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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기적’ 대수로공사…어떻게 되나?

대한통운·리비아합작설립 ‘연락두절’…“공사물량 없어질 수도”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3.04 17: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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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단일공사로 세계 최대 규모로 세간에 이슈가 됐던 리비아 대수로공사가 미궁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리비아 대수로공사는 동아건설이 1983년에 수주한 것으로 대한통운은 모기업인 동아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 공사에 참여했다. 이후 동아건설이 파산하면서 대한통운은 동아건설 대신 공사를 맡았다. 현재 대수로공사의 메인 단계인 1차는 1991년 마무리 됐으며 2차 역시 실제 공정은 모두 끝난 상태다. 문제는 나머지 3, 4, 5단계 공사 진행 여부. 하지만 리비아 현지에서 공사를 맡은 ANC(Al Nahr Company: 대한통운·리비아 대수로청 합작설립)의 현재 상태가 확인 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인 리비아 대수로 공사도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리비아 사태가 격화되면서 대한통운과 리비아 대수로청이 합작 설립한 ANC(대수로 3~4차 수주)의 현재 상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향후 대수로 공사 수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과거 동아건설이 시공 중인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

리비아 대수로는 남부 사하라 사막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북부 지중해안 도시들에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수로다. 지름 4m, 길이 7.5m, 총길이 4000㎞에 이르는 송수관을 사막을 가로질러 지하에 매설, 하루 650만t의 물을 북부 지중해 연안에 공급하는 대규모 공사다.

대수로 사업은 완공된 △1단계 1874km △96년 통수식을 가진 2단계 1670km △3, 4단계 1720km 등 총 4264km의 5개 수로가 계획돼 있다. 현재까지 105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2개의 수로가 건설됐으며,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공사기간만 무려 30여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의 세계 최대 토목공사 

리비아 대수로공사가 이슈가 된 것은 규모뿐 만이 아니다. 당시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와 동아건설 최원석 전 회장의 친분도 공사 수주에 많은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은 의형제 사이처럼 친했고 덕분에 동아건설은 리비아에 발을 들인 타 국내 건설사와는 다른 ‘칙사 대접’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동아건설은 1984년 37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따냈다. 특히 1단계 대수로 공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62억달러 규모의 2단계 공사도 동아건설이 따냈다. 당시 카다피는 이를 두고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말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카다피와 동아건설이 맺은 신뢰로 동아건설은 총 공사비 100억달러 규모 3, 4차 대수로 공사까지 수주가 확실시 됐다. 하지만 동아건설은 대수로 2차 공사 완공을 앞둔 2001년 파산선고를 받고, 우여곡절 속에 동아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수로 공사에 참여했던 대한통운이 공사를 넘겨받게 됐다.

이에 따라 대한통운은 지난 2004년 12월 1·2차 대수로 공사 지체에 대한 보상금을 물고  하자 보수를 해주기로 리비아 당국과 합의하고 동아건설이 갖고 있던 ANC지분 25%를 승계했다.

ANC는 지난 1993년 리비아 대수로청과 동아건설이 각각 75%와 25%씩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국토부 “ANC 아마도 철수한 듯”

지난 2005년 당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은 리비아 대수로청과 각각 25%, 75%의 지분으로 합작 설립한 ANC를 통해 대수로 공사 3, 4, 5차 단계 사업에 참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리비아 시위대와 카다피 정권이 충돌하면서 리비아 대수로 공사 3, 4, 5차를 맡고 있는 ANC의 공사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욱이 ANC를 합작 설립한 대한통운도 리비아 대수로 공사(3, 4, 5차)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대수로 공사의 메인 단계인 1·2차 공사 부문의 실제 공정은 다 끝났으며  3, 4, 5차는 ANC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고 우리(대한통운)는 지분만 가지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 ANC가 3차를 수주하고 터키와 캐나다 업체가 시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리비아 현지에 위치하고 있는 ANC가 리비아 사태 직전까지는 전화 연결이 됐지만, 사태가 격화되고 있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는 점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지금 리비아 사태로 인해 현지에 나가있는 ANC에서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니다”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전화를 받았지만, 지금은 실제 통화가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본지가 대한통운으로부터 리비아 현지 ANC회사의 전화번호를 받아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ANC는 리비아 현지에 있는 회사기 때문에 현재로선 보고 받은 내용이 없다”며 “아마 철수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리비아 악재…대한통운 매각 발목 우려
 
리비아 사태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통운의 인수전도 막이 올랐다. 그러나 장기화 되고 있는 리비아 사태가 매각을 앞둔 대한통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한통운은 지난 2005년 리비아 대수로 관리청으로부터 대수로 2단계 공사의 예비 완공증명서(Provisional Acceptance Certificate, 이하 PAC)를 획득했다. 특히 대수로 1·2단계 사업의 최종완공증명서(FAC) 발급 여부가 이번 대한통운 매각절차에 변수로 제기 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통운 측은 FAC에 관계없이 예비완공증명서(PAC) 발급으로 우발채무는 이미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대수로 공사의 메인 단계인 1, 2차 공사를 이미 완료했기 때문에 대수로 공사에서 더 이상의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83년 당시 동아건설이 수주한 대수로 공사는 1969년부터 리비아를 통치해온 카다피 체제에서 따냈던 것이다. 대한통운이 대수로 공사를 인수, ANC합작법인을 통해 공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려면 대수로 공사에 많은 도움이 됐던 카다피 정권 몰락 여부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일단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 되면 건설 관련 발주 물량이 없어지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으로선 정권이 바뀌고, 안 바뀌고를 떠나서 리비아 사태가 앞으로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강신영 중동팀장은 “카다피 정권이 몰락 위기로 우리 건설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예측하기 힘들다”며 “그러나 어떤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도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지금까지 리비아에서 했던 것들을 또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