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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된 집배원

김민주 기자 기자  2011.02.28 14: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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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여수에서 뱃길로 22km 떨어진 섬 개도의 유일한 집배원 이중열씨(42)가 청소년을 위한 나눔문화재단이 주는 서담상을 수상했다.

   
개도 집배원 이중열씨.
서담상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일꾼을 찾아 격려해주는 상으로 청소년을 위한 나눔문화재단에서 지난해부터 시상하고 있다. 집배원과 환경미화원, 소방관, 항로표지관리원 등이 선정돼 28일 시상식이 열렸다.

개도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섬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독거노인과 결손가정이 많은 지역인데다 버스나 택시도 다니지 않는다. 이중열씨는 이곳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며 틈틈이 어려운 이들의 손발이 돼주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생필품을 대신 사다주고, 아플 때에는 자신의 차량으로 보건지소에도 데려다주기도 한다. 또 월급을 쪼개 소년가장에게 쌀과 학용품을 사서 챙겨주고 있다.

이씨는 “빚에 허덕이다 우연히 집배원이 됐다.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년째 이곳에서 매일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어 주민들과는 이웃처럼 지낸다”면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씨의 이 같은 선행에 주민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에는 개도 경찰관서장이 전남체신청 홈페이지에 칭찬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관서장은 글에서 ‘2시간 걸어가야 하는 보건지소를 밤낮으로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데려다준 것, 노인들에게 생필품을 사다주고 있는 것 등, 노인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는 이 집배원을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썼다.

이 집배원은 인터넷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도움도 주고 있다. 나이가 많아 인터넷을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농사와 어업,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 알려준다. 비바람이 불거나 태풍이 오면 누구보다 먼저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바로 이 집배원이다. 특히 이 집배원은 농기계 수리에도 일가견이 있다. 섬이기 때문에 고장이 나도 수리가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농기계도 고쳐주고 있다.

이씨는 “우편물만 전해주는 집배원이 아니라 지금처럼 섬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