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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스코 ‘M&A 징크스’ 언제 깰까?

신승영 기자 기자  2011.02.28 15: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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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시무식에서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2020년 매출액 200조원 기업’을 골자로 한 ‘비전2020’을 발표했다. 향후 10년 뒤 △철강 중심의 핵심 사업에서 120조원 △에너지·화학 등 성장사업에서 60조원 △해양 등 신수종사업에서 20조원 등 총 20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포스코를 비롯해 포스코 특수강, 해외법인 60여곳 등 철강관련 사업 매출은 약 40조원이다. ‘비전 2020’에 따르면 핵심사업인 철강부문의 매출은 10년 내 3배 이상 성장해야 한다.

이 같은 목표에 대해 일각에서 현재 포스코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포스코의 M&A 징크스다.

지난 수년간 포스코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차례 M&A를 시도했지만,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M&A시장에서 무기력한 모습은 철옹성 같은 포스코의 약점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전통적 굴뚝산업인 철강에서 IT기업들이 흔히 말하는 ‘대박’은 불가하다. 철강업체에게 뛰어난 기술력은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지만, 매출은 절대적인 규모의 성장 외 별 다른 방법이 없다. 포스코에게 외형을 키우는 방법으로 직접 투자밖에 없다면, 이는 세계라는 링 위에서 외팔로 싸우는 복서와 다름없다.

이번 달 초 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은 스미토모금속과 합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통합된다면 세계 2위의 초대형 철강회사가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현재 1위인 아르셀로미탈도 지난 2006년 합병으로 업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공고히 했다. 당시 1위인 미탈과 2위인 아르셀로의 합병은 세계적인 M&A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중국도 정부 주도하에 철강업체들 간 M&A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바오산강철, 허베이강철, 우한강철그룹, 안번강철, 장수사강그룹 등 5개 회사가 글로벌 10위에 진입했으며, 이 같은 덩치 불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아 더욱 위협적이다.

반면, 세계 철강업계에 불고 있는 M&A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포스코는 지난 1998년 조강생산 1위에서 점차 순위가 밀려난 상태다. 최근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사업다각화와 원가절감 및 물류네트워크 구축 등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핵심사업인 철강에서는 별다른 M&A 소식이 없다.

올해 포스코는 철강부문에서 신규프로젝트 개발, 해외 현지 제철소 건설, 고부가가치상품 생산 등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잇따른 M&A 실패를 경험하며, 자신감마저 잃어버린 모습 같다.

지난 2008년 포스코 창립 40주년에서 박태준 명예회장은 “포스코가 지금의 위상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설 것인가, 아니면 정체나 퇴보를 할 것인가. 창립 40주년의 포스코는 엄중한 기로에 서 있다”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원료도 없는 조건에서 포스코는 43년간 국내 철강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포스코가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M&A시장에 도전해야만 할 것이다.

포스코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존심 기업’이다. 우리 산업화의 발전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기적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지금 포스코는 몇 해 전 박 명예회장이 표현한 ‘엄중한 기로’에 서있다. 강렬했던 그 도전정신으로 다시금 기적을 이뤄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