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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해' 삼성 이부진, '지는 해' 롯데 신영자

삼성 기세 ‘질풍노도’, 롯데 신사업 ‘첩첩산중’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3.03 16: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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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1년 들어 두 유통 라이벌 장녀들의 행보가 다른 해보다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맏딸의 바쁜 행보는 사뭇 다르다. 삼성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신사업 가담과 성공적 사업 유치로 삼성그룹 내 위상을 다지는 반면 롯데의 장녀 신영자 사장은 그룹 내에서 입지가 적어 독자 노선을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현 상태 유지도 버거운 모습이다. 여느 때보다 달라질 유통 라이벌 여풍들이 올 한해 겪게 될 각각 다른 의미의 ‘질풍노도 길’을 살펴봤다. 

지난 달 25일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시작으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바이오신약 개발 등 바이오제약 관련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것임을 발표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가 이 사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다른 계열사들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음이 전해지자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에버랜드 사장도 이번 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의 바이오 합작사 지분은 40%로 삼성전자와 같은 규모이며, 테마공원이나 급식사업이 주였던 삼성에버랜드가 앞으로 바이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예정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더구나 이부진 사장은 합작사의 지분 10%를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의 고문도 맡고 있어 앞으로 삼성의 체제는 전자 이재용 사장, 바이오는 이부진 사장 쪽으로 정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들어 두 유통 라이벌 장녀들의 행보가 다른 해보다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맏딸의 바쁜 행보는 사뭇 다르다. 삼성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신사업 가담과 성공적 사업 유치로 삼성그룹 내 위상을 다지는 반면 롯데의 장녀 신영자 사장은 그룹 내에서 입지가 적어 독자 노선을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현 상태 유지도 버거운 모습이다.

◆ ‘파워, 이부진’

이부진 호텔신라 및 삼성 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사장의 삼성 내 위상은 최근 1년 사이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은 장녀 이부진을 사장 승진과 동시에 그룹 경영의 핵심으로 위치 이동 시켰다. 과거와 달리 여성이라 해서 ‘내조’나 미술관 사업 등 문화사업에만 매달리게 하지 않고 보다 책임과 의무가 주어진 역할을 부여한 셈.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이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에서 합격점을 받으며 그룹 경영권에도 황태자 이재용과 함께 후계구도 중심축으로 그 이름을 올렸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과장, 해외인력관리팀차장을 거쳐 2001년 8월부터 호텔신라에서 그녀의 숨겨진 재능을 발휘했다.

이후 경영을 총괄하는 경영전략담당의 핵심 임원으로 자리하면서 지난해 말, 사활을 건 ‘명품사업’ 인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을 세계 최초 공항면세점 성공적으로 유치라는 신기원을 이뤘다.

사실, 경쟁 백화점이나 호텔에 입점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 론칭이 경영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업계분위기에선 이부진 사장의 업적은 괄목할 만 했고, 이에 대한 포상으로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2월 당시 전무였던 그녀에게 사장이란 타이틀을 달아줬다.

그녀는 지난 2007년 신라호텔의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하 아케이드에 베라 왕, 헤리 윈스톤, 쥬디스리버, 존롭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고급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 시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부진 사장은 명품관 아케이드 매장 배치부터 입점 시킬 브랜드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챙기며 각별한 관심으로 사업을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 취임 이후 첫 해를 맞은 올해의 성적표는  ‘사장 이부진’의 아킬레스건이자 지렛대로 쓰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호텔신라의 위상과 새롭게 시작하는 바이오 사업에서의 이부진 사장의 향후 행보에 재계는 물론 삼성 후계구도에 어떠한 변화가 올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 ‘쿠오바디스’ 외치는 신영자

반면 신영자 호텔 롯데 면세점 사업부 및 롯데쇼핑 사장은 여전히 경영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따라서 신사업구축을 통해 동력을 얻기보다는 지난해부터 가꿔온 사업의 현상유지에도 바쁜 모습이다.

지난달 롯데그룹은 사상최대의 인사를 단행하며 롯데에 입사한 21년 만에 그룹의 회장 자리에 신동빈 부회장을 승격시켰다. 신 회장은 일찌감치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자리매김을 확고히 해 왔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전통적인 남성 중심적 보수 성향은 신영자 사장으로 하여금 롯데그룹의 주력 사들과 떨어져 작년부터 블리스,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등을 설립하게 하는 등 독자적 영토 확장을 위한 홀로서기에 고군분투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는 않았다. 신 사장의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과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직이 상법에 명시된 ‘경업금지 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더구나 롯데 내에서의 그녀의 입지가 좁아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롯데쇼핑 지분은 신동빈 회장이 14.59%, 신동주 부회장은 14.58%다. 반면 신영자 사장의 지분은 0.79%에 불과하다. 아울러 호텔롯데는 일본 (주)롯데홀딩스 등 일본 롯데 관계사 지분이 100%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미스롯데 출신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가 자신과 딸이 대주주로 있는 (주)유원실업 명의로 롯데쇼핑 지분을 매입하며 재계의 눈길을 끈 바 있다.

사실상 서미경씨가 당시 확보한 지분은 0.03% 정도로 롯데쇼핑의 경영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서미경씨가 롯데쇼핑 주식을 매입한지 하루 만에 이번에는 신격호 최장이 장내에서 롯데쇼핑 주식 1만4260주를 총 18억9000만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따라서 재계 호사가들은 신격호 회장의 갑작스런 롯데쇼핑 주식 매입 행보는 신영자씨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우선 아버지로부터 밀려난 후원과 함께 신동빈 오너 시대가 돌입되면 신영자의 앞날은 어떠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신영자, 이부진의 1차전이라 불리는 애경그룹 AK면세사업권 인수도 표면적으로 보기엔 롯데의 ‘한판 승’이었지만 현재 두 면세사업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호텔롯데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까지 롯데면세점의 업계 시장 점유율은 44.2%로 2009년 43%로 줄었다.

애경 그룹의 면세사업인 AK글로벌을 인수한 이후 2010년에는 롯데면세점이 전체 면세점 시장점유율 약 50%를 넘어섰지만 AK면세점 점유율 8.2%을 보탠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호텔 신라는 2008년 21.1%에서 2009년 25.5%, 2010년 29%로 늘어 고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더구나 2차전으로 여겨지는 루이비통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찰에서 이부진 사장이 신영자 사장에게 찬물을 끼얹자 롯데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냈다. 하지만 이면에는 롯데가 사업권을 따지 못하고 나서 괜한 트집을 잡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이제 두 여걸에게 치열한 정면승부로 또 한차례 예고되고 있다. 바로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권자 결정을 위한 재입찰 문제가 바로 그 것.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새로운 사업자로 1개 사업자만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한 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정면승부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은 이미 삼성의 경영권에까지 다각적 활동을 벌이고 있어 이외에도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 있지만 신영자 사장은 이번 관문에서 통과하지 못할 경우 벼랑 끝으로 내 몰린 그녀의 올 한해 행보에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