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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호텔특별법…대한항공 조현아 ‘반사이익’

[심층진단] 경복궁 옆 KAL호텔 사건 유사 사례 속출 우려

이종엽 기자,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28 11: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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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호텔업 등 관광숙박시설의 확충을 돕는 법안이 제출돼 처리 과정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은 지난24일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호텔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호텔 등 관광숙박시설을 건설할 때 각종 개발계획에서 결정된 건축물의 높이·층수·용적률에 완화가 필요한 경우 특별시와 광역시와 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호텔업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국민주택채권매입을 면제받도록 하고, 호텔 건설시 국·공유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는 우선 배려도 하도록 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무의 7성급 호텔 건립 프로젝트는 시민문화계의 반발 속에서 향후 관심이 집중된다.
이 법안에 많은 의원들(43명)이 여야와 계파를 막론하고(민주당 원혜영 의원, 친박계에서는 홍사덕 의원과 이정현 의원 등 참여) 제안자로 서명을 하고 나섰다. 이처럼 폭넓은 입법 공감대를 이끌어 낸 것은 관광업이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고, 정부가 2012년까지 중국인 관광객 300만 유치를 목표로 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비해 여러 규제 문제로 성장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과 관광객 수요가 늘 경우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숙박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대두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호텔특별법의 법안은 관광진흥법상 호텔업자를 주요 적용 대상으로 상정하고, 제3조에서는 “호텔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자와 사업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하여 특별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신법 및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는 호텔업 관련 제약에 이 법이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이 법안의 여러 조문 규정에서도 타법(예를 들어 건축법과 소방법 등)에서 정하고 있는 문제들을 ‘허가의제’로 간편히 처리하도록 해 이 같은 성격을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 제3조 규정과 같은 특이한 지위를 한층 더하는 규정으로서, 법안 제4조에서는 1항과 2항에 걸쳐 호텔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자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호텔사업의 계획을 승인받도록 하고, 절차와 방법, 기타 승인에 관한 사항은 관광진흥법의 규정에 따른다고 정했다.

이는 다시 복잡한 절차를 행사할 막강한 권한을 세세히 늘어놓기 보다는 관광진흥법 규정을 준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업 등록심의위에 막강권한 실어준 셈

그런데 이 호텔특별법안의 제4조 규정에 따라 적용될 관광진흥법 규정 절차를  들여다보면(관광진흥법 제3절) “관광숙박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관광진흥법) 제4조 1항에 따른 등록을 하기 전에 그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을 작성하여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관광진흥법 제15조 1항)고 하였다.

이어서 관광진흥법과 그 대통령령 규정 등을 참고하여 보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사업을 승인받을 때 여러 다른 법률에 정한 허가 필요성 등을 쉽게 회피(이미 받은 것으로 의제)할 수 있다(관광진흥법 제16조 이하 ‘제15조 1항 및 2항에 따라 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다음 각 호의 허가 또는 해제를 받거나 신고를 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울러 관광진흥법에서는 제18조 규정을 통해 위원회 심의를 통해 막강한 권한을 갖도록 정하고 있는데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을 하면 그 관광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신고를 하였거나 인·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런데 관광진흥법 제18조에서는 ‘학교보건법 등 여러 규정에 대한 인허가 의제’를 하고 있다. 학교보건법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설정,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관리 규정을 두고 있어 호텔업 등을 설치, 영업하는 데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관광진흥법 제18조 규정에 따라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을 하면’, 학교보건법상 유흥시설 설치의 인정(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서 관광숙박업 및 관광객 이용시설업을 경영하려는 경우만 해당한다) 문제도 같이 인허가 의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호텔업 설치에 물꼬 열어준 규정…KAL호텔부터 덕 볼까?

이 같이 관광진흥법에 여러 규정을 위임하고 있는 호텔특별법안이 실제 통과되면 어떤 효과를 예상할 수 있을까?

우선 호텔 건립과 관련, 편의성이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제3조의 특별법 위치 확인 규정으로 인해 이 법을 중심으로 호텔 등 관광산업 편의 증진의 도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호텔 등에 관련한 ‘허브’가 되는 것이고, 이 법에서 입법 목적으로 하는 싱가포르나 마카오, 일본 등과 같은 관광시장 개척을 위한 육성 정책 추진(‘제안이유’ 참조)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목적에 반하는 여타 법령 규정은 특별법적 지위에 기반해 사문화될 것으로 해석된다. ‘장애물을 모두 치운 고속도로’를 호텔업자 등에게 열어주는 셈이다.

   
현재 호텔 건립을 위한 여러 작업이 진행 중인 부지(좌) 인근에 위치한 덕성여자중학교(우)를 비롯한 교육 당국은 학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호텔 건립을 반대해 왔다.

