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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65만원짜리 방도 다 나가고 없어요”

[르포] 서울대·신촌 대학가 ‘전세 실종, 원룸은 품귀현상’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3.02 16: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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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월세 찾는 학생들이 많아서 빨간 날(3·1절)에도 문 열어야죠.”(서강대학교 인근 A부동산 대표)

“방을 내 놓으려고 하는데 매매 아니면 꼭 좀 월세로 부탁드려요.”(신림동 거주 양 모씨(47세))

개강을 바로 앞둔 대학교 인근 부동산 시장에 월세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다. 대학교 주변가에 월세입자들(대학생 등)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나와 있는 전셋집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월 사이 대학교 기숙사 발표가 나면서 탈락자들이 대학교 인근 월셋집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아직까지 분주하다. ‘전세 문화가 사라지고 전세의 빈자리를 월세가 빠른 속도로 메우고 있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니다.

   
서울 주요 대학교 기숙사 발표가 나오면서 ‘기숙 탈락자’가 월세시장에 몰리고 있다. 전세물건이 없어 적지 않은 월셋값을 매달 내야 하는 처지다. 사진은 서강대학교 인근 주택가 에 붙은 전단지.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던 2월 마지막 일요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궂은 날씨에도 많은 젊은이들로 혼잡을 이뤘다. 이 일대는 하루 평균 12만명의 유동인구가 지나는 곳으로 봉천본동에서 봉천11동, 서울대학교 방향의 상권이 대학로와 신촌 못지않게 발달된 곳이다.

서울대학교 개강을 앞둔 서울대입구역엔 직장인, 대학생 등이 뒤섞여 평소보다 붐볐다. 지난 1월 재학생 기숙사 발표에 이어 2월 중순 신입생 기숙사 발표가 나면서 ‘기숙 탈락자’들은 서울대입구역 인근 부동산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집구하는 데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은 싸고 좋은 방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사이 부동산중개업소는 월셋집을 찾는 대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넘쳐나는 대학생 월세수요와 직장인까지 맞물리면서 대학가 주변 부동산업자들에겐 이때가 성수기나 마찬가지. 서울대입구역의 경우 월셋집(원룸, 오피스텔 등) 평균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 월 40만~50만원(관리비 별도)이지만 ‘기숙 탈락자’가 대거 몰리면서 월셋값이 평균치를 웃도는 방도 공실을 찾기 힘들다.  

서울대입구역 D공인중개사 이영희(가명)과장은 “서울대입구역 인근 A오피스텔은 보증금 1000만원, 월 53만~55만원에 관리비 13만원 즉, 65만원정도를 월세로 내야하는데 80호 중 지금 나와 있는 방이 없다”며 “공실이 나오자마자 빠지는 100% 회전율을 보이는 오피스텔이 몇 곳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의 경우 2월27일 현재 지난주 2~3건(월세)을 계약했다고 한다. 지난 1~2월 사이 월셋집 계약을 4~5건(하루평균)을 성사시킨 것보다 다소 줄었지만, 아직도 집주인이 월세로 내놓으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 6시경 이 과장과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중년 여성이 중개업소에 방문했다. 전세로 놓고 있던 방을 매매나 월세로 돌리기 위해서다. 10여분 후 또 다른 여성도 같은 이유로 사무실을 찾았다. 희망 매매값과 월셋값을 책정하고 “최대한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당부와 함께 전화번호를 등록했다.

서울대입구역의 경우 월세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다. 물론 지난해 12월에 월세방을 내놔야 올해 1~2월 동안 더 빨리 계약이 진행되지만, 2월 말 현재 기숙사 탈락자 등 월세 수요가 아직 남아있어 계약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

   
대학가 근처에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월셋집을 찾는 학생들의 부동산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전국 자가 소유가 아닌 주택 중 전세 비중은 57%로 나머지 43%는 보증부 월세 이른바 ‘반전세’와 순수 월세였다. ‘반전세’의 경우, 전년동월보다 1.4%가량 늘어났다.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전환 추세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인근 주택가에도 기숙사 탈락자들의  월셋집 마련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학교 주변 전봇대에 ‘원룸 임대’ 등을 써 붙인 전단지가 키 높이와 알맞게 붙어있었다. 서강대 후문에서 가장 근접한 주택을 중개하는 A부동산 관계자는 “전셋집은 나온 게 없지만, 월세는 신축 등 다양한 가격의 방이 몇 개 있다”며 “지금 기숙사 입주에 탈락한 학생들이 아직 방을 보러 오고 있어 오늘(3월1일)도 문 열고 방을 보여주고 막 왔다”고 말했다.

저금리 탓에 전세에서 수익이 높은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주인들에게는 매월 들어오는 월세로 또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주택시장 침체에서 오는 전셋값 상승, 이 여파가 대학가 주택 인근까지 확산되고 있다. 학업에 열중해야하는 학생들이 월셋값을 마련키 위해 돈 벌러 나가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 전·월세 문화가 존재의 이유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