이 되겠다며 ‘백조의 발’과 KT를 은유시켜 TV CF를 방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기막힌 아이디어 광고다.

이 CF처럼 KT는 ‘만족(滿足): 가득할 만(滿), 발 족(足). 발이 가득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올레는 입으로 떠들지 않겠습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 발로 뛰겠습니다’라고 고객에게 외치고 있다.

KT는 지난해 아이폰 도입과 함께 20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아이폰으로 인해 AS(사후서비스), 통화품질 불량 등 많은 역경을 겪으며 고객의 원성을 샀다. 이 때문인지. KT는 올해 고객 만족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쓸 계획인 듯하다.  

KT는 ‘발로 뛰겠다’며 사장단의 발 도장부터 시작해 발미인 이벤트 등 ‘발’에 유독이 집착하며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잃은 고객 불만족이 이런 쇼맨십으로 가능할지 궁금하다.

최근 일어난 KT 관련 사건들을 보면, 고객 만족은 입으로 떠드는 모습뿐이라는 의문점이 든다.

#1. 고객과 자주 통화를 하는 이승현(가명 회사원)씨는 거주 지역내 장기간 통화품질 불량으로 KT 측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한 달이 넘게 수리가 안 돼 영업 손실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KT로부터 응답을 보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KT 측은 “65%만 되는 수신율이 73%가 나와 영업 손실에 대해 책임이 없다”며 “도의적 차원에서 요금제 50% 할인해준다”고 했다. 왠지 KT는 고객의 입장보다는 변명과 선심 쓰는 식으로 고객 응대를 한 것 같다.

#2. 최근 KT가 새롭게 선보인 ‘유클라우드CS’를 회사 일로 인해 이용하려는 김도진(42 회사원)씨는 사용 결제가 안 돼 골머리를 썩었다. 이 문제에 대해 KT 측에 계속 문의를 했지만, 상담자만 며칠 동안 몇 번씩 바뀌더니 일주일 째 유클라우드 CS를 사용하지 못하고 기다렸다고 한다.

그야말로, KT는 발로 뛰는 게 아니라 고객들을 발로 뛰게 하고 있다. 문제해결에 있어, 고객을 더 분주하게 하고 있다.
 
본래 ‘백조의 발’은 두 가지 뜻이 있다. KT가 말하고자 하는 ‘겉보기에 여유롭고 멋있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와 ‘외적으로는 멋있는 척 하지만 내적으로는 추한 사람’을 지칭할 때도 쓰인다.

   
 
KT는 왠지 후자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발에 관련된 행사를 봇물처럼 쏟아냈지만 결국 발로 뛰는 척일뿐이다.

KT가 진정 고객을 위해 발로 뛰고 싶다면, 겉보기 좋아 보이는 이벤트 보다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부분을 강화시키길 바란다. 

KT는 ‘만족: 업신여길 만(嫚) 발 족(足)’처럼 고객을 업신여기는 만족이 안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