이 경우 특히 수도권에서 많은 편리 증진이 예상된다. 일례를 들어 보자. 대한항공의 KAL호텔네트워크의 경우 교육당국과 학교 인근 부지 호텔 건립을 두고 벌인 소송에서 교육당국의 반발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일명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추진 사건) 새 법이 통과되면 법률적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경복궁 옆 옛 주한 미국대사관 부지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던 대한항공의 계획이 서울 중부교육청의 반대로 차질을 빚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 호텔 건립 추진 부지는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바로 옆으로 첫째, 이 곳에 호텔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건전한 평균적 시민들의 문화 감정에 반한다는 비판이 만만찮았다. 둘째로는, 인근에 학교가 가까워 학교보건법상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문제가 지적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초, 서울행정법원은 대한항공 측이 “서울 경복궁 인근 부지에 호텔을 건축해도 인근 학교의 학습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서울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낸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등 해제 신청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반발, 구랍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학교보건법상 제한 규정이 관광진흥법 등 여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법률에 비해, 강력한 우선적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규정이 먼저 적용됐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에 제안된 호텔특별법안이 통과된다면, 이 법 제3조 규정에 의해 학교보건법 등은 적용 순위에서 밀려난다고 해석되고(호텔특별법안 제3조 ‘다른 규정에 우선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 경복궁 앞 7성급 호텔 논란 등에서는 새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2라운드가 붙을 여지가 있다.

다시 설명하자면, 호텔특별법안이 통과된다면 이 법에 배치되는 제약 규정인 학교보건법상 규정은 적용 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되고, 호텔특별법안에서 예정하고 있는 관광진흥법상 위원회 심사를 거친 호텔 관련 허가 등 제절차를 추진한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실제로 지난 23일 열린 ‘관광정책 대국민 업무보고’ 자리에서 관광호텔 건립 문제와 관련, 학교보건법과 관광진흥법상 해석 차이가 있다는 논리를 편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대한항공 신현오 전무는 “경복궁과 이어지는 7성급 호텔과 복합문화공간 건립을 계획 중인데 학교보건법 상 학교 정화구역 내에 숙박시설 건립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학교보건법과 관광진흥법의 법 해석이 차이가 있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호텔특별법안까지 실제로 통과되면, 대한항공 등의 조직적 공세가 한층 거세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현재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조사인지 그 저의가 궁금하다. 소위 개발을 위한 발굴인지 문화재를 보존하자는 것인지 명확한 해명 없이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아울러 “아무리 영리목적을 가진 기업 소유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한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중요 지역을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소장은 “경복궁은 현재의 모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밀 고증을 통한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데 바로 인접한 곳에 위락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아울러 경복궁을 포함한 궁궐 복원에 참여한 익명을 요구한 인간문화재 A씨는 “호텔 건립이라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한옥 양식으로 만든다고 하지만 주변 역사적 환경과 조화를 무시한 행위”라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중요 문화재 인근에 호텔을 비롯한 숙박 및 유흥시설 자체가 들어 설 수 없으며, 일부 기업의 이익 때문에 후세에 전할 위대한 문화 유산을 간접 훼손하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호텔 건립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에 따라 이 호텔특별법안 통과 이후는 물론 검토 과정에서도 관련 시민사회계와 대한항공간의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당 부지 터에는 조선시대 중요 기관 터 및 문화재들이 있을 것으로 문화계는 관측하고 있다.
◆ 대한항공 조현아 전무, 호텔 사업 진두지휘

대한항공의 KAL호텔네트워크는 오너 조양호 회장의 영애인 조현아 전무가 대표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조 전무는 2007년 1월 칼호텔네트워크 이사로 등재된 이후 경영에 참여해 왔다. 지난해 3월부터는 각자 대표에 선임돼 칼호텔네트워크는 김남선 대표와 조 본부장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연초에 김 대표가 물러남에 따라 앞으로 칼호텔네트워크는 조 전무가 단독으로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전무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 관련 전공을 해 이쪽 사업에 애착이 큰 데다 현재 진행 중인 호텔 관련 프로젝트가 조 전무의 작품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의 호텔 건립 관련 제한 규정에 대한 불만 등을 겹쳐 보면, 이런 와중에 호텔특별법안이 실제로 통과되면 바로 조직적 공세를 펼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즉,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계열과 대항항공 계열로 언젠가는 계열 분리를 해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부득이 조 회장의 1남2녀들도 모두 몫을 정해주어야 할 필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높아지는 것이다.

이때에 오너 일가(장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호텔 관련 문제에서 업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그간 가로막아 온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논란이 호텔특별법 적용으로 해결할 수 있으므로 여러 새 소송의 병합 제기 등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좋은 법을 만들어도 입법 과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했거나 경시했던 복병을 만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관광관련 제반여건 강화라는 대의에 가장 먼저 득을 볼 곳이 ‘궁궐 앞이자 학교 인근이라는 특수성을 아랑곳 않고 호텔을 불도저 추진해 온 대한항공’이라는 점은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막 제안된 호텔특별법안이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다듬어질 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