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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청천-MBC 그리고 수쿠크-기독교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3.02 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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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90년대 중반에 KBS에서는 대만에서 제작된 ‘포청천’이라는 드라마를 수입, 방영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북송 시대 개봉부윤(서울시장격. 당시에는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행정관이 사법관을 겸했음)을 지낸 포증이라는 관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다. 원래는 MBC에서 명절 특선으로 편성했던 것인데, 고관대작에게도 엄정하게 법집행을 한다는 줄거리에 처형 도구로 작두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게 속된 말로 흥행이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원래 공중파를 처음 타게 된 MBC 대신 KBS가 시리즈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수입, 편성하겠다고 발 빠르게 나섰다. 훗날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조순씨가 ‘서울 포청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왔을 정도로 효과가 대단했다.

모두 다 방송사 내부 사정이 있는 것이고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른 것이니, MBC가 바보 짓을 해서 ‘좋은 아이템’을 뺏겼다고 탓할 수는 전혀 없을 것인데, 다음의 일도 그런 포청천 사례를 생각나게 한다. 

근래에 이슬람자금 유치를 위해 수쿠크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일명 수쿠크법)’을 놓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찬반이 팽팽하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 운운하며 개신교계의 조직적인 반발이 있다고 한다.

이슬람 율법에서는 돈놀이를 하고 이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금융 상품이 이자 대신 그 유치 자금으로 부동산 등에 투자 활동을 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보통의 서구식 법 체제에 갖다 대면 세율에서 큰 불이익을 받으므로, 이같은 이슬람 자금을 유치하고자 하는 나라들은 특례를 두게 된다.

문제는 그 이율 배분에 있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구빈세로 지출을 하게 돼 있는 부분이 정체가 불분명한 이슬람 단체, 즉 테러 단체로까지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일각에서는 우려한다는 것이고, 이 점이 개신교 지도자들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해외 율법 전문가들도 수쿠크 수익은 투자설명서에 규정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구빈세 명목의 기부 부분도 국가에서 승인받은 정규 기관 또는 단체에만 전달된다는 것이다.

수쿠크의 수익이 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은 마치 이슬람 국가와 신도 전반을 테러 국가로 위험시하는 것과 같은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닌가 우려가 높다.

그럼에도 이를 추진하던 정치인들이 대통령 하야 운동이나 다음 총선에서의 낙선 운동 등 반발 위세에 눌려 엎드린 모양새다. 한양대 이희수 교수(문화인류학)는 이 상황을 두고 “국익을 위한 정치적 결단에 종교가 너무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다는 그런 아쉬움이 있다(1일 평화방송 출연)”고 우려하기도 했다.

   
 
종교전쟁 속성을 띤 ‘30년 전쟁’의 와중에 프랑스 가톨릭의 추기경이자 재상이던 리슐리외와 그의 후계자 마자랭은 에스파냐를 견제하기 위해, 즉 프랑스의 ‘국익(National Interest)’를 위해 기꺼이 개신교 국가들 편에 섰다. 실제로, 이 같은 일이 프랑스 국가 체제를 흔들지도 않았고, 에스파냐만 이후 큰 타격을 입었다.
 
리슐리외의 결단이 유연한 선택이었고 애국적이었으니 보고 배우라고 수쿠크 도입을 극히 우려하는 우리나라 개신교계에 훈계조로 이야기하는 결례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 외부인이 피상적으로 봐서는 모를 대단히 복잡한 신념과 논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청천 카드를 뻔히 눈뜨고도 놓쳤던 MBC의 사례만큼은 이번 일에 한 번 함께 되짚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