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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회지도층에 ‘정문 배려’ 최선인가?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07 10: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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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탤런트 현빈이 해병대에 입대해 화제다. 현빈은 해병대 1137기로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 교육 훈련단에 입소해 5주간 기초훈련을 받는다.

7일 오후 열릴 입소식에 팬들과 취재진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 사회마저 이른바 ‘현빈 특수’를 기대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읍사무소가 내건 현빈 환송 관련 현수막이 눈길을 끌고 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사무소에서 내건 이 현수막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입영자, 가족: 좌회전(서문 입장), 현빈 팬: 직진(교육훈련단 정문입장)’이라는 내용 때문인데,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이라 그 편의를 고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군복무를 기피하는 일부 사회 풍조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현빈의 해병대 입대가 회자된 데 따른 반향으로 “해병대도 사회지도층(현빈 주연의 ‘씨크릿 가든’의 인기 대사)을 배려한 것이냐”는 풀이도 있다.

이 같은 입장객 분리 배치에는 결국 해병대의 판단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어떻게 분산해 방문객들을 수용할지는 결국 교육훈련단, 더 크게는 해병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포항을 찾은 많은 팬과 취재진을 위해, 그리고 혼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택한 방법으로  두 갈래 입장이라는 방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해병1사단 쪽 정문인 ‘서문’과 교육훈련단 ‘정문’에 모두 3000여대의 주차장을 확보했다고 하니 그 노고도 높이 평가하는 바이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분리 입장에서 팬들에게 해병대 교육훈련단 정문을 연예인 측에, 해병대 1사단 쪽으로의 우회를 일반 입영자와 그 가족 측에 배정한 것이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2007년 이전까지는, 외부에서 교육훈련단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정문이 없었다. 그래서 해병대에 입대하는 신병 및 방문객들은 그 동안 해병대 1사단의 서문을 이용해 출입해 왔으나, 2007년 여름 정문 신축을 계기로 교육훈련단이 고유한 정문을 갖게 됐다(해병대 교육훈련단 창설 이후 30년 만이다). 입영자와 부모들을 위한 작은 배려라고 할 수 있고, 이 앞에서 가족들에게 큰절을 하고 들어간 것을 추억하는 해병대 전우들도 많다.

현빈 측은 취재기자들과 팬들의 운집을 우려, 이미 여러 차례 해병대 측과 공문을 주고받으며 일정을 조율했다고 한다. 여러 상황을 볼 때 해병대 쪽에서 제반 사항을 세세히 검토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더욱이 현빈의 이번 입대가 특히 이슈로 비화된 점은 최근 드라마 배역에서 누누이 강조된 ‘사회지도층의 미덕’과 실제로 그가 병역을 피해 온 일부 풍조에 경종을 울리며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한 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므로, 배려를 넘어서서 특권, 우선순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조치라면 어떤 일이든 신중히 검토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하필 왜 연예인 측이 정문이고, ‘일반’은 서쪽으로 우회하라는 듯 읽히는 현수막이 내걸리게 하는가? 아무리 동선 배치가 난감하다고 해도, 다른 출구 하나를 내 줘서 기자 회견과 팬들과의 정리를 확인할 공간까지만 주면 충분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현빈은 현대자동차에서 기증받은 고급 승용차도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것으로 입대 준비를 매듭지어 역시 사회지도층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데, 이처럼 군문(軍門)에 드는 관문에 지나친 배려를 해병대 측에서 했다면, 오히려 현빈에게 누가 되는 일이다. 현빈 신드롬의 존립 기반 자체를 부정하고 욕보이는 일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과유불급이라고 할 만 하다.

   
 
해병대는 그간 아무리 고위층 자제가 입영해도 아무런 편의도 안 봐 주는 군기가 엄정한 곳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는 한국 해병대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 해병대도 그렇다. 현빈 이슈를 활용하고 격려하고 감사를 표하는 것은 좋으나, ‘팬은 정문, 일반 입영자 가족은 서문’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통제에 난리굿을 치르더라도 ‘입영자와 가족은 정문, 현빈 훈련병 관계로 오신 분들은 서문’을 택했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