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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카드 전쟁터엔 너도나도 ‘미투 바람’

[심층진단] 소비력 강한 여성층 겨냥…카드영업 촉각 곤두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2.25 05: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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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슈퍼 스파이크’ 신드롬(가파르고 장기간의 물가 상승 추세) 위기가 언급되고는 있지만, 일단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신용구매를 부추길 기본적 배경이 갖춰진 데다, 하나SK카드와 KB국민카드 등의 은행계 카드사들의 분사가 대체로 매듭지어지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격돌할 여건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현금서비스 수익이 감소하고, 선포인트 등의 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이 높은 데다 이미 일찍이 카드 1억장 시대 돌파가 언급되는 등 시장 공략이 쉽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각 신용카드회사들은 여성 전용 카드를 내놓고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성들을 구매층으로 설정하는 금융 상품은 이미 보험 등 여러 영역에서 존재해 왔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특히 구매(소비) 패턴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만큼, 생활경제 측면에서 구매 주도력을 갖춘 여성층에 대한 관심을 특히 높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미 가까운 일본은 OL(Office Lady, 즉 젊은 여성 사무직)을 중심으로 이성보다 동성을, 연애보다 본인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이 소비 경향이 더 높은 연령대로 퍼지면서 ‘아라포(Around 40)’, ‘조시카이(女子會, 즉 여성들끼리 모여 노는 패턴을 가리킴)’로 불리는 유행어들을 대거 회자시켰다(조시카이는 2010년 일본 10대 유행어로 선정될 만큼 히트했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얼마 전부터 언급되는 골드 미스 등도 (생활경제 관련 기업들에 의해) 이 같은 일본 소비층을 추종, 설정된 의제라고 볼 수 있다.

일상 가사와 관련한 소비는 물론, 쇼핑과 외식, 미용 등 여성이 주도하는 영역에 대한 욕구는 더 높아지고, 이를 주도하는 여성층에 주효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상품을 내놓자는 ‘여성전용’ 신용카드에 여신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민·신한, 오랜 전통으로 여성카드 노하우 축적

여성전용 카드의 원조격인 신한카드. 구 엘지카드의 후예인 신한카드는 엘지 시절인 1992년 4월 ‘레이디 카드’를 내놓은 경험이 있다. 이 상품은 19년째 여성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발급과 동시에 LIG손해보험에서 보장하는 얼굴상해보험에 가입되고 얼굴에 1㎝ 이상의 상해를 입은 경우 치료비와 성형수술 비용을 보상한다.

   
참신한 디자인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 현대카드는 일찍이 레이디 카드를 내놓아 여성 고객층을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최근 신경 분리 이슈로 화제를 모은 농협. 농협 계열인 NH카드에서 출시한 ‘레이디라온’과 ‘레이디다솜’도 주목받고 있다. NH 측은 미혼여성과 주부를 별개의 소비자군으로 나눠 각각 특화된 상품을 가입하도록 공략한다. ‘레이디라온’은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고려해 쇼핑과 외식 분야에 할인혜택을 넣었다. 주부층을 대상으로 한 ‘레이디다솜’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유아전문 교육기관 등 육아와 관련된 가맹점 할인에 강점을 뒀다.

현대카드에서도 ‘현대M2 레이디 플레티넘’ 카드를 내놨고, 외환카드는 ‘외환 넘버엔 포 우먼’ 카드를 출시했다.

KB국민카드는 이미 1994년부터 여성전용카드인 ‘국민퀸즈카드’를 발매한 이력이 있다. 당시 국민퀸즈카드의 회원에게는 혼수점, 패션의류점이나 미용실 등 전국 국민카드 가맹점에서 10~30% 할인된 가격으로 최장 6개월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KB국민카드는 스윗드림 카드 등 여성용 카드를 계속 출시 중인데, 이 여성 카드 고객용 홈페이지를 www.equeens.com으로 할 만큼 퀸즈카드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이어오고 있다.

우리은행 계열인 우리V카드도 지난 1월에 티아라 카드를 출시하는 등 여성층을 공략하고 있다.

선호도 높지만 단순 ‘미투 전략’으론 생존 힘들어

여성 고객들은 남성과 다른 소비 영역을 별개로 갖고 있으며(미용과 피부 관리, 미용의학 등 뷰티 영역과 식음료에서도 특이성을 갖는다), 선호도가 높은 서비스에 혜택을 제공하면 파드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여신업체들은 여성 고객 공략에 성공만 하면 로열티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고객기반이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 선점 효과에 여신업체들이 목말라 하는 이유다.
   
KB국민카드는 1994년부터 이퀸즈라는 브랜드를 특화, 유지해 오고 있다. 여성 고객군은 한 번 고객층으로 편입되면 충성도가 높다는 특성이 있어 이처럼 장기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고, 이로 인해 여신업체들이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카드에서는 ‘지앤미 카드’라는 이름으로 여성용 상품을 출시하고 당시 탤런트 김소연을 내세워 대대적 광고를 진행, 시장 선점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오늘은 여왕이 쏠게!”는 광고 카피는 특정일에 할인 혜택 등을 대거 진행, 여성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일설에는 돈을 내다, 계산을 하다라는 표현의 속어인 ‘쏘다’가 일반화된 분수령으로 이 광고를 꼽기도 할 정도로(진위는 어떻든 간에), 대대적인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카드회사마다 여성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이 같은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 전용 카드에 있어서도, ‘미투’ 카드가 늘고 있는 것. ‘미투’ 전략은 인기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 혹은 특성을 그대로 따라하는 영업 전략이다(미등 전략도 넓게 보면 유사한 영업 방식을 지칭하는 표현).

즉, 여타의 금융상품이 대개 그렇지만, 신용카드의 경우에도 기본 상품은 동일하고 제휴 서비스를 부가한 상품에 대해서는 특허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미투’ 전략을 구사했다가는 식상하다는 느낌을 벗어나기 어렵고, 다른 카드들이 많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여성 고객들이 이쪽 마케팅 전략에만 눈길을 주지도 않는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성 카드라는 명분 하에 새로운 절대 강자가 쉽게 탄생하지 못하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이 같은 한계를 깬 다크호스 여성 전용 카드가 등장해 2011년 카드 대전 국면에서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되고 있다.