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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증권…‘449억 부당이익에 벌금 10억이라니’

[심층진단] 11·11 ‘옵션쇼크’ 솜방방이 처벌…‘여기가 외국인 놀이터냐’ 빈축

박중선 기자 기자  2011.02.25 18: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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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시세조종의 종결자 도이치증권의 블록버스터급(blockbuster) 시나리오는 제재금 10억원 부과라는 ‘시시한 결말’로 막을 내렸다. 도이치증권은 지난해 11월11일 옵션만기에 대량의 물량을 한 번에 팔아치우면 코스피가 하락한다는 것에 착안, 풋옵션 매수와 콜옵션 매도(주가 하락 시 이득을 보는 포지션)를 통해 무려 449억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기고 수많은 투자자의 피해와 시장을 혼란시킨 대가로 고작 10억원을 뱉어 내 수지 맞는 장사를 했다.

   
25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옵션쇼크'주범인 도이치증권에게 1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사건 피해 규모에 비해 솜방망이 수준의 조치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이하 시감위)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1·11사태의 주범인 도이치증권에 대해 주가지수 급락과 관련한 사후위탁증거금 관련 규정 위반으로 회원 제재금 최고액인 1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한 도이치증권에 근무하는 관련 직원(1인)에 대해 면직 또는 정직, 직원(2인)에 대해서는 감봉 또는 견책에 상당하는 징계를 요구했다. 이날 시감위는 지난 옵션쇼크와 관련 심각성을 통감하고 향후 재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사건 피해 규모에 비해 그 책임이 가볍다는 것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중론이다.

◆이 충격으로 코스피지수 5.16% 폭락

지난 11·11 옵션쇼크의 사건 전말은 이렇다.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팀장이 브레인을 맡고 뉴욕 도이치증권과 한국 도이치증권 담당자가 수족이 돼 런던지점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을 대량 매수했다. 이후 때를 기다리다 11월11일 옵션만기일을 기점으로 한국 도이치증권 매도 창구로 무려 2조4424억원의 매수했던 물량을 쏟아낸 것이다.

이미 이 계획을 꾸민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팀장은 풋옵션 매수·콜옵션 매도조합으로 449억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취했고 이 충격으로 코스피지수는 5.16% 폭락과 함께 시가총액은 28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시감위는 도이치증권이 최종거래일 종가결정시간대에 대량의 프로그램매매 매도주문을 제출 예정이라는 사실을 오후 2시25분에 인지하여 보고시한(오후 2시45분)까지 충분히 보고할 수 있었음에도 지연보고(오후 2시46분)했으며, 일일지수차익거래 잔고현황에 대해 ‘주식+주가지수옵션(합성선물)’으로 구성된 차익거래를 ‘주식+선물’로 사실과 다르게 보고함으로써 시장에 잘못된 정보 내지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국내 주식시장의 허점과 금융당국의 방만한 감시로 금융시장 개방 후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된 모습을 보여준 단적인 예로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외국인 부당거래에 대한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세조종 처벌, 금융당국·검찰 단호한 조치 ‘절실’

시감위는 한국 도이치증권에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으며, 앞서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용, 도이치뱅크 계열사 직원 5명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한국 도이치증권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도이치증권의 영업행위 중 매우 국한된 영역에 한정되어 있으며, 도이치은행의 한국 내에서의 대부분의 영업활동은 정상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입장 표명했다.

이러한 도이치증권의 입장에 일각에서는 제재 수위가 낮다는 의견이 동의를 얻고 있다. 피해 금액과 규모에 비해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것으로 경각심을 일으키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이번 조치의 강도는 생각보다 약했다”며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재금 10억원은 부당이익 금액에 비해 비상식적으로 낮아 오히려 이번 결정이 재발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거래소 관계자는 “제재금이 부당이익 금액에 낮다는 것은 인정하나 제재금 10억원은 거래소가 내릴 수 있는 최대의 조치 금액이고 사법권이 없어 추징금 형태의 높은 금액을 설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번 제재조치를 도이치증권이 불이행할 경우 최후 조치로 회원퇴출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감위 이철재 상무는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는 바 향후 제재금을 올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거래소가 부과한 가장 높은 제재금은 2억5000만원으로 이번 10억원의 제재금이 사상최대금액이다.

아울러 현재 검찰이 조사 중인 지난 2009년 ELS(주가연계증권)의 수익률 조작 사건과 관련 증권사들의 시세조종 혐의도 몇몇 외국계 회사가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그 동안 수수방관했던 금융당국과 검찰의 단호한 조치로 외국금융기관이 국내 금융법 질서를 경시하는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