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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주택청약저축 과당 유치전’…또?

가입비 대납논란에 일선 지점은 5년전 거래고객까지 홍보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02 17: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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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IBK기업은행이 최근 행장 교체 이후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업은행은 인구보건복지협회와 손잡고 2008년 3월2일 이후 출생 영유아를 대상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독려 캠페인을 시작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85㎡이하 공공주택용인 청약저축에다 민영주택 청약용인 청약 예금·부금 기능을 추가한 종합통장이다. 미리 아기 때부터 만들어 놓으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조금이라도 쉽게 이루지 않겠느냐는 부모들의 기대감을 공략하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2일부터 시작, 6월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는 선착순 5만명에게 가입 기념으로 1만원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은행이 2008년3월 이후 출생 영유아를 상대로 주택종합청약저축 가입 이벤트를 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종합청약저축과 관련해 과당 경쟁이 붙어 큰 부작용을 낳았던 2009년 사례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년여전 ‘대납 등 무리수 판촉 반성’ 잊었나

하지만 이 같은 홍보는 무리수의 재연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9년 은행계는 이 주택청약종합저축 영업전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번에 기업은행이 다시금 영업전의 추억을 되살리고 나선 것은 신임 행장 취임으로 공격적인 면모를 과시할 필요에 따른 게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하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건으로 새로 유치한 고객은 다른 예금이나 대출 등 다양한 상품의 잠재 수요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이벤트는 더욱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어린이 관련 펀드 상품 등 오랜 시일 관련 상품 연계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알토란같은 영업 저수지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기업은행은 2009년 상반기 주택청약종합저축 영업전에서 제법 짭짤한 재미를 본 바 있다. 행원들의 ‘저력’을 이미 잘 알기 때문에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 수 있었다는 것.

2009년 5월까지로 영업전 기간을 단축할 정도로 당시 은행계는 과열 몸살을 앓았다. 캠페인 조기 종료 무렵인 2009년 6월1일 기준으로, 5개은행의 가입자수는 무려 540만명을 돌파했었는데, 우리은행이 154만좌, 농협 123만좌로 100만좌를 돌파했었고, 신한은행이 105만좌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약 86만좌를 판 것으로 은행계는 봤는데, 지점 수가 적은 점과 자산규모나 기존 영업망이 중기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전한 셈이었다. 4대 금융그룹 소속인 하나은행을 누르는 등(동일시점 기준 하나은행은 약 75만좌를 팔았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영업 노하우를 제법 쌓았다고 자타가 공인할 만하다는 것.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당초 정해진 판매 영업전 기간보다 1개월이 단축될 정도로, 과당 경쟁 우려가 제기됐다. 이때 금융감독원이 특별검사에 나설 정도로 유치전이 과열됐는데, 일선 지점에서 행원들이 사재를 털어 대납까지 해 가며 고객 유치를 하는가 하면, 불완전 판매가 만연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안암동지점에 문의한 결과, 해당 지점에서 배포한 문자메시지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점 관계자는 "여기(안암동)에 살지 않아도 아무 지점에서 가입해도 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된다고 확인하고, "부모 신분증도 가져 와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등 방문(가입)을 권유했다.
그런데 5만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에 대해 초기 가입비의 반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본사 차원에서 지원해 가면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이 같은 2009년 대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행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5년전 거래 고객 목록까지 뒤져 무차별 판촉하나?  

K씨(가명, 인천 거주)는 2일 당혹스러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기업은행 안암동 지점에서 날아온 ‘2008년 3월2일 이후 출생자’에 대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홍보’였기 때문. K씨는 안암동 주민도 아니고, 미혼이라 이 같은 가입 대상이 되는 아이도 당연히 없다. 

K씨는 주거래 은행도 기업은행을 쓰지 않는다. 유일한 연결 고리라면 신도림동에서 발급받은 기업은행 계좌가 있었는데 아직 학업 중이던 2006년경에 해당 지점에서 몇 가지 소소한 거래를 했을 가능성은 있다(기업은행 안암동 지점은 고려대학교 정경대 부근에 있음)고 한다.

결국은 5년여 전 기록까지 모두 활용해 홍보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법한 부분이다. 문제는 세련되지 못한 정보 활용으로 인해 ‘아이도 없는 미혼자에게 헛수고만 한 셈’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9년의 영업 성과도 이렇게 상당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일궈낸 것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행이 이번 캠페인을 ‘출산 축하(를 통한 출산 장려 운동 일환)’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잘 치러낼지, 과열된 분위기로 행원들을 힘들게 하는 쪽으로 변질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