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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 회생절차개시…‘속 보이는 노림수’

[심층진단] 겉으론 ‘경영정상화 때문’…용선료 부담 회피 의혹

이진이 기자 기자  2011.03.02 10: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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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5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공시한 대한해운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아도 됐을 기업인데 왜 이런 선택을 했느냐는 의문이다. 이는 용선료 지급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술책을 부린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되면 용선계약해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내용을 살펴봤다.
 
   
대한해운이 지난 15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공시했다. 대한해운은 이에 따라 오는 3월12일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 그리고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신고기간을 갖고 오는 4월22일까지 이에 대한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대한해운에 따르면, 이번 회생절차개시신청은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무너지는 대한해운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대한해운을 두고 최근 뒷말이 무성하다.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지 않아도 될 기업 실적인데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번 회생절차개시의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의혹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대목은 대한해운의 용선료에 대한 부담이다. 매년 1조6000억원이란 용선료를 부담하고 있는 대한해운이 회생절차개시를 통해 부담을 떨치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1266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사채와 유상증자로 조달한 뒤 법정관리를 선택하면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용선계약 벗어나고 싶다”
 
대한해운의 선박 대부분은 지난 2007~2008년 발틱운임지수(BDI)가 1만포인트를 웃돌던 호황기에 장기(3~5년) 용선했다. 현재는 BDI지수가 1300포인트 수준으로 호황기 대비 10분의 1로 추락하면서 장기용선료 지급과 단기 운임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한해운 블루펄호. 사진출처는 대한해운.
계속되는 벌크선 시황 악화와 높은 용선료에 부담을 느끼던 대한해운은 장기 장기용선료를 지급하고 있는 선주들과의 가격 조정협상에 사활을 걸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용선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위한 자리를 가졌으나 그리스와 일본 선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
 
이에 대한해운은 법정관리를 택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용선료 협상 실패로 장기적 재원이 빠져나가는 것보다 법정관리를 통해 용선계약을 탈피하고자했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119조에 따르면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 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 이전에 맺었던 계약은 이를 직권으로 법원에서 선임한 관리인이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에 맺었던 용선계약을 모두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해주더라도 회사 재무상황은 법정관리 이전보다 이후가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영업손실 633억원 규모로 용선료를 제외하면 대한해운의 재무 및 영업상황은 법정관리까지 갈 정도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현재 1000억원 가량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 달에 지불해야 하는 용선료가 1000억~2000억원을 넘어선다”며 “당장은 차입 등을 통해 막더라도 장기계약으로 인한 용선료를 감당해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법정관리 신청 이유에 ‘용선계약해지’도 포함된다”며 “대한해운은 금융부채는 거의 없고 부채의 80~90%가 해외선주 용선료이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럴해저드 ‘도마 위’
 
이렇듯 대한해운의 이번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용선료 부담을 떨쳐내려 했다는 설명이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대한해운이 회사채와 유상증자를 실시, 이에 대한 모럴해저드에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11월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866억원 규모로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용선료 302억원, 연료비 400억원, 기타 운항비 164억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주들 가운데 79.97%가 청약했으며, 실권주 모집에서는 125.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1월25일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대한해운의 선택으로 선주들과 주주에 대한 모럴해저드적인 선택이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